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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선언의 핵심 취지는 NLL을 갖고 서로 싸우지 말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통일된 나라를 전제한다면 NLL은 국경선이 아니다. 임시적 분단 상태에서 만든 일종의 한계선인 만큼, 이국간 국경분쟁과는 달리 대해야 한다는 것,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공유함으로써 그 성과를 함께 누리자는 것이 핵심이다."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주 잡은 손을 번쩍 치켜든 사진. 그 앞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서해평화협력지대로 공동 이해관계를 조성하면 충분히 지속가능한 성과를 누릴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송 시장은 '서해 평화 협력의 핵심 당사자'인 인천의 수장답게 10.4 남북정상선언을 잘 계승할 수 있을 것인가.

4일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토론회에서 송 시장이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협력사업을 9대 과제로 요약한 '인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또한 송 시장은 북핵 6자 회담 인천 개최 포부를 밝히는 등 올해 초 표명한대로 10.4 선언에 대한 계승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인천 이니셔티브, 고려 역사 공동 연구와 남북 공동어로 시범사업 등 포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송영길 인천시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송영길 인천시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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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해 평화와 남북 상생의 길을 묻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송 시장이 발표한 '인천 이니셔티브'는 역사, 생태 환경, 어업, 스포츠 등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과 관련하여 말 그대로 다양한 계획을 담고 있다. 일종의 '서해 공약'인 셈이다.

그 중 구체적인 '공약'으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남북 공동어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천시는 "물범을 비롯한 천연기념물과 해안사구 등 풍부한 생태자원을 기초로 해양평화공원을 지정하고, 해주 직항로를 개설하여 서해연안 접경 수역을 평화 수역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유네스코를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와도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 역사 문화 재조명을 통해 서해 지역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고려의 500년 도읍지였던 개성, 고려의 군사적·전략적 요충지였던 해주, 39년간 고려의 도읍지였던 강화도와 교동도 등 서해 연안 접경지역을 '고려'라는 '프레임'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 시장은 "지역 통합 차원에서 고려야말로 진정한 통일 정권으로 볼 수 있다. 고려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남북 통일 화해 협력에도 중요하다"며 "고려역사문화재단을 만들어 남북 학술 교류를 할 계획으로 개성 쪽에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송영길 "2014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일, 10.4 선언 7주년 기념일"

 4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토론회
 4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토론회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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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니셔티브'는 2014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 남북 간 스포츠 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과제도 포함시키고 있다. 토론회에서 송 시장은 "공교롭게도 9월 19일 개막하여 10월 4일에 폐막한다.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 기념식이 같이 열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 평화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서해 평화수역 설정, 인천-개성-해주 간 삼각경제협력벨트 구축, 교동도 평화산업단지 추진 등 그동안 송 시장이 꾸준히 제기한 대북 협력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민관 협력을 위해 인천 시민들과의 소통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는 '공약'도 포함시켰다.

이날 토론회에서 궁금했던 것은 이와 같은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축안에 대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의 반응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 등과는 '색깔'이 확연히 구분되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송 시장의 주제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김 대기자는 "서해 사건은 역설적으로 서해 공동개발과 평화의 중요성, 그리고 긴급성을 일깨워 준 큰 사건"이라며 "북한을 경제적인 서해 이해당사자로 만드는 것,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서해 개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서해평화협력지대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김영희 대기자 "이명박 정부, 10.4 선언 취사 선택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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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기자는 "서해 공동개발 구상의 추진은 남북 관계 전반과 병행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인천이나 서해 평화 모두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것만 몇 걸음 앞서 나갈 수 없다"면서 "이것이 큰 숙제"라는 말로 현 상황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당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전체 한반도 평화 문제 속에 북한 문제가 들어가고, 북한 문제 속에 북핵 문제가 들어 있다. 동심원으로 비유하자면, 북핵 문제는 동심원 맨 안쪽에 있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것을 우리가 조금 착각해서 이걸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 접근하니까 일이 잘 안 되고 있다."

또한 김 대기자는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선 정권의 구상이나 정책, 주요 외교적 합의가 백지화되는데, 이렇게 된다면 아무것도 발전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관료들은 열린 마음으로, 당파성을 떠나, 국제적·민족적 시각에 따라, 앞선 정권에서 구상한 대북 정책을 취사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기자는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이것은 객관적으로, 당파성을 떠나서 민족적·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명박 정부는 10.4 선언의 서해공동개발 합의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송영길 시장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께서..."

 '10.4 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토론회
 '10.4 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토론회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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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시장 역시 보충 토론을 통해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정상회의 사무소 위치와 관련하여 송 시장은 "가장 위치가 좋은 곳이 바로 우리 송도다. 외교부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고, 그래서 토지 1만평도 다 준비해놨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께서 서울 소재로 하라고 해서, 임시 형태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송 시장은 "이미 인천에 UN 등 국제기구가 10개 들어와 있다"며 "뉴욕에 UN 본부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제2의 맨하탄으로 발전할 우리 인천 송도지역에 동아시아 3국 정상회의 사무국이 있는 것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백낙청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우리가 진실을 직시하고, 진실에 바탕을 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남북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천안함 사건은 아직도 규명이 안 돼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북한 공격, 의도적인 조작, 또는 사고를 수습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경우 등 최소 3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상대가 얼마나 나쁜지도 분명히 알아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매사에 옳은가 하는 것은 또 전혀 다른 문제다. 주권 시민으로서 냉철한 인식을 가질 때 국민들이 남북관계 발전에도 적극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4 남북정상선언#노무현#송영길#김영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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