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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과 함께 오늘 자원봉사에 임한 사람들과 한자리에 한 김석근 소장. 그는 항상 이들이 있어 이 일들이 가능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 봉사자들과 함께 오늘 자원봉사에 임한 사람들과 한자리에 한 김석근 소장. 그는 항상 이들이 있어 이 일들이 가능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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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낮 11시. 일단의 어르신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모여든다. 안성시장통 공중화장실을 향한다. 화장실을 저리 한꺼번에 가시나 했더니, 화장실 건물 2층으로 올라간다. 에어컨 하나 없는 20여평 공간에 들어서자 식사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성격 급한 어르신들은 이미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수년 째 안성시장통에서 채소 몇 가지 놓고 장사 하시던 팔순의 김할머니, 시장통에서 수레를 끌고 박스 종이 모아서 생활하시는 박할머니, 한 끼 점심이라도 넉넉히 먹으려고 버스를 타고 매일같이 오시는 최 할아버지까지 거기에 모두 모여 있다. 

일지 지난 몇 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급식 일지를 적어온 김소장. 그 일지에 따르면 50100명이 다녀간 걸로 되어 있다. 지금도 뭔가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 일지 지난 몇 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급식 일지를 적어온 김소장. 그 일지에 따르면 50100명이 다녀간 걸로 되어 있다. 지금도 뭔가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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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뿌리 선생님'과 안성시 무료급식소

그리고 5년째 그들을 섬기는 '돌 뿌리 선생님'도 있다. '돌 뿌리'는 안성시무료급식소 김석근(69) 소장의 별명이다. 63세 나이로 37년 교직을 정년퇴임한 그에게 15000여명의 제자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돌 石, 뿌리 根'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시장통에서 '돌 뿌리 선생님'으로 통한다.

안성시장통에 가서 장사하는 사람 누구를 붙잡고라도 무료 급식소가 어디냐고, '돌 뿌리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으면 흔쾌히 가르쳐 준다. 시장 사람들에겐 이미 무료 급식소와 그는 시장 명물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무료 급식소는 문을 연다. 독거노인, 무의탁노인, 노숙자 등 적게는 60명에서 많게는 120명까지 매일 이용한다. 이런 사항들을 몇 년 전부터 꼬박꼬박 일지를 적은 '돌 뿌리 선생님'에 의하면 "일지를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5만 천명이 다녀갔고, 일지를 적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내가 할 때만 해도 6만 여명 이상이 다녀간 겨"란다. 

국 퍼기 지금은 국을 일일이 퍼고 있다. 오늘은 씨래기국이다. 오신 분들이 정말 좋아했다.
▲ 국 퍼기 지금은 국을 일일이 퍼고 있다. 오늘은 씨래기국이다. 오신 분들이 정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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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시장사람들, 자원봉사자들 힘 합해

며칠에 한번씩 시장통에서 급식 장을 볼 때 진기한 장면이 펼쳐진다. 시장통 사이로 그가 손수레를 끌고 가면 시장사람들  중 "선생님, 파 한 단 보탭니다. 선생님, 배추 두 포기보탭니다"라며 손수레로 채소 등을 가끔 던져주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주는 것은 공짜다. 장도 보고 공짜로도 얻으면 손수레는 어느새 하나 가득이다.

아침에 김 소장이 급식소 문을 열면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그들은 자원봉사센터, 대천동성당, 구포동성당, 비봉적십자, 경찰 중앙지구대 등에서 온 사람들이다. 매일 적게는 7~8명에서 많게는 19~20명이 봉사를 한다.

시장통 정육점에선 돌아가면서 고기를 대 주기도 한다. 한 봉사자는 집에서 직접 계란말이, 파래 등 밑반찬을 해온다. 시청에선 식기세척기, 대형냉장고, 순간온수기 등 굵직굵직한 부엌살림을 장만해주었다. 이 급식소가 운영되도록 여러 사람들이 금액으로 후원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공중화장실 2층일까. 안성시청에서 시장사람들의 생리현상을 위해 공중화장실을 1층에 지었다. 그 건물 2층에 빈 공간이 있었고, 거기를 무료급식소로 무료 사용하도록 허락을 했기 때문이다.

식사 중 오늘 오신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이 뭐 필요한 거 없는가며 돌아보는 '돌 뿌리 선생님'이다. 어르신들 치고는 점심 식사 량이 모두들 꽤나 많았다. 아마도 지금 많이 먹어둬야 든든하게 견딘다는 심정에서였을 게다.
▲ 식사 중 오늘 오신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이 뭐 필요한 거 없는가며 돌아보는 '돌 뿌리 선생님'이다. 어르신들 치고는 점심 식사 량이 모두들 꽤나 많았다. 아마도 지금 많이 먹어둬야 든든하게 견딘다는 심정에서였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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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의 야무진 꿈, 이루어지려나

3~5일에 한 번 급식 장도 보고, 자원봉사자도 관리하고, 주방 청결상태도 점검하고, 소독약 관리를 하는 등 급식소 제반 사항을 관리하는 김 소장은 늘 바쁘다.

이런 그에게 꿈이 있다. 오는 사람들에게 한 끼 점심으로 배만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도 챙겨주고 싶다. 그는 5년 안에 급식소 공간을 건강공간으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웃음치료강사, 건강 추구 강사, 레크리에이션 강사, 음악지도 강사 등을 초청해서 어르신들을 상대로 건강 강의를 한다. 매트리스를 깔아 건강 스트레칭을 한다. 초음파 기계를 들여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등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렇다. 그의 별명 '돌 뿌리'. 어쩌면 자신들만의 발전을 추구하느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나눔이라는 보석(보배로운 돌)을 전파하는 뿌리로서 살아간다고 붙여진 별명이 아닐까 싶다.

벽면 급식소 벽면 한 쪽에 정성스레 쓰여진 문장들이다. 평소 김석근 소장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 벽면 급식소 벽면 한 쪽에 정성스레 쓰여진 문장들이다. 평소 김석근 소장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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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자원봉사 문의 : 안성시자원봉사센터 031-674-1365

덧붙이는 글 | 지난 21일 시장통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고, 사진 촬영은 지난 23일 무료급식소에서 이루어졌다.



#안성시무료급식소#무료급식소#김석근#안성#안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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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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