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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잇따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대학에 진학했지만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친구를 위해 6년 동안 한푼두푼 모은 아르바이트비를 흔쾌히 건네준 한 학생의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어 화제다.

선행의 주인공은 올해 태안고등학교를 졸업한 임지현(19, 근흥면 신진도리)양. 임양은 부모님이 근흥면 신진도리 수산물시장에서 '안흥수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수산중매인과 음식점 등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까닭에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도왔고, 임양이 6년 동안 땀흘려 일했던 아르바이트도 다름 아닌 부모님의 일을 돕는 것이었다.

그런 임양이 올해 동서울대학에 진학하게 된 채아무개양(근흥면 정죽리)을 돕고 나섰다. 어려운 가정살림에 채양이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 혼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친구를 곁에서 지켜본 임양이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푼두푼 모은 돈을 채양의 등록금에 보태기로 결정한다.

임지현 양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에 보태라며 6년간 모아온 아르바이트비 180만원을 쾌척한 임양.
▲ 임지현 양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에 보태라며 6년간 모아온 아르바이트비 180만원을 쾌척한 임양.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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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이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해온 일은 수산물 구입을 위해 수산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오징어를 판매하는 일과 구입한 수산물을 얼음을 넣어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하는 꼼꼼하게 수산물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임양의 어머니는 "수산시장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주말과 여름 성수기에 주로 지현이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현이의 장사수완이 좋아 지연이가 나오는 날에는 수산물 판매량이 평소의 2배 가까이 매출이 올랐다"며 "태안에 거주하면서 수산시장에 들렸던 분들은 지현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임양은 수산물시장에서도 예의바른 것은 물론 수산물 판매를 하는 장사수완에 있어서도 이미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다.

취재 중 임양 어머니 친구라는 한 주민은 "지현이 같은 애는 없을 것"이라고 추켜세운 뒤 "어린데도 불구하고 마음씨나 생각하는 것은 어른보다 낫다. 친구를 위해 몇 년 동안 모은 돈을 누가 쉽게 내놓겠는가"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임양은 바쁜 학업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틈틈이 집안일을 도왔고, 부모님은 집안일을 돕는 임양을 기특하게 여겨 일당 3만원의 아르바이트비를 지불했다. 그렇게 어느덧 6년의 세월이 흘렀고, 임양이 아르바이트비로 모은 돈도 180여 만원에 이르렀다. 임양은 아르바이트비를 허투루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

"등록금에 보태려고 했는데...", 어려운 친구 등록금 보태는데 선뜻 내주기로 결심

왼쪽에서 두번째가 임지현 양 임양의 졸업사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졸업사진은 영락없는 어린학생이지만 임양의 남다른 기특한 생각만큼은 어른 못지 않다.
▲ 왼쪽에서 두번째가 임지현 양 임양의 졸업사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졸업사진은 영락없는 어린학생이지만 임양의 남다른 기특한 생각만큼은 어른 못지 않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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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양이 돈을 모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임양은 꼬박꼬박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그동안 모았던 돈을 부모님 앞에 내놓으며 "등록금에 보태겠다"고 말해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할 작정이었단다.

하지만, 임양은 한푼두푼 아르바이트비로 본인 등록금에 보태기로 한 마음을 포기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던 소꿉친구에게 선뜻 모은 돈 전부를 쾌척했다.

임양이 친구에게 건넨 돈은 180만원. 임양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아 온 이 소중한 돈은 자신의 보물 1호이기도 했지만 임양은 어려운 친구를 위해 선뜻 이 돈을 건넸고 임양의 돈을 받아든 채양은 고마운 마음에 눈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를 위해 등록금을 건네준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해 채양에게만 몰래 전달한 임양이지만 결국 지난 16일 열린 태안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임양의 선행이 몇몇 사람들에게 회자되었고,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정작 임양 본인은 짜증 아닌 짜증을 냈지만 졸업식장은 일순간 감동의 물결로 가득찼다. 이는 임양의 담임교사는 물론 학교측에서도 전혀 모를 정도로 임양은 아무도 모르게 친구를 도우려했다는 소식에 더욱 감동을 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쉬움도 많고, 또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어린 나이이지만 임양의 기특한 마음만은 결코 어리지 않았다.

임양이 아르바이트 했던 신진도 수산시장 임양은 이곳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안흥수산'의 아르바이트로 오징어 등 수산물을 팔며 한푼두푼 모았고, 지난 6년간 모은 180만원의 아르바이트비를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에 보탰다.
▲ 임양이 아르바이트 했던 신진도 수산시장 임양은 이곳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안흥수산'의 아르바이트로 오징어 등 수산물을 팔며 한푼두푼 모았고, 지난 6년간 모은 180만원의 아르바이트비를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에 보탰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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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채양과 함께 태안고등학교를 졸업한 임양도 이번에 남서울대학에 입학, 대학새내기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최고의 여성 CEO를 꿈꾼다는 임양은 비록 부모님으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던 기특한 효도는 할 수 없게 돼 버렸지만 어려운 친구를 생각하는 임양의 마음만은 채양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귀감으로 칭송받을만 하다.

임양의 어머니는 "얼마 전 지현이가 와서 친구 한 명이 대학에 합격했는데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도와주겠다는 말을 건넸을 때 얼마나 기특하던지 흔쾌히 허락했다"며 "이제는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데 걱정은 되지만 지현이가 어른스러워서 잘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한 주민은 "어른들이 장학금을 내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어린 애가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뒤 "앞으로 큰 인물이 될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임양의 선행은 경종을 울릴 만한 모범사례로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임지현#태안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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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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