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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교육감님의 자녀가, 혹은 손자가 영선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석면에 1년 동안 직접 노출됐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처럼 환경부에서 정한 1%의 기준치에 미달하니까 안전하다고 하실 건가요?

 

며칠 전 집에서 아이에게 시험기간이 다가오니 준비해야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엄마, 나 어차피 30년 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거해서 뭐해요'라고 하더군요. 비관적인 아이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남편과 이야기하는 것을 아이가 어찌 들었나 봅니다. 꿈도 희망도 사라져버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천 영선초등학교 석면 피해 학부모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한 학부모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에게 전하는 편지글을 낭독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거해서 뭐해요'라고 질문할 때, '너는 환경부가 정한 석면기준치 1%가 아닌 0.5%의 석면가루를 마셨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야 하냐"며 "이 기준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또 어디에 있는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불안에 떨고 있는 1500명의 아이들에게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석면에 노출되는 위험한 환경을 만들어줘 미안하다, 어른이 돼서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겠다,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비해 장기 암보험도 가입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책위는 "지난 3일 기자회견 후 영선초 사태에 대해 나근형 교육감의 답변을 요구하자, 신동찬 평생교육체육과장이 나와 '학부모가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수용하고 선조치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지금 와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9일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없어 만날 수 없다고 해, 16일 인천 북부교육장을 만나 면담했는데 그 자리에서 학부모들이 들은 답변은 '환경부에서 정한 석면 기준치 1%를 넘지 않아 안전하다'는 이야기였고, 대책위의 요구안 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영선초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함에도 연일 거짓말을 하며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 했다"며 "특히 교장은 지난 3일 임시 운영위원회에서 늑장 대응에 항의하는 학부모위원들에게 '그렇게 걱정되면 학부모가 덮지 그랬느냐'며 언성을 높이는 등, 교장 자질이 문제가 있다, 이런 교장이 학교에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전교생에게 석면노출에 의한 정밀건강검진을 실시할 것 ▲건강안전수첩(석면수첩) 발급 ▲전교생 장기 암보험 가입 ▲운동장 대기질·토양·교실 내 석면 잔류 검사 재실시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석면 함유량 검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학교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감사요구서를 시교육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시교육청 이팽윤 교육정책국장이 학부모들과 면담했지만 "노력하겠다"는 답변 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고, 부모들은 다시 교육감실로 올라가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감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학부모들에게 25일 오전 11시로 면담 일정을 잡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인천 부평구 삼산2동에 위치한 영선초의 멀리뛰기장에는 2010년 11월 감람석이 설치됐다. 이 감람석에서 백석면 0.5%(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치(0.1%)의 5배)가 검출돼 학부모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학교와 시교육청에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이에 시교육청과 학교측은 감람석을 철거하고 공기 질 측정, 시공업체 고발 등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의 건강 대책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아 학부모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순남 인천 북부교육장은 지난 16일 대책위를 만난 자리에서 '영선초 멀리뛰기장 감람석에서 나온 석면 함유량은 0.5%이지만, 이는 광물질 석면 함유 기준치인 1%를 넘지 않아 학생들의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감람석 운동장의 석면 기준치 초과를 고발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석면에 아예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의 건강을 가장 우선해야 할 교육청이 몇%인지를 가지고 숫자놀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감람석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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