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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4·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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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회의장인데 그 수준이 너무 천박했다. 지금까지 전두환 정권 이래로 국회가 반대토론을 표결에 부쳐 중간에 종결시킨 적 있나? 항의했더니 박희태 의장은 아니꼽다는 듯 '의석비율로 따져봐'라고 했다."

당선증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초선 국회의원 김선동(44) 민주노동당 의원. 그는 6선의 박희태 국회의장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지난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반대토론을 막은 박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다 "들어오자마자 이게 뭔 짓이냐"고 '훈계'를 들었던 터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피해를 입을 축산농민, 영세상인을 자신의 어머님, 누이동생이라 생각했다면 그랬겠냐"며 답답해했다. "아버지가 날 대학에 보내기 위해 남의 논에 농약을 뿌리다가 쓰러지기도 했다"던 소작농의 아들,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당연하다는 듯 노동현장의 일용직 배관공이 된 '진보주의자'다웠다.

4.27 순천 재보선에서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 그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로 돌아오라"며 비상농성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민노당의 농성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야권연대로 돌아온 것 아니냐"며 웃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무공천 불복한 민주당 지역 조직, 순천시민 명예 실추시켰다"

- 선거 초반, 순천은 '무늬만 야권연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민주당 중앙당이 무공천 결정을 한 것도 역사적 대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지원유세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민주당 지역조직이 중앙당의 결정을 수용해 야권연대에 협조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역 당 조직을 맡았던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이 점에 소홀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분이 현직 시·도의원을 설득해 중앙당의 대승적 결단을 수용케 했어야 했는데…. 야권연대 정신이 순천에서 훼손됐다는 이미지가 생겨 순천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데 일조했다."

- 서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 후보를 배제한 후보단일화 방식과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 결렬 등으로 인해 민주당 지역조직의 협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나.
"이미 중앙당이 무공천을 말한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를 어떻게 (단일화 경선에) 포함시키나. 그 말 자체가 중앙당의 무공천 방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6.2 지방선거 야권연대 결렬을 재보선 야권연대와 연결 짓는 것도 무리다. 우선 민주당이 함량 미달의 후보를 공천했다. 그럼에도 민노당은 후보단일화 의사를 밝히고 정책연합에 대한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 측에서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

- 결국 2012년 순천 총선 때도 이번 재보선이나 6.2 지방선거 때처럼 야권연대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나.
"이번 재보선을 통해 호남 민심을 지역감정으로 이해한 정치인들은 몰락한단 사실이 증명됐다. 또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높은 지지는 민주주의·서민경제·평화통일에 대한 지지였음을 보여줬다. 이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려는 분은 야권연대에 뜻을 같이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나라의 국회의장인데 그 수준이 너무 천박"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김선동 의원이 박희태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김선동 의원이 박희태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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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EU FTA 비준동의안 저지 로텐더홀 농성이 첫 의정활동으로 기록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야권연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단 진단도 나왔다. 어떻게 평가하나.
"민노당의 농성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야권연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다. 아직도 민주당 내에서 야권연대를 선거공학으로만 이해하는 인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노당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시 본회의장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반대토론 종결에 대해 항의하다가 "들어오자마자 무슨 짓이냐"고 훈계를 받기도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 나라의 국회의장인데 그 수준이 너무 천박했다. 전두환 정권 이래로 국회가 반대토론을 표결에 부쳐 중간에 막은 적 있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싶어 항의했더니 박희태 의장이 아니꼽다는 듯 '의석비율로 따져봐' 했다. 그 말이 너무 어이 없어 '의장님!'하고 소리치니 '들어오자마자 이게 뭔 짓이야' 이랬다. 술집에서 만취해 싸우다 나온 말도 아니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의장이 그럴 줄은 몰랐다. 어안이 벙벙해졌고 가슴이 아팠다. 피해 입을 축산농민·영세상인이 자신의 어머니나 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랬을 수 있나 싶었다."

"사상 고백하라고 강요하는 건 파시즘"

 김선동 의원은 "그동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호남은 이제 진보정치의 기관차 역할을 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은 "그동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호남은 이제 진보정치의 기관차 역할을 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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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도 한층 더 강조됐다. 그러나 진보신당·사회당 등은 북한 문제, 패권주의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패권주의 운운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패권주의를 입에다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패권적 행태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정파만 챙기면서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지금의 민노당이 태생적으로 패권주의적 경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됐다."

- 또 다른 쟁점인 북한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이제 우리는 머릿속에서 공허한 관념적 대결을 벌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나의 사상을 남에게 강요하고 상대방에게 사상을 고백하라는 것은 파시즘이다.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관점에서 북한을 대하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면 된다. 흡수통일 혹은 전쟁을 운운할 게 아니라면 이외의 것들은 공연한 관념상의 불필요한 논란일 뿐이다."

-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통합 범위에 대한 의견 차가 있다. 참여당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진보정당은 민주주의·서민경제·평화통일로 압축된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특히 서민경제 부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농민과 중소영세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지가 핵심이다. 지금의 당 간판, 선수들의 지나온 경력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참여당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태도를 정강·정책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 의원 임기가 1년뿐이다. 의정의 최우선 과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통합과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진보정치대통합과 야권연대 강화에 적극 복무하겠다. 또 노동자·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 그 밖에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순천의 지역 현안들도 잘 챙기겠다. 특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관차였던 호남이 진보정치의 기관차가 될 것이라 믿는다. 힘을 다하겠다."


#FTA#순천#김선동#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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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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