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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쁩'니다. 아니 '잔인'합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듭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그 사람이 자기 정치하다가 자기 성깔에 못이겨 그렇게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은 <뷰스앤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그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한 것도 비하지만 서거를 "성깔에 못이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 발언이 오는 7월 4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나온 말이라 더 충격입니다.

 

집권여당 당 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면서 "성깔에 못이겨 갔다"니. 사람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이상하게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오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 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 같지만 '방점'은 "개나 소나"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 대통령 비난 발언, 한두 번이 아닙니다

 

홍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 "지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며 "혈세를 낭비해 봉하에 웰빙숲을 조성했다"고 하면서 현장조사를 주장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2주기가 다가와 아방궁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그는 지난 5월 23일 자기 트위터에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는 그 집주변 환경정비비용으로 천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방궁이라고 했습니다. 확인해보시지요. 그 보고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지요.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가 집주변 환경정비비용으로 1천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고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집 주위와 집은 엄연히 다른 데도 홍 의원은 이를 노 전 대통령 사저와 동일시 했습니다.

 

홍 의원은 지난 달 25일 대구 매일신문 강당에서 열린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특강 후 일문일답에서 "당시 '아방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집 주변 환경정비 비용으로 1천억원에 가까운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23일 한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차명계좌' 논란이 한창일때인 지난해 8월 30일 한나라당 연찬회의에서 "청와대가 자신이 없다면 현재 고발돼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겠느냐. 청와대에서 차명계좌 존재여부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까 임명한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또 연찬회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는 "노무현 차명계좌 밝혀지면 진보진영 10년 무너진다. 노무현은 자살하면서 진보진영의 신화가 됐다. 우리 쪽에는 인질이 조현오 한 명이지만 저쪽은 진보진영 전체가 인질이다. 이런 불리한 도박을 저쪽에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쿠키뉴스. 2010.8.31)

 

노무현, 전두환·노태우보다 더 나쁘다?

 

이보다 더 앞서 홍준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인 2009년 5월 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아 정치하는 데 많이 사용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적 사익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뇌물 받은 것이다. 전·노 전직 대통령 돈의 성격보다 더 나쁘다"면서"아들 집 사주고 투자하는데 썼으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고 독설을 내뱉었습니다.

 

노무현와 전두환·노태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과연 맞는 비유일까요? 그러니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성깔' 때문으로 조롱하면서 욕되게 하는 망발을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겠다니 통탄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홍준표#노무현#아방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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