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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지난 14일 오전 진행됐던 대구시·경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던져진 '지역주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발언했던 내용의 뜻이 다르게 언론에 전달됐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파장은 더욱 확산될 기세다. 마치 불구덩이에 불쏘시개를 계속 던지는 듯한 일부 지역신문들의 보도태도가 이를 예고해 준다.

<영남일보>는 18일자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안을 다뤘다. '"무슨 근거로 보수꼴통 매도하나" 격노'란 제목의 머리기사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국감장에서의'대구경북 보수꼴통'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정치권의 '막말'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구·경북을 찾은 국회의원이 안방에서 지역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발언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라고 비난했다.  

<매일신문>도 기다렸다는 듯이 강도를 높였다. 이날 1면 ''보수꼴통' 발언 여진 계속'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이 대구경북을 두고 '보수꼴통 도시'라고 한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북일보>는 ''보수꼴통' 발언 논란 일파만파'란 제목의 2면 머리기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대구시교육청·경북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역교육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대구경북지역이 '보수꼴통'이란 발언을 수차례나 했다"며 "대구·경북지역 각 기관단체는 잇따라 비난 성명서를 발표하며 의원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불똥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렸다.

김상희 의원 "적절치 못한 용어 사용, 송구스럽게 생각"

 민주당 김상희 의원 홈페이지.
 민주당 김상희 의원 홈페이지.
ⓒ 김상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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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해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본말이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을 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지역언론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보도태도여서 어리둥절하게 한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구·경북교육청 국정감사 발언,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해명의 글을 올렸다.

서두에 "지난 10월 14일 오전 진행되었던 대구시·경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발언했던 내용이 진의가 다르게 보도되었기에 이를 해명하고자 한다"고 밝힌 해명서는 "당일 국정감사에서 과거 대구지역이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우리나라를 선도해왔는데, 지금은 발전이 안 되고, 낙후돼 있어서, 대구에 올 때마다 슬프고 안타깝다는 심경을 피력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서, 대구시교육청을 상대로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3가지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대구시교육청이 16개 교육청 중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점, 둘째, 교과부가 시행한 '교육청 정책평가 결과'에서 7개 광역시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점, 셋째, 학생 성추행 교사, 안마시술소 출입 교사에 대해서는 경징계(견책)를 하고, 시국선언 교사에 대해서는 중징계(해임)를 한 점 등을 지적, 추궁하면서 대구시교육청의 쇄신을 촉구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다음 대목이다. 그는 "이런 결과가 초래된 원인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대구시교육청의 왜곡되고 비합리적인, 그리고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업무처리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이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 아닌가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용어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영길 의원 "악의적으로 편집돼 잘못된 방식으로 나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홈페이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홈페이지.
ⓒ 권영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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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구·경북 민주주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란 제목과 함께 '14일 국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구·경북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저의 발언 이후 벌어진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전제한 뒤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물론이고, 말의 문장 자체도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잘못된 방식으로 언론에 나왔다"며 발언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대구는 민주화의 요람입니다. 광주·부산·마산은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데, 대구도 같은 역사를 더 앞서서 가지고 있습니다. 마산 3·15 의거의 도화선은 1960년 2월 28일 일어난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의 시위입니다. 2월 28일 시위가 4·19 학생혁명의 불을 당긴 것입니다. 또 1946년 10월1일의 대구 경북 지역의 민중항쟁은 대구 폭동으로 불리고 있는데, 바로 잡아져야 합니다. 이처럼 대구경북은 민주화의 요람이며 더불어 사는 사회의 샘터입니다."

그는 덧붙여 "대구경북이 보수의 총본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부에선 수구 꼴통으로 폄하 되고 있는데 자랑스런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라며 "대구경북 청소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어깨를 펴도록 해야 합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자는 것입니다"란 발언을 했다면서 '대구·경북교육청 국정감사 권영길 의원 발언 속기록 전문'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구경북 자존심 밟았다... 다음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영남일보> 18일자 1면.
 <영남일보> 18일자 1면.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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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해당지역 언론들은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그동안 이 문제를 중요의제로 취급해왔던 지역신문들은 이날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해명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일반기사로 분이 가라앉지 않았던지 아예 "퇴출시켜야"란 격한 표현을 사용한 사설도 눈에 띈다.   

<영남일보>는 18일 1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다뤘다. 지난 15일에도 5면 '야 의원들 '대구·경북 수구꼴통' 발언 눈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권영길·김상희 의원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국감장에서 '대구경북 보수꼴통' 발언은 충격적이다. 정치권의 '막말'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구·경북을 찾은 국회의원이 안방에서 지역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발언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고 운을 뗐다.

기사는 이어 "지역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며 "지역민들은 대구와 경북을 향한 폄훼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자 1면에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도시" 수차례 매도 권영길·김상희 의원 사과하라'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16일자 1면에 다시 '"대구경북 자존심 밟았다" '꼴통 발언' 정치권 발칵' 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매일신문>도 이날 1면에 다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보수꼴통 도시' 발언 여진 계속'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치권 반응에 초점을 모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국회의원(대구 북을)은 18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정감사에서 '두 의원은 대구경북을 보수꼴통 도시라고 한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는 기사는 두 의원이 홈페이지에 밝힌 유감과 해명의 뜻도 함께 전했다.

반성과 성찰 보이지 않는 '해명'과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경북일보> 18일자 2면.
 <경북일보> 18일자 2면.
ⓒ 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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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는 이날  2면과 사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보수꼴통' 발언 논란 일파만파'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대구시교육청·경북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역교육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대구경북지역이 '보수꼴통'이란 발언을 수차례나 했다"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지역 각 기관단체는 잇따라 비난 성명서를 발표하며 의원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반응을 비중 있게 전한 기사다. 이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꼴통발언' 의원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란 선정적인 제목을 뽑았다.

사설은 "이젠 이 땅에서 영원히 청산돼야 할 시대에 뒤떨어진 '지역감정과 국민분열'이나 부추겨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도모에만 혈안인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야말로 전형적인 '수구꼴통'이다"며 "여당을 지지하면 보수고 야당을 지지하면 진보고, 또 친북·반미면 진보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꼴통으로 매도되는 왜곡된 이분법적 논리가 아직도 판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이다, 국민적 분노가 더 폭발하기 전에 두 의원은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구경북 꼴통' 발언이후 보도와 해명이 잇따르고 있다. 예리한 뇌관을 자꾸 자극하면 언젠가는 폭발하기 마련. 그런데도 일련의 과정에서 악의적 매도나 의도는 없었는지, 또 악의적 편집이 없었는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꼴통#김상희의원#권영길의원#해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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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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