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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나라당 불자 의원 20여 명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100배를 올렸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 번 한 번의 절을 올리며 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가슴에 새기며 올렸다면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나라당과 불교계를 소통하게 하는 작은 물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 불자라는 명분으로 불교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어찌해 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으로 방아깨비처럼 콩닥콩닥 관절운동만을 한 것이라면 불편한 관계를 더 불편하게 하는 어리석은 집단행동이었음이 머지않아 판명나리라 생각됩니다.

불교행사에서 가장 많이 봉독되는 경, 반야심경

법회마다 빠지지 않고 봉독되는 경이 반야심경이니 이들 역시 반야심경을 봉독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260자가 전부인 아주 짧은 경이지만 가장 많이 봉독되고, 가장 널리 알려진 경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반야심경 / 현봉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4-13 / 13,000원
 반야심경 / 현봉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4-13 / 13,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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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불자라면 다들 외우고 있는 짧은 경으로 그 260자에 담긴 뜻이나 의미는 지극히 대단하고 오묘하지만 정작 그 뜻이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가 궁금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야심경 260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봉독만 한다면 알지 못하는 만큼 반야심경에 담긴 심오한 뜻과 의미를 보지 못하게 되고, 보지 못하는 만큼 반야심경을 알지 못하게 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한 바가지의 물처럼 그런 안타까움을 해소 시켜줄 수 있는 책, 옹달샘 가에 놓여있는 조롱박 같은 반야심경 해설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송광사 광원암에서 진각국사 원조탑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정진하고 있는 현봉스님이 쓰고,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반야심경>(현봉 저, 불광출판사 펴냄)이라면 그런 안타까움 쯤 어렵지 않게 해소시켜 줄 것입니다.

아~ 반야심경 260자 한 자 한 자에 이렇게 깊은 뜻이

책에서는 반야심경에 담긴 깊고도 넓은 의미, 260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오묘한 뜻과 의미를 해부도를 그려나가듯 펼치고 접어가면서 쉽고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알 수 없는 신(神)을 맹목적으로 신앙하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 지혜의 종교이다. 그 깨달음 즉 지계가 반야바라밀이며 연기의 법칙이며 공의 원리인 것이다.- 61쪽 -

시쳇말로 양파껍질을 벗기듯 글자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해석하며 나오게 되는 또 다른 의미까지도 세세하게 설명하고 해석하고 있어 오솔길을 걷듯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어느새 반야심경이라는 깊은 깨우침의 골짜기에서 서성이게 됩니다.  

순야를 의미하는 숫자 0은 대단히 재미있는 숫자이다.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숫자이며, 무한(∞)으로 통하는 분자이다. 사칙연산에서 0은 덧셈과 뺄셈을 할 때 아무 의미가 없는 무력한 수이지만 곱셈에서는 모든 것을 0으로 바꾸는 전능한 수이고, 나눗셈에서는 어떤 수도 0으로 나눌 수 없는 금단의 수미면서 모든 것을 무화(無化)시켜 흡수하는 수이다.- 75쪽 -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고 하니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하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스무고개를 풀어 나가듯 쉬우면서도 반복되지 않는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어 사뭇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지루하지 않게 흐르지만 아래를 향하는 계곡물처럼 반야심경을 향해 흐를 뿐입니다.   

공(工)은 만들어지다, 생기다, 변하다는 뜻이다. 공(工)은 二(이)와 丨(곤)이 된다. 二(이)는 둘, 거듭, 버금의 뜻이 있다. 丨(곤)은 뚫다, 위아래로 통하다, 연결하다는 뜻이다. 二(이)는 서로 나누어져 대칭되는 것이니, 아래와 위, 음과 양, 하늘과 땅,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 물질과 정신, 너와 나, 주(主)와 객(客) 등의 이원적인 것이다. 丨(곤)은 셈대를 세워서 위아래가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을 말하니, 서로 소통하고 관계하고 의지하게 하는 것이다.

工(공)은 이원적인 것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하고 의존하게 하는 것이니, 음양이 서로 통하고 위아래가 통하고 물질과 정신이 서로 통하고 형이상적인 정신과 형이하적인 물질이 서로 통하게 하고 모든 상대가 서로 의존하며 통하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통하여야 자식이 태어나고, 물질도 음양이 통하여야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저것을 만나면 또 다른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물질의 연기관계를 이용하여 생산하고 만드는 것이 바로 공작(工作)이며 그런 직업이 공업(工業)이다. 공(工)은 바로 연기(緣起)를 말한다.

공(空)은 穴속에 工이 합해져 된 글자이니, 곧 크고 작은 틈 속에서 진행되는 온갖 연기되는 것이다. 또한 공(空)은 텅 비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공(空)은 본래 텅 빈 가운데 무한히 펼쳐지는 틈인 시간과 공간 속에 생겨나서 늘어나고 줄어들다 사라지며 연기하는 만물의 충만한 모습이다.  

'공(空)' 한 자를 설명하고 있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반야심경 260자 한 자 한 자는 물론 여러 형태로 전해지는 반야심경에 대한 배경까지도 두루두루 섭렵할 수 있는 깊고도 넓습니다. 

급하게 마시는 물에 체하기라도 할까봐 버들잎 하나 동동 띄워 주듯이 아함경에서 반야심경까지를 1장에서 설명하고, 151쪽이나 되는 2장에서 반야심경 260자에 담긴 의미와 뜻을 돋보기로 보여주듯이 설명해주고, 새겨줍니다.

반야심경 약본과 반야심경 광본을 부록으로 싣고 있어 너무나 깊고 오묘해 감히 새길 수 없을 것만 같던 반야심경에 담긴 뜻과 의미를 조금이라도 보게 되니 보는 만큼은 알게 되고, 아는 만큼씩 더 보이게 되니 입으로만 봉독하던 반야심경조차 공한 것임을 깨우치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대승불교의 정수 반야심경 / 현봉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04-13 / 13,000원



반야심경 - 대승불교의 정수

현봉 지음, 불광출판사(2011)


#반야심경#현봉#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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