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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6시 50분, 늦지 않을까 달려간 성락성결교회는 입구부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하는 인파로 넘쳤다. 빼곡히 세워진 화환들에는 국회의원과 사업가부터 성수동 여성회, 개그맨 남희석까지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다.

 

오후 7시 서울 성수동 성락성결교회 대강당에서는 <책벌레, 사람 사이를 지나다>라는 제목으로 최재천 전 의원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최 의원의 북 콘서트는 주로 선거를 목적으로 한 기존 '출판기념회'와는 달리, 지난 3년간 평소 쓴 책을 소개하고자 기획된 가벼운 토크쇼에 가깝다.

 

지난 총선에서 낙마한 후 책을 1300여 권, 하루에 한 권 꼴로 읽었다는 최 의원은 '책벌레'라는 별명답게 5권의 책을 한꺼번에 올렸다. "가수로 치면 5개의 음반을 한꺼번에 낸 꼴"이라는 가수 손병휘의 말처럼 확실히 전무후무한 양(?)의 콘서트다.

 

'책벌레' 최 의원, 저서와 대담으로 알아가다

 

최 의원의 도서들은 정치·외교·문학·예술·기타 교양 등 수많은 분야에서 깊이를 담고 있다. FTA에 비판의 직격탄을 날리고자 했던 <한미 FTA청문회>부터 시작하여 민주당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 <민주당이 나라를 망친다, 민주당이 나라를 살린다>, 정계 생활 중 틈틈이 연재했던 서평 모음 <책갈피>와 아버지에 대한 회한어린 소고 <최삼현 : 아버지를 기억하다>, 그리고 검찰과 정치권력의 위험성을 알린 <위험한 권력>에 이르기까지.

 

최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는 장장 다섯 코너에 달하는 순서에 매번 다른 게스트들이 올라왔다.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속독하고 글을 쓰시냐는 말에 최 의원은 "읽다 보면 눈에 익은 부분이 있어 요령이 생길 뿐 속독도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게스트로 나온 분들마다 민망할 정도로 강한 칭찬의 일색이다. 정창수 전 보좌관은 "최 의원만큼 다독하고 '열공'하는 정치인 없었기에 보좌관 시절 힘들었다"라고 고백했고, 김종인 박사는 "17대 국회에서 함께 하면서 미래가 보이는 정치인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치하는 사람이 책 5권을 한꺼번에 낸데다 젊기까지 해서 짜증난다"고 익살맞게 표현했다. 나중에는 게스트들 사이에서 "차라리 최 의원을 대선에 보내자"며 '최재천 대선 출마론'까지 나와 모두가 웃어버렸다.

 

 

각 저서를 통한 대담에서는 해당 사안과 주제에 대한 최 의원의 단단한 정치철학이 드러났다. 돌발 질문도 있었다. 한미 FTA에 관한 대담 중 돌연 사회자가 "노무현 정권 시절 FTA는 착한 FTA라고 하던데 어떻게 보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 의원은 바로 "에이,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응수하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곧바로 "낮은 단계의 FTA는 존재할 수 있으나 현 상태의 대미 FTA는 결코 착하고 나쁘고를 가를 수 없는 FTA"라며 "자유무역(Free trade)보다는 공정무역(Fair trade)으로 바꿔나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펙트럼을 막론한 손님들과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

 

최 의원의 북 콘서트에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소설가 조정래, 제주 강정의 이강서 신부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수많은 게스트들이 초대되었다. 그 이외에도 전 장관들과 시의원들, 가수 박현빈, 각 지역 노조위원장들과 함께 성수동 주민들과 일반 시민들까지 합하여 추산 1000여 명이 대규모로 참여했다.

 

콘서트 중 관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게스트는 역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을 맡은 김종인 박사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냐는 말에 김 박사는 "처음 초청받았을 때 '내가 한나라 비대위원인데 왜 나를 불렀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정당관계에 상관치 않고 최 의원과의 개인적 관계를 생각해 기꺼이 오기로 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최 의원 역시 "당파로 판가름하면 이 자리는 당연히 불편한 자리가 되겠지만, 정파보다 더 큰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든다는 의식이 있어야 하고 김 박사님이 그런 의미에서 꼭 필요한 스승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대담에만 치중하지 않고 중간중간 다양한 공연이 등장했다. 가수 손병휘의 기타반주로 시작하여 다음 코너에서는 서울예대 학생의 비파 소리가 울려퍼졌다. 최 의원의 어린 딸들이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했고, 그 외에 '남도 소리' 인간문화재 박동매․박동숙의 상엿소리와 초등학생들의 합창 공연 등 문화예술의 장이 펼쳐졌다.

 

지역 주민을 위한 기획... 관객들 반응도 긍정적

 

이번 콘서트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대강당의 1800개나 되는 자리들이 주민들을 위한 일종의 '지정석'이었다는 것이다. 강당에 들어가자마자 대개의 좌석이 '성수 1가2동', '성수 2가3동' 등 성수동 근처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온 관객이라 밝히자 중앙의 몇 줄 안 되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한 스태프는 "처음부터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게 기획했다"고 설명하며 "주민분들도 상당히 많이 와 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천 석이 넘는 자리를 찾지 못해 교회에 장소를 정했을 때도 다른 정치적·종교적 편견이 작동하지 않도록 기획단계에서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콘서트의 오프닝에는 고금 스님이 직접 대북 축하 공연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북 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에 다같이 '아침 이슬'을 부르는 모습을 집중해서 쳐다보시는 한 아주머니 곁에 다가가 보았다. 관악구 인현동에서 온 권정자(51·여)씨는 최 의원과 고등학교 동문인 남편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권씨는 "기존에 보던 출판기념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그동안 최 의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직접 와서 보니 굉장히 서민적인 분 같고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의실현을 할 수 있는 분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스태프를 맡았던 대학생 김상민(20)씨도 콘서트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학교 인권운동 동아리에서 최 의원과 인연이 닿아 자원봉사자로 임하게 되었다는 김씨는 "김 비대위원님이나 이 신부님 같은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을텐데, 최 의원님은 생각보다 더욱 대단하신 것 같아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15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최재천#북콘서트#출판기념회#성락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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