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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토요일(5일) 오후 3시. 광주FC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올 시즌부터 참가하는 신생프로축구단으로 광주가 연고지다. 홈 경기장인 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FC와 개막전을 펼쳤다.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냈던 그 경기장에서 말이다. 광주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구단의 상징인 노란 옷을 입은 관중은 서포터석에 무료 입장할 수 있었다. 주주인 경우에도 무료 입장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구단의 주주다. 1주에 5천 원 하는 시민주로, 시민은 물론 전국의 누구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주주를 확인할 수 있는 청약신청서를 지참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 전의 월드컵경기장 홈경기장인 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FC와 개막전을 펼쳤다. 월드컵4강의 신화를 이뤄냈던 그 경기장에서 말이다.
▲ 경기 시작 전의 월드컵경기장 홈경기장인 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FC와 개막전을 펼쳤다. 월드컵4강의 신화를 이뤄냈던 그 경기장에서 말이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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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모닝?

경기관람은 무료로 한다지만, 혹여 경품당첨을 위한 표도 몇 장 구했다. 서둘러 나오느라 거른 점심은 핫도그로 대신했다. 차가 밀릴 것을 염려하여 염주체육관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했다. 입구에서는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은 무료통과하고 있었다. 안내원 옆에는 경품함이 놓여있다. 우리 가족은 표에서 뜯은 번호를 경품함에 넣었다. 2011년형 뉴모닝을 꿈꾸며 말이다.

입구를 통과한 남편이 "우리집은 차도 두 대고, 모닝 당첨되면 고향인 OO군에 기부할라네." 나와 옆에 있던 남편의 친구는 동시에 "그렇게 돈이 많냐"며 "팔면되지 무슨 기부냐"고 말렸다. 기부천사라도 되는 양 남편은 "돈이 더 많으면 기부할 것 같제? 안 그래.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하면서도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단호히 말한다. 입장하는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마치 차라도 당첨된 양 언쟁을 하다 서로 웃고 말았다. 모닝을 굿(GOOD)하게 쓰겠다는 남편의 고집 정말 못 말리겠다.

1등에게 준다는 서포터석 앞의 모닝 "우리집은 차도 두 대고, 모닝 당첨되면 고향인 OO군에 기부할라네."
▲ 1등에게 준다는 서포터석 앞의 모닝 "우리집은 차도 두 대고, 모닝 당첨되면 고향인 OO군에 기부할라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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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동점골 내줬던 아찔한 순간

경기장 안은 관객들이 꽤 많았다. 수용인원이 4만245석인 월드컵경기장의 3분의 2는 채워진 듯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30여 분이나 남았는 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 가득 싸온 과자와 귤을 먹으며 관람의 여유를 부렸다. 잠시 후 정각 3시, 축포를 터트리며 축구가 시작됐다. 가끔씩 관람하는 야구는 끝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지만, 축구는 정확하다.

전반전은 아쉽게도 0:0으로 끝났다. 후반 들어서 박기동이 멋진 선제골을 넣자 모두들 환호하며 기뻐했다. 여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실수로 상대방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관람객들은 조용했다. 하지만, 박기동과 김동섭의 추가골과 상대팀의 추가골로 경기는 3:2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일어서서 선수들을 열렬히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빛의 도시 광주의 승리를 축하라도 하듯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비췄다.

박기동과 김동섭의 추가골과 상대팀의 추가골로 경기는 3:2로 마무리 빛의 도시 광주의 승리를 축하라도 하듯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비췄다.
▲ 박기동과 김동섭의 추가골과 상대팀의 추가골로 경기는 3:2로 마무리 빛의 도시 광주의 승리를 축하라도 하듯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비췄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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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민주, 청소도 깨끗이

마이크에서 공식 집계한 관중수는 3만6241명. 관중들을 위한 깜짝 선물인 상품권이 의자밑에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봐도 없다. 경품당첨번호가 불릴 때마다 서포터즈석 앞에 놓인 모닝이 내것이라 여기며 다들 기대하던 시민들. 1등 번호가 불리자 모두들 아쉬워하며 자리를 떴다. 다들 너도나도 한 손에는 봉지를 든 채 말이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시민주라서 그런지, 주변의 쓰레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 가족도 과자를 가득 담아왔던 검정 비닐봉지에는 쓰레기가 대신 채워져 있었다.

경기가 이겨서인지 간식을 많이 챙겨가서인지 신나하는 아들의 모습에 2002년 월드컵 당시를 떠올렸다. 한 살짜리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경기를 보러 왔던 그 경기장이다. 2~3시간 동안 외할머니 등 뒤에서 쉬지 않고 울어서 목이 쉬어버렸던 그 아들이, 이제는 11살이 되어 축구를 보는 내내 즐거워했다. 광주FC는 두 차례의 원정경기를 한 후 4월 초에 또 다시 홈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그땐 가족 모두 노란 옷을 입고 서포터석에서 신나게 응원해 볼까나?
첨부파일
110305 fc.hwp


#광주FC#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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