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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문화부 기자에게서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집필 의뢰를 받고 나서 잠시 지난 세월을 가늠해 보았다. 내가 대전일보 한밭춘추와 처음 인연을 맺은 때가 언제였더라? 스스로 정리해놓고 있는 '연보'를 확인해보니 1984년 8월과 9월, 두 달 동안 글을 썼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982년에 '등단'이라는 것을 했으니 아직 신예작가 시절이었다.

 

대전일보의 한밭춘추를 처음 쓴 때로부터 어언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팔팔하던 청년 시절도, 자못 기개를 발휘하던 장년 시절도 한달음에 지나와서는 어느덧 초로의 세월로 접어든 신세가 되었다.

 

나이테는 마음에도 얼굴에도 명확하게 그려졌건만, 별달리 이룬 것도 쌓은 것도 없는 허랑한 몰골이다. 이제는 무안함과 허망함 속에서 '무욕(無慾)'과 세속생활인의 '무소유'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위안하고 있다.

 

하지만 끝내 지키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요즘에는 부쩍 강(江)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사는 태안에서 강들은 멀다. 멀지만 늘 가까이에 강들이 있다. 특히 금강은 내 마음속에서 지척이다. 공주에 처가를 두고 있어서 더더욱 공주 금강은 지척에 있다. 늘 눈앞에 금강의 풍경들을 떠올리고, 강물 소리를 듣곤 한다.

 

지역에서 예총회장 노릇을 하다 보니 국악 관련 행사들에도 자주 참석을 한다. 국악소리를 들을 때마다 강물 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저 소리는 강물 소리가 아닐까? 강물의 흐름 속에서 저 음악이 나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새로운 '심취'를 접하기도 한다.

 

미술작품 전시회장에 가서도 갖가지 그림들 속에서 강의 풍경을 보고 강물 소리를 듣곤 한다. 강을 그린 그림이 아니더라도, 강이 없고 강물의 흐름이 없다면 원천적으로 저런 그림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문을 되새기며 눈물을 머금기도 한다.

 

우리의 강들에는 억만 년의 세월이 더불어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억만 년의 장구한 흐름을 단 5년 안에 차단하고 해체하고, 형태와 모든 기능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개조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 온당한 일일까?

 

생각할수록 눈물이 난다. 내 삶을 통째로 일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억만 년의 장구한 세월 속에서 겨우 몇 십 년을 살다 가는 인간들이 너무도 무모하고 방자한 것은 아닐까?

 

나는 내 외양과 내장까지 속속들이 통째로 변모되는 듯싶은 이상하고도 극심한 통증 때문에 오늘도 강변으로 달려가는 꿈을 꾼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전일보> 2일치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4대강사업#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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