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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3일간의 기차 이동과 4일간의 차량 이동으로 도착한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 티베트의 가장 서쪽 자다현에 위치한 카일라스는 티베트인들은 물론 인접 국가인 인도와 네팔 인들에게도 령산(靈山)이어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다.

처음 티베트에 도착했을 때 벽속에 그려진 카일라스를 본적이 있다.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산으로 모셔지고 있는 카일라스. 그 때문일까,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수양이며,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꼭 한번은 그곳에서 나의 삶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하리라' 다짐했었다.

 티베트인들과 뗄 수 없는 야크는 죽어서도 뼈로 남아 티베트인들의 염원을 함께 기도한다.
 티베트인들과 뗄 수 없는 야크는 죽어서도 뼈로 남아 티베트인들의 염원을 함께 기도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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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이 머물다 가는 작은 마을 다르첸을 출발하여 카일라스로 향했다. 길 양쪽으로 카일라스를 바라보고 쌓은 돌탑 위로 입을 벌리고 있는 야크 뼈가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티베트인들에게 야크는 가족과 같은 동물이다. 먹을 것이 없는 고산 지역에서 우유는 물론 털과 가죽을 제공하고, 보리밭을 일구는 노동력을 제공한다.

야크의 배설물을 말려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잘 말려진 야크 배설물은 집 외관 벽을 쌓는데도 이용한다. 동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간 야크. 죽어서도 사람을 대신해 카일라스를 보며 티베트인들의 염원을 대신 기도하고 있다.

 카일라스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돌탑.
 카일라스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돌탑.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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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종교가 순례지로 찾는 카일라스

불교와 뵌교,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성지인 이곳 카일라스는 티베트인들은 물론 인근 나라인 인도와 네팔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사람들까지도 찾는다. 집을 떠나 며칠 동안을 달려서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으로 와 몇 날 며칠을 산을 돌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 종교를 떠나 많은 이들이 찾는 카일라스는 어머님의 품처럼 행복한 공간일까?

 돌탑 한쪽에 놓인 머리카락.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순례를 기억하며 평생 기도하며 살아간다.
 돌탑 한쪽에 놓인 머리카락.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순례를 기억하며 평생 기도하며 살아간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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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티베트인들의 머리카락이 눈에 띈다. 몸의 전부를 소중하게 여기는 티베트인들은 사원 또는 카일라스가 보이는 길목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부처에게 내어놓고 기도를 수십 번 올린다.

온몸을 땅에 붙이며 오체투지(절)를 하는 그들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히 인체의 일부가 아닌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다. 그들은 그곳에서 머물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놓고, 카일라스를 기억하면서 평생 순례하며 살아간다.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티베트 가정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티베트 가정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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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카일라스로 향하는 길. 사람의 인기척도 찾아볼 수 없는 산길에서 카일라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티베트 한 가정을 만났다. 저 멀리 동 티벳에 위치한 더거에서 왔다는 이 가족은 6일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물론 손자, 아내 등과 함께 카일라스를 찾은 이들은 가정의 평화와 세상의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길고 긴 순례길을 올랐다고 했다.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티베트지만,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기에 티베트인들의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티베트의 장례 문화 중 조장은 가장 신성시 되는 장례 문화이다
 티베트의 장례 문화 중 조장은 가장 신성시 되는 장례 문화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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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을 하늘로 보내는 티베트 장례 조장

이방인인 나에게 다가와 목례로 인사를 건네는 티베트 사람들이 나의 손을 끌고 한쪽으로 데려가 먼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티베트에선 사람이 죽으면 조장(鳥葬)을 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지역이 바로 사진 속 저기라고 한다.

사진 속 이곳에선 가끔씩 조장이 이뤄진다는데,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에 살고 있는 새들이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어 하늘로 올라가게 해준다고 믿고 있다. 예전에 티베트 여행을 할 때 조장을 본 적은 있지만 다른 곳도 아닌 카일라스 조장터를 보고 있으니, 가슴 한쪽으로 무엇인지 모르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카일라스 입구에서 바라 본 카일라스 순례 길
 카일라스 입구에서 바라 본 카일라스 순례 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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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죽음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죽음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존재가 느껴진다. 산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느껴지는 내 안의 두려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두렵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카일라스가 사람 마음을 흔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틀간 이어지는 카일라스 순례길.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두려움을 애써 감추고 티베트인들의 영혼 카일라스로 향한다.

 카일라스를 바라보고 쌓인 돌탑위 야크 뿔로 만든 하트 모양이 눈에 띈다
 카일라스를 바라보고 쌓인 돌탑위 야크 뿔로 만든 하트 모양이 눈에 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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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스 입구에 세워진 타르쵸. 천 한장 한장에는 불경과 바람을 달리는 말(룽타)가 담겨져 있다.
 카일라스 입구에 세워진 타르쵸. 천 한장 한장에는 불경과 바람을 달리는 말(룽타)가 담겨져 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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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가정. 할머니와 손녀가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넨다.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가정. 할머니와 손녀가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넨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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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스 입구에 핀 노란 꽃이 무척 인상적이다.
 카일라스 입구에 핀 노란 꽃이 무척 인상적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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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여행#수미산#카일라스#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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