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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초 입구 동문회 날
▲ 천하초 입구 동문회 날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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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10월 30일 일요일 10시에 초등학교 동문 체육대회 행사가 있으니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곳에 가볼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간만에 가서 친구 얼굴이라도 보고픈 마음은 있었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창기야, 나 전하초 동기회 사무장인데 그날 올 수 있지?"

체육대회를 며칠 앞둔 날, 이번엔 전화가 왔습니다. 6회 동기 여학생에게서 온 것입니다.

"참가 비용이 얼마지? 난 못 가. 돈 없어서…."

솔직히 말했더니 동기생이 말했습니다.

"그냥 와라. 얼굴이나 한번 보는 거지 뭐. 알았제? 꼭 와라."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30일 오전 일어나 간단히 아침 챙겨먹고 제가 다닌 초등학교로 가보았습니다. 1회부터 7회 졸업생까지 참여했습니다. 기수마다 20~30명 단위로 왔습니다. 저는 6회 졸업생이었습니다. 1반부터 4반까지 초등학교 졸업 전에 찍은 사진을 넣어 현수막으로 만들어 걸어두었습니다.

'저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저는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저보고 잘 왔다고 했습니다. 올 형편이 못 되는 저에게도 아무 조건 없이 참여 기회를 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6회 동기회 저는 전하초등학교 6회 졸업생입니다.
▲ 6회 동기회 저는 전하초등학교 6회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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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전하초등학교 축구부와 우리가 어울려 공을 찼습니다. 전후반 20분 공을 찼는데 초등학생에게 3 대 1로 졌습니다. 저는 전반전 20분을 뛰었으나 워낙 몸치인데다 운동엔 취미가 없는 관계로 뛰어 다니는 게 힘들었습니다. 후반전엔 다른 분에게 기회를 넘겨주고 구경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엔 총동문회장 취임식을 하고 운동회에 들어갔습니다.

전하초 축구부랑 공차기 3대 1로 졌습니다.
▲ 전하초 축구부랑 공차기 3대 1로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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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벤트 업체에 맡겼는지 전문 사회자가 나와 운동회를 진행했습니다. 오리발 뜀박질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풍선 터트리기와 여럿이 모여 함께 공 치기 놀이도 했습니다. 모두 옛날로 돌아간 듯 재밌어 했습니다. 운동회가 끝나고 노래자랑을 시작했습니다. 1회부터 7회까지 각 2명씩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모두 노래를 잘했습니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행운권 추첨도 있었습니다. 수십 명이 당첨되었으나 저와 더 많은 선후배가 당첨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즐거워 했습니다.

"창기야, 이것 좀 가져가라. 이것도…."

동기들은 저에게 이것저것 가져가라고 싸주었습니다. 자신이 가져가도 될 선물도 저에게 주고요. 음식 남은 것, 과자 남은 것도 많이 싸주었습니다. 상자에 넣어 들어보니 묵직했습니다. 20킬로그램들이 쌀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주는 성의가 고마워 안 받겠다는 말도 못하고 모두 받아 챙겼습니다.

명랑운동회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 명랑운동회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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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터트리기 빨강과 청색 풍선을 서로 터트려야 합니다.
▲ 풍선 터트리기 빨강과 청색 풍선을 서로 터트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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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공 튀기기 최고 100개까지 한 곳도 있었으나 우린 몇 회 못하고 중단되었습니다.
▲ 협력 공 튀기기 최고 100개까지 한 곳도 있었으나 우린 몇 회 못하고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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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우니 이것 좀 우리 집까지 날라다 주고 가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그런 수고까지 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모두 가져온 자가용을 타고 떠났습니다. 다행히도 아침부터 내내 비가 오던데 마치고 집에 갈 적엔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과일, 과자, 떡, 김치…. 그렇게 선물 한 상자를 들고 초등학교 문을 나섰습니다. 30킬로그램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1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걸어나와 버스를 탔습니다. 전하동에서 타고 남목서 내렸습니다. 그 무거운 상자를 들고 다시 2킬로미터나 되는 우리 집까지 걸어 갔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걷다 쉬고 걷다 쉬고 하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깨가 쑤시고 허리도 아팠습니다. 집에 가져와 쏟아보니 꽤 많았습니다. 누가 저에게, 모임 있으니 그냥 와라 하고 이것저것 가져가라 챙겨주겠나요. 어려서 그렇게 같이 초등학교 다녔다고 지금도 풋풋하고 따스한 정이 흐르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다른 모임의 사람들보다 그들이 더 그리운가 봅니다. 그 시절이 더 생각 나는가 봅니다. 오늘 저는 다른 곳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동기가 준 여러가지 물품 선물도 주고 먹을 것도 푸짐하게 싸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동기가 준 여러가지 물품 선물도 주고 먹을 것도 푸짐하게 싸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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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전하초등학교#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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