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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은 4대강 사업을 기후변화에 대비한 매우 효율적인 방안이자 친환경 녹색사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자는 것"(제5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

"여기 와보면 강이 되는대로 (범람)했었는데 지금은 정비가 싹 돼서 천지개벽한 것 같다"(지난 4월 5일 식물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변에서 나무심기를 하면서)

"4대강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아마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아마 금년 가을이면, 추석이 지나면 4대강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지난 4월 15일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天命)처럼 여겨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대한 주옥같은 어록들 중 일부만 뽑은 것이다. 하지만 4대강은 '죽이기' 사업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6일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현장에서 고무보트가 뒤집혀 실종됐던 수심측량업체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어 벌써 생명을 잃은 사람만 22명이다. 특히 낙동강 18공구는 올해만 5명이 숨져 '죽음의 공구'가 되어버렸다. 살리기는 온데간데없고 죽이기만 판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핵심이 수자원 확보라고 했지만 지난 달 8일 새벽 경북 구미시 낙동강 해평취수장 가물막이 보가 붕괴되면서 구미시민들이 며칠 동안 화장실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마시 물도 급수차에서 받아 먹어야 했다.

구미 단수 사태 당시 구미시 누리집 자유게시판은 분노 글들이 이어졌는데 '비판'과 '자조' 섞인 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위대한 4대강 사업 중에 발생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깟 수돗물 좀 안 나온다고 여러분의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한 아가페적인 사랑이 변하진 않을 거라 믿어요! 우리가 남이가."

위대한 4대강 사업이 낳은 비극인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구미 단수는 작은 비에도 맥없이 무너지는 4대강 사업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더 큰 비가 온다. 장마와 태풍이다.

장마는 이미 예상한 것이지만 태풍은 다른 해보다 빨리 온다. 기상청은 필리핀 마닐라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인 '메아리'(Meari)가 26일 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26일(일)~27일(월) 우리나라 제5호 태풍「메아리」의 직·간접적인 영향 가능성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26일(일)~27일(월) 우리나라 제5호 태풍「메아리」의 직·간접적인 영향 가능성 있다고 예보했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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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은 26일쯤 5호 태풍 메이라가 우리나라에 상륙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26일쯤 5호 태풍 메이라가 우리나라에 상륙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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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태풍이 만나면 엄청난 비가 내릴 수 있다. 특히 예보대로 메아리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 태풍 '워험반원'에 속해 더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 태풍의 위험반원은 반시계방향으로 부는 태풍 자체의 바람과 편서풍, 무역풍이 합쳐지면서 더욱 강한 바람이 만들지는 데 우리나라 피해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일례로 1959년의 사라호와 1987년의 셀마호 는 경남 내륙 지방을 통과하였는데 부산, 진주를 포함한 경남 해안 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은 바로 위험 반원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995년 7월 23일 충무, 여수를 통과한 태풍 패이는 사라호에 버금가는 935 hPa의 A급 태풍으로 시속 35 k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위험 반원에 놓였던 진주, 산청 등지에 많은 피해를 주었으며 주로 비보다는 강풍에 의한 피해가 더 심하였던 특이한 태풍이었다.(<기상청> 기상백과 '위험반원'과 '가항반원')

 위험 반원에서는 태풍의 풍향과 일반류의 바람(무역풍, 편서풍)의 풍향이 비슷하여 풍속이 더 강해진다
 위험 반원에서는 태풍의 풍향과 일반류의 바람(무역풍, 편서풍)의 풍향이 비슷하여 풍속이 더 강해진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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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를 보면 두렵다. 22일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mm 이상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며, 특히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23일(목)에 많은 비가 오고, 24일(금)과 25일(토) 사이에는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위치하여 충청 이남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하면서 이 비는 27일(월)까지 이어지겠다도 예보했다.

만약 기상청 예보대로 많은 비가 내리고 태풍 메이라가 우리나라 서해를 통과한다 4대강 삽질 현장이 견딜 수 있을까? 적은 비에도 무너졌던 4대강이 두려운 이유다. 다른 때는 기상청 예보가 틀렸다고 비판을 많이 했는데 이번 예보는 정말 틀리기 바란다. 지금 당장 되돌릴 수 없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다. 그러므로 비는 적게 내리고 태풍은 다른 곳으로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4대강#태풍#위험반원#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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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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