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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들이 김정권 사무총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지난 1일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들이 김정권 사무총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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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6일 오전 9시 40분]

"한나라당이 외통수에 걸렸다."

한나라당 소속 A국회의원은 '안철수 열풍'을 외통수라는 말로 표현했다. 안 교수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이렇게 해도 패배, 저렇게 해도 패배인 상황이 닥친다는 얘기다.

지난 2일 안 교수가 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있었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선 '안철수 출마는 호재'라는 인식이 많았다. 안 교수가 무당파를 내세워 무소속으로 독자출마해 3파전 양상이 되면 20~40대의 표를 야권 후보와 다투게 되고, 결국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5일 오전부터 이런 인식은 뒤집어졌다.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 반성하고 쇄신하자'는 정도로만 논평했지만. 실제 한나라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보다 훨씬 컸다. 한나라당 B의원은 "'안철수 출마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철저하게 깨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판단은 지난 주말부터 5일 오전까지 각종 매체들이 보도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가 압도적인 격차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출마 예상자들을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한나라당 C국회의원은 "3자 구도로 가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이전의 '제3후보'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거기다 안 교수가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응징'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반 한나라당'이라는 색채를 드러냈고, 시장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조만간 만나겠다는 등 야권단일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것은 한나라당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C의원은 "만약 안 교수가 불출마 하고 박원순 변호사가 안 교수를 업고 나와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박원순+안철수의 3자 대결구도가 돼도 이기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B의원은 "이젠 민주당이 안 교수에게 후보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민주당이 안 교수를 밀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단일화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3자 구도 형성 가능성이 더욱 줄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공격으로 '무당파' 이미지 희석... 선거 두 달 남았다"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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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안 교수 인터뷰를 보고 당 내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적잖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당직자는 "안 교수가 반한나라당이라는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한나라당을 구태세력으로 몰아간 것 자체가 안 교수가 기존 정치의 틀을 답습하는 모양"이라고 각을 세웠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공격한 것이 안 교수의 '무당파' 이미지를 상당 부분 깎아 먹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 당직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원장이 한나라당 지지자의 40% 정도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한나라당에 이렇게 각을 세우고 나선 것을 본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안 교수 지지 여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도 안 교수의 인터뷰에 대해 "기존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온 분이 하루 만에 차별화를 스스로 없애버릴 줄은 몰랐다"며 "안 교수가 본인의 정치색이 야권이라고 드러냈기 때문에 안 교수가 '무당파'인 줄 알고 있던 분들이 (지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의원도 "현재 시점에선 (안 교수는) 3자 구도로 간다고 해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면서도 "그러나 한 시간 뒤에 어떻게 될 줄 모르는 게 선거인데,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은 선거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행정경험이 검증된 바 없다. 밖에서 훈수를 둘 때와 직접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할 때는 사뭇 다르다. 정치는 더욱 그렇다"고 안 교수의 약점을 지적한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와 대립했던 오세훈 시장을 보면서 느꼈던 갈증, 갈등을 풀고 절충하는 정치력에 대한 갈증을 서울시민들이 느낄 때가 올 것이고, 시정을 누구에게 맡기는 게 좋으냐를 냉정하게 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정 달인 내세워야"...안철수 서울시장 나오면 박근혜 웃는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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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말은 그래도 한나라당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안 교수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새상품이 나오면 신선하다는 점에 끌리게 되지만, 시장 선거는 검증절차가 있기 때문에 안 교수에게서 확인되지 않은 행정능력과 정치력을 두루 갖춘 중량급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며 "정치권에 오래 있었던 사람보다는 국정운영 경험이 풍부한 행정능력면에서의 백전노장을 내세우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점에 착안해 '안철수 대항마'를 찾는다 해도 '안철수 열풍'의 기세가 드세 영입 대상자가 출마 결심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런저런 영입 대상자 명단과 하마평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선거 승리 비책은, 한나라당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서 안철수를 밀어주는 방법이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농담은 '안철수 열풍'에 대항할 비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기도 하다.

안철수 교수의 등장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니라 대선에 미칠 파급력을 내다보는 목소리도 들린다. C의원은 "안철수가 서울시장을 맡으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박근혜라고 본다"고 자답했다. 안 교수가 이번 보궐선거에 불출마하고 대권을 노리는 상황이 박 전 대표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 이사를 밀어주는 감동스런 장면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안철수 대권론'이 형성되는 동시에 진보세력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C 의원은 "안 교수가 진보쪽과 손을 잡으면서도 무당파 행보를 이어가서 '총선·대선 와일드카드 안철수'가 되면 박근혜 대세론에 구멍을 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민주당의 기득권자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장#안철수#대항마#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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