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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갑사 꽃무릇이 붉게 타고 있습니다.
 불갑사 꽃무릇이 붉게 타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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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 차례와 성묘를 지내고 요즈음 꽃무릇이 한창인 불갑사로 꽃구경을 나섰습니다. 불갑사는 고향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자주 찾아가는 곳입니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대체로 꽃들이 늦게 피어 축제 기간에는 볼 수 없었던 꽃무릇이 추석 무렵에 만개했습니다. 불갑사를 처음 방문하게 된 동생네 가족은 꼭 한번 꽃무릇이 만발한 꽃길을 걸어보고 싶었다며 즐거워합니다. 불갑사 꽃무릇은 전국 최대의 꽃무릇 자생지이기도 합니다.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불갑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불갑사는 호남의 명찰로 유서 깊은 고찰입니다. 삼국시대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래한 인도스님 마라난타존자가 남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 침류왕 1년에 영광 법성포로 들어와 모악산에 최초로 사찰을 창건하였는데, 이 절이 제불사의 시원이요 으뜸이 된다고 하여 불갑사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추석명절을 보내기위해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꽃무릇 사잇길을 걷고 있습니다.
 추석명절을 보내기위해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꽃무릇 사잇길을 걷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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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활활 타오르는 꽃무릇이 활짝 핀 꽃길을 다정하게 걷고 있습니다. 선홍빛 붉은 꽃이 만발한 꽃길을 따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경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도 가냘픈 꽃잎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갑니다. 우산을 쓰고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붉은 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입니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훈훈한 대화가 꽃길 사이에서 도란도란 오갑니다. 꽃들은 활짝 핀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불갑사 꽃무릇이 활짝피어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유혹합니다.
 불갑사 꽃무릇이 활짝피어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유혹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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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개한 꽃무릇이 비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만개한 꽃무릇이 비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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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꽃무릇이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붉은 꽃무릇이 활활 타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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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꽃무릇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꽃무릇은 절에서 흔히 심고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꽃입니다. 비늘줄기는 넓은 타원 모양이고 겉껍질은 검은 색입니다. 꽃은 9∼10월에 붉은 색으로 피며 꽃이 떨어진 다음 짙은 녹색의 잎이 나오는데, 이듬해 봄이 되면 시든답니다.

한방에서는 비늘줄기를 약재로 쓰는데, 인후 또는 편도선이 붓거나 림프절염·종기·악창에 효과가 있고, 복막염과 흉막염에 구토제로 사용하기도 하며 비늘줄기는 여러 종류의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하여 독성이 있기 때문에 꺾거나 만지면 인체에 해롭다고 합니다. 독성이 있지만 비늘줄기를 찧어 물속에서 잘 주물러 찌꺼기를 걷어낸 다음 다시 물로 여러 차례 씻고 가라앉히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독성이 없어져서 질 좋은 녹말을 얻을 수 있어 옛날에는 가난한 백성들이 꽃무릇으로 식량을 대신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답니다.

 호남의 명찰로 유서 깊은 고찰, 불갑사 대웅전입니다.
 호남의 명찰로 유서 깊은 고찰, 불갑사 대웅전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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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갑사 돌담장 사이로 꽃무릇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불갑사 돌담장 사이로 꽃무릇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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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은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식물로 상사화와 같은 생육상의 특이성이 있습니다. 불갑산에는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쳐 꽃무릇이 만개합니다. 꽃무릇을 이곳 불갑사에서는 상사화라고도 하는데 상사화는 잎이 진 후에 꽃이 피고 꽃이 진 후에 잎이 나기 때문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상사화,·또는 지옥꽃'이라고도 부르죠,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불갑사에서는 매년 '상사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피처럼 붉은 빛깔의 꽃과 알뿌리의 독성 탓에 죽음의 꽃으로 여겨져 왔다고 하니 화려함 뒤에 숨겨진 꽃무릇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꽃말도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슬픈 추억'이랍니다. 꽃길을 따라 걷고 있노라니 정형택님의 '꽃무릇' 예찬론시가 걸려 있습니다.

 '슬픈추억' 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꽃무릇
 '슬픈추억' 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꽃무릇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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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예찬
                          -정 형 택-

그 누가, 그대를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했던가!

별을 소망하다
별빛 닮은
개똥벌레가 있듯

영원한 사랑 꿈꾸다가
못 다한 사랑
꽃으로 피워낸
오, 뜨거운 열정이여
죽어도 다 할 수 없는
사랑의 꽃이여, 꽃무릇이여

무릇, 사랑이란
가고 오고
만나고 해어지고
돌아서고 돌아오는 것이어서
기다림이 더 아름다운 사랑이여
기다림으로 마음 설래 이는 꽃이여,

꽃무릇이여.
 가녀린 여인의 몸매처럼 꽃무릇이 한들한들 피어 있습니다.
 가녀린 여인의 몸매처럼 꽃무릇이 한들한들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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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이 만발한 꽃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꽃무릇이 만발한 꽃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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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형제들은 그동안 소원했던 마음들을 넉넉한 가슴으로 보듬어 안고 '더도 덜도 아닌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꽉 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풍요로움을 나누며 부족했던 사랑을 전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불갑사 경내를 산책하다보니 돌담장 사이로 피어나는 꽃무릇이 사연만큼 애틋하게 보입니다.


#불갑사꽃무릇#상사화#불갑사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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