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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미래는 그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달려있다. 그러기에 그 나라의 어린이들을 어떻게 교육 시키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지나온 학창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초등학교 코흘리개 시절이 유독 기억에 남고 또 그 시절에 만난 친구들이 인생에서 가장 오래 간다고들 한다. 이는 순수한 동심을 가지고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는 성장기였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우리가 흔히 듣는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도 그만큼 어린 시절이 한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미래와 한 인생의 어린 시절의 교육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교장선생님이 있다. 그녀가 바로 학생 111명, 유치원생 22명이 다니고 있는 전남 나주시 다시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김하이 교장선생님이다.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1952년 나주시 영산포 새끼내(가야동 운곡리)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지금껏 고향을 지키면서 고향 땅에서 고향의 어린 후학들을 한 평생 길러오고 있다.

 

"영산포 서초등학교, 영산포 여중, 영산포 여고를 거쳐 목포교육대학을 진학하고 전남대 교육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38년째 교육계에 투신해 왔어요."

 

김하이 교장 선생님은 가난한 학창 시절을 가슴 아프게 회상한다. 영산강이 휘돌아 흘러가는 영산포 새끼내는 비가 오면 홍수가 났고 홍수가 나면 공부를 하다가도 나무다리를 건너 일찍 집으로 귀가를 해야만 했다. 그 시절 김하이 교장 선생님이 살던 새끼내는 가장 가난했고 환경 또한 열악한 곳이었다.

 

보리밥도 귀해 들에 풀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살아야할 만큼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김하이 교장 선생님은 영산포 여고시절 공부를 잘했는데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당시 세계사를 가르치던 이계문 선생님의 도움으로 나주시 영광동에 있는 기아자동차에 취직하였는데 그 길은 김하이 교장선생님이 갈 길이 아니었다.

 

그것을 안 이계문 선생님이 김하이 교장선생님에게 다시 공부 하도록 배려해 주었고 마침내 가장 학비가 싼 목포 교육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때 이계문 선생님이 입학금을 대신 내주었고, 하숙집과 가정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까지 알선해 주었다.

 

"그때 그 이계문 선생님의 덕택으로 저는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그때 마음 속으로 결심했어요. 나도 반드시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고요."

 

물론 당시 김하이 교장선생님이 영산포 여고를 다닐 시절 학생회장을 지냈고 예비고사에 유독 혼자 합격할 만큼 공부를 잘하기도 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한 사람의 위대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기르기도 하는 것이었다.

 

목포 교육대학을 졸업한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영암 종남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제자를 가르치기 시작해서 지금 다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기에 이르기까지 줄곧 한 길을 걸어왔다.

 

"우리 어린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주고 바른 인성을 길러 주는 교육이 가장 중요해요. 대학 진학만을 위해 지식만을 강조하는 교육적 풍토를 지양하고 창의적인 인성교육을 기초로 한 지식 교육이 되어야 만이 풍부한 감성과 교양을 가진 아름다운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고 또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게 되지 않겠어요."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바른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른 인성을 길러 주기 위하여 다시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히 김하이 교장선생님이 직접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글씨 바르게 쓰기' 지도이다. 어린 학생들이 직접 쓴 공책을 김하이 교장선생님이 직접 보고 칭찬과 지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전교생 1인 1악기 지도이다. 1학년 실로폰, 2학년 멜로디언, 3학년 오카리나, 4학년 바이올린, 5학년 플롯, 6학년 락밴드(보컬, 드럼) 등을 가르치고 또 가야금과 무용을 가르친다.

 

 

이러한 김하이 교장선생님의 각별한 배려로 다시 초등학교 급식실에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아이들이 밥을 먹는다. 우리 어른들이 가정에서 행했던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김하이 교장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우리 음식 먹기, 편식 하지 않기 교육 등을 시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남은 것을 버리는 잔반통에 고춧가루를 하나도 묻히지 않고 깨끗하게 버린다고 한다. 화장실에도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항상 집 화장실보다 깨끗하게 관리한다.

 

"깨끗한 것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라야 이 다음에 커서 깨끗한 사람이 되지요. 머리로만 배우는 지식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아요. 바른 인성을 가진 그 위에 쌓은 지식이라야 지혜가 되어 이 나라에 큰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 속담에 나물 먹고 이 쑤신다는 말처럼 권력 명예 간판만을 위한 허세만을 길러내는 학벌 위주만의 교육이 되어버린 측면이 너무 많아요. 이는 바른 엘리트 교육도 아니고 망국으로 치닫는 길이기도 하지요."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작금의 우리 교육의 실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 결과만을 중시하는 교육, 지식우월주의 실태를 지적한다. 그러나 지적과 비판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초등학교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하여 지적부분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각 학년별로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시험도 치른다. 그리고 공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오후 4시 30분까지 악기 지도를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공부 하는 아이들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교육적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지요. 우리는 소수라는 강점이 있어요. 우리가 훨씬 더 좋아요. 아이들 인성교육도 잘하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어요. 우리 선생님들이 얼마나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리지 않겠어요?"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농촌학교라고 해서 도시학교보다 못할게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오히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앉아 공부하는 도시학교보다 자연 속에서 풍부한 감성을 배우고 익히며 자라나는 농촌아이들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물론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올해 벌써 8명의 학생이 도시 학교에서 전학을 왔다.

 

그런 당당한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언젠가 학부형이 사과 한 박스를 보내오자 잘 먹겠다며 5만원을 그대로 입금해 드렸고, 전교어린이 회장에 당선된 학생 부모가 한 턱 낸다며 간식을 가져오자 한 턱 내는 그런 문화는 민주시민으로서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서 사사로운 학부모들의 간식은 절대 학교에 들여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촌지문화를 철저히 없애고, 우리 선생님들도 많이 변해야 하지만 또 우리 학부모님들도 많이 변해야 합니다. 교육이 인간이라는 보편적 명제 하에 긍정적으로 변해가야 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교육적 변화를 말하는 김하이 교장선생님은 다시 초등학교 어린이 중 다문화 가정이나 편부, 편모,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30%가 넘는다며 이 어린이들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동량으로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존심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김하이 교장선생님. 무엇보다도 도와주는 방법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만큼 졸업식 때도 학교장상이나 우등상 같은 차별화된 상들은 하루 먼저 아이들만 있는 자리에서 주고 졸업식 날 학부모 앞에서는 학생들에게 졸업장만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고. 

 

 

 "교육이란 무엇이겠어요? 부모 공경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그 효의 마음을, 인간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 아니겠어요. 바른 인성 교육, 창의적인 인성교육, 인간화 교육이야말로 진짜 참교육이지요."

 

김하이 교장 선생님이 그 말을 하고 있는 그때, 교장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한 어린 학생이 들어왔다. 1학년쯤 되어 보였다.

 

"선생님 엄마가 전화 안 받아요. 핸드폰 좀 걸어 주세요."

"응 그래! 어서와! 엄마가 바쁘신가 보다. 전화 번호 있어?"

 

김하이 교장 선생님은 벌떡 일어나 그 어린 학생을 친손녀처럼 반갑게 맞이하더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주도록 선생님을 연결해 준다. 그 모습은 위선이 아니라 몸에 밴 자연스런 행위였다.

 

교육이란 이처럼 선생님과 학생간의 세심한 배려와 소통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기에 우리 교육이 일류대학 진학과 지식 습득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모든 기본적인 것을 망각해 버리는 누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나 세계화 무한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교육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이라는 위대한 명제가 무수히 짓밟혀 버리기도 한다.

 

이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명제를 우리 교육이 회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 교육은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과 관련한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부디 김하이 교장선생님의 바른 인성 교육이라는 교육적 실천이 우리 인간의 근본을 깨닫고 가르치고 배우는 이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아름다운 인간화 교육으로 활짝 꽃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해마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김하이 교장 선생님의 두 따님도 현재 교사로 재직 중이다. 두 따님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지면 관계상 편지는 여기 게재하지 못하고 저의 오마이 뉴스 개인블러그에 편지를 올려 놓았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보시기 바랍니다. 
http://blog.ohmynews.com/koldstory/


#인성교육#교장선생님#다시초등학교#참교육#인간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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