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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리 궁전의 내부 구조

알함브라 궁전 구조도
 알함브라 궁전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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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중심은 나사리 궁전이다. 나사리 궁전은 세 개의 궁으로 이루어진다. 이스마일 1세(1314-1325) 때 멕수아르 궁이 처음 만들어졌다. 멕수아르 궁은 왕실과 사원을 겸한 개념으로, 알바이신이 내려다보이는 북쪽에 만들어졌다. 이어 유수프 1세(1333-1354) 때 멕수아르 궁 남쪽으로 코마레스 궁이 만들어졌다.

코마레스 궁은 왕의 공식 집무실로, 서쪽 전면에 왕궁(Casa Real)이 있고, 그 뒤로 직사각형 연못(Alberca)을 중심으로 사방에 회랑(Crujia)을 두른 코마레스 안뜰이 있다. 코마레스 안뜰은 가로 42m, 세로 22m의 직사각형으로, 가운데 연못이 있고 그 가장자리로는 대리석을 깔았다. 그리고 안뜰의 남쪽과 북쪽으로 거실을 만들어 왕족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코마레스 궁은 1528년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지어지면서 남쪽의 일부가 제거되었다.

수리중인 사자의 궁 안뜰
 수리중인 사자의 궁 안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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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하마드 5세(1362-1391) 때 코마레스 궁 동쪽으로 사자의 궁이 만들어졌다. 이 궁전이 세워지면서 알함브라 궁전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코마레스 궁에서 사자의 궁으로 옮겨졌다. 사자의 궁은 가운데 가로 35m, 세로 20m의 중정이 있고 중정 한 가운데 물을 뿜는 12마리의 사자가 있다. 이 중정 가장자리에는 124개의 대리석주로 이루어진 회랑이 있고, 사방으로 네 개의 방이 있다. 동쪽: 왕의 방, 서쪽: 모사라베스의 방, 남쪽 아벤세라헤스의 방, 북쪽: 두 자매의 방.

사자의 궁에는 또한 사신 접견실(Salón de los Embajadores)이 있다. 이것은 코마레스탑 아래 만들어져 공간이 상당히 넓고 천정이 가장 높다. 방은 가로 세로 12m의 정사각형이며, 높이가 무려 23m나 된다. 이곳은 외부 인사의 접견실로, 술탄의 옥좌가 입구 맞은편에 있었다. 동쪽 서쪽 북쪽에는 각각 4개의 격자창이 있어 외부로부터 은은하게 빛이 들어온다. 이 방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으로부터 신대륙 탐험의 임명장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나사리 궁전 살펴보기

코마레스 안뜰
 코마레스 안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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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술탄의 집무실이었던 코마레스 궁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멕수아르의 기도실을 보고 황금의 방(Cuarto Dorado)으로 들어간다. 황금의 방 가운데도 역시 수반(水盤)이 있다. 이곳을 지나 남쪽으로 나오면 코마레스 안뜰이 나온다. 코마레스 안뜰은 아라야네스 안뜰로도 불린다. 이곳에는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 연못이 있어 회랑이 물에 반사된다. 또 연못 가장자리를 대리석으로 깔았고, 대리석 가운데 향나무가 심어져 벽처럼 조경되어 있다. 흰색의 대리석, 초록색의 향나무, 붉은 기가 감도는 궁전의 벽이 정말 잘 어울린다.

코마레스 안뜰을 지나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사신 접견실이다. 이곳은 사자의 궁에 거주하는 술탄이 사신이나 대신들을 접견하는 장소였다. 이곳은 공간이 넓어 우리 일행 모두가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가이드로부터 벽에 그려진 문양의 특성에 대해 해설을 듣는다. 한 마디로 아랍사람들은 건축과 문양에 수학과 기하학의 원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라베스크 문양의 우수성은 정말 인정해줘야 한다. 접견실의 천정 한가운데는 네모형태로 되어 있고, 그 안에 흰색, 푸른색, 금색 세공이 들어간 원형의 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들은 꽃 같기도 하고 밤하늘의 별자리 같기도 하다.

사신 접견실 천정
 사신 접견실 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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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나오면 사자의 궁에 있는 네 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북쪽과 서쪽에 있는 두 자매의 방과 모사라베스의 방은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공사로 인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쪽과 동쪽에 있는 아벤세라헤스의 방과 왕의 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이 중 아벤세라헤스의 방은 아벤세라헤스 가문이 피의 살육을 당한 곳으로 유명하다. 아벤세라헤스가의 한 남자가 무하마드 12세의 궁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창문을 넘다가 왕에게 잡혀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벤세라헤스 방의 특징은 가운데 12각형의 분수가 있고, 천정에는 모서리가 뾰족한 팔각형의 별이 있다. 그리고 이들 모서리 벽에는 작은 채광창이 두 개씩 모두 16개가 있어 빛이 안으로 은은하게 들어온다. 또 천정에는 5000개 정도의 벌집모양이 붙어 있어 상당히 화려해 보인다. 어떤 사람은 이 천정 장식을 종유석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벤세라헤스의 방 천정
 아벤세라헤스의 방 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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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방은 사자의 궁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그것은 방 앞쪽으로 사자의 분수가 있고, 방 뒤쪽으로 엘 파르탈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 방은 왕이 사교도 하고 쉬기도 하던 공간이다. 길이가 30m가 넘는 로비가 앞에 있고, 그 뒤로 4각형의 방이 세 개, 작은 응접실이 두 개 있다. 18세기에는 이 방을 정의(Justice)의 방이라 부르기도 했다. 왕의 방에서 엘 파르탈로 나가다 북쪽으로 보면 다로(Darro)강 너머 알바이신 언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물을 더 이상 내뿜지 못하는 사자

사자의 궁 중정에 있어야 할 사자
 사자의 궁 중정에 있어야 할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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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궁 중정 한가운데는 바다를 상징하는 분수 수반이 있었고, 그 수반을 열두 마리 사자가 호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자의 입에서도 물이 뿜어져 나왔다. 이처럼 궁전에 바다를 상징하는 수반을 만드는 예는 솔로몬 신전에서 처음 나타난다. 물론 솔로몬의 신전에서 수반을 받치는 동물은 황소다. 그러나 그들이 동서남북 각 세 마리씩 12마리라는 사실은 사자의 궁과 일치한다.

그런데 현재 12마리 사자는 수리를 위해 코마레스 궁 한 켠에 모셔져 있다. 물 속의 석회성분이 사자의 입에 있는 물구멍에 침착되어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의 입 구멍을 수리했으며, 몸 전체에 대한 세척과 정화작업도 거의 끝난 상태다. 사자의 궁 중정에 대한 보수작업만 마치면 원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물에 비친 엘 파르탈
 물에 비친 엘 파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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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파르탈 정원의 감나무
 엘 파르탈 정원의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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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궁을 다 본 우리는 정원과 큰 연못이 있는 엘 파르탈(El Partal)로 간다. 이 건물은 왕족들의 생활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생활한 세 공주의 이야기가 워싱턴 어빙의 <알함브라 이야기(Tales of the Alhambra)> '예쁜 세 공주의 전설'에 나온다. 이들 세 자매의 이름은 싸이다, 쏘라이다, 쏘라아이다이다. 엘 파르탈은 유수프 1세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앞의 정원에는 사이프러스 나무, 오렌지 나무, 야자나무 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감나무가 있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또 큰 연못에 비친 엘 파르탈의 반영이 정말 우아하다. 나사리 궁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경적인 풍경이다. 이곳은 또한 유수프 3세가 즐겨 찾았다고 한다.

워싱턴 어빙의 <알함브라 이야기> 속으로

위싱턴 어빙이 알함브라에 살았다는 기록
 위싱턴 어빙이 알함브라에 살았다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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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은 1829년 알함브라 궁전에서 살기 위해 그라나다로 온다. "나는 (알함브라) 궁전과 관련된 몇 가지 책을 쓰기 위해 이곳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해 7월 영국주재 미국대사관으로 소환되어 알함브라 궁전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때 보고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1832년 5월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알함브라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한다.

이 책은 총 45개 이야기(tales)와 에세이(essays)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 여행, 알함브라 궁전으로 시작해서 매력적인 군인의 전설, 매력적인 군인에 대한 주석, 그라나다와의 작별로 끝난다. 1851년에 나온 개정판의 서문에 보면, 원고의 일부는 알함브라 궁전에 머물면서 썼고, 나머지는 그때의 관찰과 기록을 토대로 나중에 썼음을 알 수 있다.

워싱턴 어빙
 워싱턴 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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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빙은 이 책에서 에스파냐적인 특징과 동양적인 특징을 묘사하기 위해 애썼고, 이야기 속에 영웅적이고 시적이며 그로테스크한 것을 재미있게 섞어 놓았다. 그러므로 궁전과 관련이 있는 왕족과 귀족들의 이야기, 지위가 낮은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즉흥적이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최후의 왕인 보압딜의 추억이 담긴 곳, 아메드 알 카멜 왕자의 전설(사랑의 순례), 예쁜 세 공주의 전설이 왕족의 이야기라면, 석공의 모험, 아라비아 점성술사의 전설, 지방의 전통 등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중 '아메드 알 카멜 왕자의 전설'은, 점성술사의 예언에 따라 사랑의 유배를 떠나는 왕자의 이야기다. 아메드 왕자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완벽한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기 쉬운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왕은 그가 성장하기 전에 여자를 만나거나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알함브라 언덕 꼭대기에 아름다운 궁전을 짓고 그곳에 왕자를 격리시킨다. 이곳이 지금의 헤네랄리페 궁전이다. 그 후 왕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음 헤네랄리페 편(21회)에서 계속된다.

이제 우리는 헤네랄리페 궁전으로 가야한다. 그곳으로 가려면 엘 파르탈 정원을 지나 아구아문 쪽으로 가야 한다. 길 왼쪽 성벽 너머로는 헤네랄리페 궁전이 보이고, 파르탈 정원 오른쪽으로는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이 보인다. 그라나다를 정복한 이사벨 여왕과 페르디난도왕이 죽어 처음 묻힌 곳이 바로 이 수도원이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는 현재 그라나다 시내에 있는 왕실예배당으로 이장되어 딸, 사위와 함께 묻혀 있다. 수도원은 이제 문화유산을 이용한 호텔(Parador)로 개조되었으며, 숙박료를 220/310유로나 받고 있다. 꽤나 비싼 편이다. 이곳에서 헤네랄리페 궁전의 바호스 정원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갈 수 있다.


태그:#알함브라 궁전, #나사리 궁전, #코마레스 궁, #사자의 궁, #워싱턴 어빙의 [알함브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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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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