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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구 경인전철 인근에 위치한 대주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목화연립.
 인천 부평구 경인전철 인근에 위치한 대주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목화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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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지속돼온 인천 부평구 십정동 고압송전선로 문제가 일단락됐다. 부평구는 7일 십정동 고압(354킬로볼트) 송전선로 이설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과 '송전선로 이설 후 지중화'에 합의했다. 이로써 2005년 12월 백운초등하교 학부모들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해 불거진 송전선로 문제가 일단락됐다.

홍미영 부평 구청장과 주공뜨란채·한국·동보아파트, 용우빌라 주민, 목화연립재건축정비사업조합, 백운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은 이날 부평구청 3층 상황실에서 '십정동 목화연립 재건축에 따른 송전선로 이설과 민원 해결을 위한 합의조정문'에 서명했다.

조정문은 ▲ 지중화를 위한 공동 노력과 송전선로 이설 공사 ▲ 십정동 고압선로 지중화 민관협의회 구성 ▲ 용우빌라 개보수 ▲ 목화연립과 백운2구역 조합은 60일 이내에 3억 원을 예치해 주민공공편의시설 지원 등을 담았다.

이번 합의로 목화연립조합이 지난 5일 착공한 송전선로 이설 사업과 재건축사업에 탄력이 예상된다. 또한 백운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운2구역 역시 고압 송전선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지장을 받아왔다.

홍 구청장은 송전선로 이설 합의와 지중화 추진을 위한 성명서를 통해 "노후 주택(목화연립)의 재건축을 추진해 송전선로 이설이 대두됐고 주민간 갈등이 발생됐지만, 지중화사업에 400억원의 재원 조달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며 "현재 지중화사업 재원 조달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시, 구가 노력하고, 지중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지자체에서 갈등 조정을 한 좋은 모범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중화사업을 위해 설계비로 시로부터 4억 2500만 원을 지원받았고, 구도 추경에 4억2500만 원을 확보해 조기에 지중화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목화연립 재건축과 백운2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부평구와 십정동 주민대표들은 7일 ‘부평구 십정동 목화연립 재건축에 따른 송전선로 이설과 민원해결을 위한 합의 조정문’을 발표했다.
 목화연립 재건축과 백운2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부평구와 십정동 주민대표들은 7일 ‘부평구 십정동 목화연립 재건축에 따른 송전선로 이설과 민원해결을 위한 합의 조정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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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최초 공공갈등조정제도 도입

부평구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갈등조정제도를 도입했다. 국가정책이나 각종 공공사업 등을 놓고 정부, 지자체와 주민들이 벌이는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을 포함한 당사자 간 상호소통을 원활하게 할 '제3자 조정 방식'을 공공갈등조정이라고 한다.

대개 갈등의 해결이 사법기관의 재판을 통해 이뤄지고, 오랜 재판 기간과 과도한 소송비용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공공갈등을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제3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서 대안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방식을 취하고 있다. ADR은 법적 해결이 아닌 비공식적 해결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협력적 문제해결(CPS: Collaborative Problem-Solving)의 모델을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도 참여정부 때 입법이 추진됐지만 제도화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갈등조정관을 임명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 구청장은 십정동 송전선로 이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공공갈등조정관을 임명했다. 김미경 갈등조정관은 주민간담회를 비롯해 이해당사자 면담을 통해 갈등을 분석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이번 합의조정문을 이끌어냈다.

김미영 조정관은 7일 기자와 한 인터뷰를 통해 "인천시, 부평구와 주민이 한축이 되고, 다른 축으로 한전이 있다, 이번 합의조정문 도출을 통해 십정동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를 통해서도 예산 확보와 한전 설득 작업을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청장도 "무엇보다 사람간 신뢰가 중요하다. 갈등조정관에 대해 처음엔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을 열고 함께 해줬다"며 "어제도 이해당사자들이 밤 10시까지 눈물도 흘리면서 합의했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주요 이해 당사자인 우리는 왜 없냐"

 송전선로를 이설하기 위해 부평도서관 인근에 세운 송전탑. 2009년 9월 목화연립조합 측이 송전선로 이설공사를 재개하자, 이 지역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송전탑 아래서 송전선로 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
 송전선로를 이설하기 위해 부평도서관 인근에 세운 송전탑. 2009년 9월 목화연립조합 측이 송전선로 이설공사를 재개하자, 이 지역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송전탑 아래서 송전선로 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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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전선로 문제 해결을 위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이날 합의조정문 발표 기자회견장을 찾은 동암신동아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달 10일 전기 공급 시설 인가 공람 때 불가 의견을 밝혔음에도, 신동아를 배제하고 조정문을 도출했다"며 "신동아 주민들은 조정문에 찬성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신동아아파트 입주민 맹재흥씨도 "구에서 협의 테이블에 나오라고 한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피해를 보는 신동아 주민들은 전혀 모르는데, 마치 주민 합의가 된 것처럼 구가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백운초등학교 학생들의 건강권은 누가 책임질지 모르겠다. 구청장의 치적 쌓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덧붙여 "신동아 주민들은 이번 합의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 구는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십정동 송전선로 관련 갈등 경과]

2000. 7. 목화연립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
2005. 12. 백운초등학교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송전선로 이설 반대 민원 제기
2009. 10. 주공뜨란채·동보·한국아파트, 용우빌라 등 이설 반대 민원 제기
2010. 7. 28. 홍 구청장 취임 후 문제 해결 위한 주민간담회 개최
2010. 12. 31. 사업시행변경 인가 및 실시계획변경 인가
  *주택재건축사업 기간 연장 : 2011. 12. 31. ~ 2013. 12. 31.
  *송전선로 이설 사업기간 연장 : 2009. 12. 31. ~ 2013. 12. 31.
2011. 1. 7. 이설 번대 주민들, 실시계획변경 인가 항의
2011. 1. 10. 구, 민주당 손학규 대표 구청방문 시 지중화사업 지원 요청
2011. 1. 20. 홍 구청장 주민설명회 개최(부평아트센터)
2011. 2. 1. 구, 공공갈등조정관 위촉
2011. 2. 17. 시, 민원 해결방안 모색 간담회 개최
2011. 3. 2. 지중화협의회 구성을 위한 조합, 주민간 1차 상생협의
2011. 3. 18. 지중화 추진을 위한 협의회 구성
2011. 4. 1. 상생협의회 3차 회의
2011. 4. 5. 주민총회 결의. 송전선로 이설을 위한 예비공사 진행
2011. 4. 6. 조정합의문 서명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o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구#송전탑#송전선 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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