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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발전소 예정후보지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의 모습
 원자력발전소 예정후보지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의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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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가 그렇게 좋으면 서울 한복판에 지으라고 그래. 우린 아무 덕 볼 일 없다구... 주민들도 말은 안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 많아..."

원자력발전소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읍에는 원전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말을 아꼈다. 여론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후보지로 결정했다는 불만도 지역 정서를 넘어서지 못하고 묻히고 있었다.

땅 가진 주민들만 찬성, 후보지 인근엔 반대가 더 많아

영덕군청은 "원전 후보지로 결정된 영덕읍 노물리, 석리, 매정리에 사는 334가구 전부가 원전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영덕군민의 대부분도 동의한다며 빨리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물리와 석리, 매정리 주민들 대부분도 원전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다. 석리에 사는 한 주민은 "원전이 생기면 땅값이 올라가고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찬성한다"며 "경제가 어려워 원전이라도 들어서야 좋은거 아니냐?"고 말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주민도 "원전이 들어온다는 말에 땅값이 많이 올랐다. 평당 7천원 하던 임야가 1만5천 원, 2만 원 한다"며 "기자님도 땅을 사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후보지 인근의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석리와 경계인 오보리의 한 주민은 "땅가진 사람들만 찬성하지 아무도 찬성 안 한다"며 "영덕군이 막무가내로 유치하려 하는데 분명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이 고향인 김아무개 할아버지(78)는 "늙은 영감들이 뭘 안다고 동의서 받아놓고 다 찬성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군청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말만 하고 동의서 받아갔다"고 말했다.

영덕읍에 사는 황아무개(38)씨는 "원전이 들어서면 우리들은 괜찮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이라며 "여론조사 한 번 안 하고 결정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영덕군청 맞은편에 사는 강신학(73)씨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전에는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은 안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영덕에서는 원전 반대하는 현수막도 못 만들어

 영덕핵발전소 반대투쟁위와 동해안 탈핵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발전소 후부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영덕핵발전소 반대투쟁위와 동해안 탈핵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발전소 후부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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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영덕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영덕 뿐만 아니라 안동, 포항, 경주, 대구, 울산, 부산 등의 환경단체 회원들이 모여 영덕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전체의 문제라며 원전 부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덕핵발전소반대 투쟁위와 동해안탈핵연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참사는  그 악몽이 사라지기는 커녕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영덕군에 대해 "근거도 없는 주민동의를 들먹이며 여론을 호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근거없는 논리로 주민들을 현혹하는 작태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울진, 경주, 울산 등 원전 주변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암 발병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하고 "원전 주변이 과연 잘 살고 있느냐"며 "원전 유치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소리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영덕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박혜령 위원장은 "2005년부터 방폐장 반대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이 생업에 지장을 받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현수막도 하나 못만드는 게 영덕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3일 후보지 선정발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대책을 논의하자고 한다"며 "반드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대투쟁위 이병환 위원장도 "영덕에 원전이 들어서면 우리의 아이들이 방사능에 오염돼 시집장가도 못갈 것"이라며 "반드시 후보지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핵발전소반대 투쟁위는 앞으로 1인시위와 차량을 이용한 반대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영덕뿐 만이 아닌 삼척과 연대해 원전부지가 철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철회를 촉구하는 주민들이 영덕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철회를 촉구하는 주민들이 영덕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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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영덕 원전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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