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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늦게 온다며 택배회사나 기사에게 독촉 전화를 한번쯤 해보았을 거다. 심하게는 택배기사와 말다툼도 해봤을 거다. 솔직히 택배가 늦게 오면 짜증난다. 택배기사들은 이 때 어떤 입장일까. 

 

"솔직히 12년 동안 택배 배달하면서 싸운 기억만 나요."

 

올해 12년 째 안성 공도에서 택배업을 하는 김용탁 소장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12년 택배 배달하면서 고객들과 늘 "배달이 왜 이리 늦느냐"는 단일 주제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김 소장이 12년 전 택배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안성 사람들 중 택배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부산에서 온 택배 물건을 배달해주면 "부산에서 직접 운전해오느라 수고했다"며 여비까지 쥐어주는 시골 어르신들 때문에 웃곤 했었다고. 그 시절엔 안성 전체를 통틀어서 하루에 70개도 안 되는 물량이 배달되곤 했단다.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해 무엇이 제일 달라졌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1초도 망설임 없이 "요즘은 전에 보다 고객의 택배 독촉 시간이 아주 빨라졌다. 이유 불문하고 하루만 늦어도 야단을 친다"며 웃는다.

 

간혹 분명 물건을 배달했는데도 배달 받지 않았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어 기사들이 속이 터질 때도 있단다. 하는 수 없이 죄송하다고 하고, 보상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어떤 경우는 쌀 몇 자루를 택배로 가져가면 안방, 건넌방, 창고에 들여 놓아 달라고 하기도 한단다.

 

그는 "고객들은 2500원 택배비용으로 250만 원의 서비스를 요구한다. 고객의 서비스 기대치와 택배기사의 서비스 견해가 달라 늘 말다툼이 일어난다"며 다툼의 원인을 밝혔다. 그럴 경우 김 소장은 택배기사를 대신해서 고객에게 "우리는 문전 배달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며 고객의 양해를 구하곤 한단다.

 

"코피 터지게 일해도 일한 대가는 적어요."

 

이 말을 하는 김 소장의 말투에서 안타까움이 한껏 묻어난다.

 

택배기사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그럼 퇴근 시간은? 그야 물론 그날 택배 물건 다 배달해야 끝난다. 그게 보통 오후 8시에서 9시. 한 사람이 보통 150~200집 정도는 돌아야 한다. 엄청난 양이다. 그러고도 다 배달하지 못해 하루를 넘기곤 한다. 그들은 1년 내내 공휴일 빼고 모두 일한다.

 

특히 명절 등 성수기 때는 택배가 폭주한다. 택배가 폭주해도 대타를 기용할 수 없다. 지리를 알아야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소장은 말한다. "명절 때 되면 우린 죽어요 죽어"라고. 바쁠 때는 식사할 틈도 없다.

 

그나마 월요일은 비교적 물량이 적어 수월하다. 하지만 김 소장 표현에 의하면 "'화 수 목'은 바빠서 죽어요 죽어"란다. 그것 참 죽기도 자주 죽네 그려. 고객은 무조건 '빨리'를 원하고, 배달할 물량은 많으니 그럴 수밖에.

 

그렇다고 일인당 물량을 적게 할 수도 없는 속사정이 있다. 택배비 2500원에서 택배기사는 700~900원 사이의 금액밖에 못 건져간단다. 그 금액으로 차량연료비와 유지비를 빼고 나면 얼마나 남을까 싶다. 그러니 배달 물량을 줄일 수도 없다. 배달 물량을 줄이면 기사 일인당 최저 임금 수준도 못 맞추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택배기사들의 이직률이 높다. 보통 5~6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는 형편이란다. 몸은 축나고, 여유 시간은 없고, 수입은 적은 탓이다.

 

"택배 서비스의 질이 열악한 것은 모두 택배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죠."

 

김 소장은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진단한다. 한 때 우후죽순처럼 택배업체들이 생겨나니 택배단가가 내려갈 수밖에. 그렇게 택배 단가가 내려가고 나서 그 많던 택배 업체와 영업소가 문을 닫기 시작했으니 괜히 택배단가만 낮춰 놓은 셈이라고. 택배 단가가 낮으니 택배 물량이 많아도 결국은 적자운영을 하게 되어 폐업을 하게 된단다.

 

"택배가 살려면 절대로 영업하지 마라"

 

한 사업이 살아나려면 영업은 기본이거늘 이거 웬 엉뚱한 소리? '택배 영업' 내용이야 다른 업체보다 택배비를 낮춰주겠다는 건데, 그게 고스란히 제 살 깎아 먹기로 돌아온다는 것. 또한 영업하면서 한 약속들을 지키지 못해 괜히 신뢰만 잃게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고객에게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최상의 영업전략"이라며 김 소장는 12년 택배 노하우를 밝힌다. 그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실수를 하면 고객을 다 놓쳐 버린다"고 고백한다. 영업을 안 하기에 그는 그 흔한 명함 한 장 없다.

 

자신도 직접 택배 하느라 바쁘다는 김 소장과 겨우 시간을 잡아 인터뷰를 끝내니 오후 8시경. 아직도 택배 창고엔 불이 환하고, 택배기사들의 차는 부지런히 들락날락하고, 쌓인 택배 물건은 태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1일 안성 공도의 A택배 안성 대리점에서 김용탁 소장과 이루어졌다. 


#택배#택배기사#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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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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