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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십자가 사랑〉
▲ 책겉그림 〈십자가 사랑〉
ⓒ 한알의 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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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생명이다. 골고다 언덕길에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로부터 생명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히 고난 속에서 위대한 생명이 잉태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는 생명의 다리가 된다. 

십자가는 또한 문화다. 십자가는 세계 모든 이에게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는다. 두 손 맞잡고,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다. 더욱이 남녀의 목에 걸린 십자가는 사랑의 메시지다.  

교회에는 나무 모양의 십자가가 많다. 목에 걸고 다니는 십자가는 또 구리 제품이 대부분이다. 헌데 송병구의 〈십자가 사랑〉에는 이색적인 십자가가 다 모였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성모자 십자가'를 비롯해,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팔 없는 십자가', 그리고 아일랜드의 전통 십자가인 '성 브릿지 십자가'도 독특하다.

십자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성모 십자가'
▲ 십자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성모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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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마음에 두고 십 수년 궁리하다 보니, 십자가에도 뿌리와 역사가 있고 민족과 지역마다 고유한 얼굴이 담겨 있으며 깊은 신심과 영성을 상징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교회가 얼마나 다양하고, 또 하나로 일치를 이루고 있는지도 배웠습니다."(머리말)

그렇다. 그가 말한 대로 세계교회가 드러내는 십자가의 모양과 상징과 문화는 다양하다. 특별히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십자가는 그래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이 더욱 슬퍼 보인다. 독일의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예수의 팔 없는 십자가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 십자가를 보노라면 괜히 사람의 불평과 빈 손이 부끄러워진다.

아일랜드의 '성 브릿지 십자가'는 아일랜드의 성녀 브리짓이 아버지인 왕이 임종하려 할때, 급히 짚을 엮어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모습은 동서남북에서 뻗은 손을 굳게 맞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도 아일랜드 인들은 이 십자가를 문 위에 걸어놓고 손님을 환대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러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한편 페루의 십자가도 눈에 띄게 돋보인다. 남아메리카 인디오들이 십자가를 진 모습이다. 그걸 흙으로 구워냈다고 한다. 꼬마병정 같은 작은 인디오들이 함께 십자가를 졌으니, 가난과 고통도 함께 짊어진다는 뜻이지 싶다. 또한 멕시코 마야 지역의 '코피뇰(Kopinol)' 나무의 씨앗으로 만든 십자가도 이색적이다. 각종 씨앗들을 담은 그릇을 더욱 큰 십자가 모양의 그릇이 감싸 안고 있다.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씨 하나 하나에도 생명의 신비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십자가  빛 십자가
▲ 십자가 빛 십자가
ⓒ 한알의 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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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0년간 나눔과 평화를 지향하는 로삐아노 공동체에서 독신으로 살면서 작업을 해 왔다. 예수님은 당신을 보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 있는 삭개오를 보고 부르셨다. 죄인이라 손가락질 받는 세리였지만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후, 그는 변화하였다."(100쪽)

이는 폐품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미술가 로베르또 치뽀로네의 십자가를 설명한 글귀다. 그 십자가는 새총 모양을 한 나무 한 가운데에 사람 모양의 얼굴을 올려 놓았다. 그 얼굴은 성경에 나오는 삭개오의 모습이다. 볼수록 정겨움이 간다.

이 책은 그 밖에도 56점의 이색적인 십자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각각의 십자가에 어울리는 의미들을 부여하고 있다. 혹여 이 책에 등장하는 십자가 외에 더 많은 십자가를 보길 원한다면, 김포 고촌감리교회에 있는 십자가 갤러리를 가 보길 바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 속에서 이 시대의 생명과 또 다른 문화적인 십자가를 맘껏 향유하길 바란다.


십자가 사랑

송병구 지음, 한알의밀알(2011)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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