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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16일 4월 총선 지역구 공천에 신청한 972명(비공개 27명 포함)의 명단 및 현황을 공개했다.

 

당명과 정강·정책 등을 바꾸며 '박근혜 당'으로 변모한 현실을 반영하듯,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을 강조한 후보들이 눈에 띄었다. 공개된 945명 중 '박근혜'를 경력에 삽입한 후보는 76명에 달했고, '박사모' 등 팬클럽 경력을 삽입한 후보까지 포함할 경우 80명에 육박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을 경력에 명시한 후보는 전무했다. 심지어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이명박 정부'라는 말은 모두 뺐다.

 

새누리당이 이날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단 1명만 공천을 신청한 지역은 총 30곳에 달했다. 이 중 현역 의원이 단수후보가 된 지역구 15곳 중 9곳이 '친박 지역'이었다.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친박계의 영향력이 실감되는 부분이다.

 

서울의 단수후보 신청 지역은 총 4곳이었다. 지난 15일 "허락해주시면 다시 시작하겠다"며 공천신청을 마친 나경원 전 최고위원이 서울 중구에 신청했다. 그러나 18대 총선 당시 나 전 최고위원과 맞붙었던 신은경 전 KBS 앵커가 '비공개 공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두 사람 간 맞대결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이 외에 김선동 의원(도봉을), 권영진 의원(노원을)도 단수 후보로 신청했다.

 

새누리당의 텃밭 '강남벨트'에서도 이례적으로 단수후보 지역이 나왔다. '친박' 이혜훈 의원은 서초갑의 유일한 공천신청자였다. 그러나 '전당대회 돈봉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의 지역구 서초을은 총 10명의 후보가 공천을 신청, 최대 경쟁지역으로 떠올랐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강남을의 경합도 뜨겁다. 여성비례대표인 이정선 새누리당 의원과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허준영 경찰청장 등 총 7명의 인사들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 지역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재오·나경원·이동관, 공천 받아낼 수 있을까

 

친이 실세들의 귀환 여부도 주목된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의원 등과 경쟁할 예정이다. 'MB실세 용퇴론'으로 시달렸던 이재오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선대위 특보를 지낸 정봉조씨와 경쟁한다.

 

특히 이동관 전 수석의 경우, 당내의 반발도 적지 않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대통령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이 일을 못하게 역할 한 사람이 뭘 그렇게 참 내세울 게 있다고 출마를 한다니, 여당 의원 입장에서 기가 막힌다"며 이 전 수석을 질타하기도 했다.

 

원희룡 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한 서울 양천갑에는 '언론인 간의 경쟁'이 뜨겁다. <경향신문> 출신의 김해진 전 특임차관과 KBS 출신의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길정우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종덕 전 MBC PD가 본선 진출권을 따기 위해 맞붙을 예정이다. 김 전 차관과 박 전 차관은 대표적인 'MB맨'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ㅏ. 

 

강동을에서는 무려 세 명의 현역 의원이 경합을 벌인다. 현 강동을 의원인 윤석용 의원과 당초 양천갑을 희망했다 '비례대표 강세지역 공천 배제' 방침에 밀려 자리를 옮긴 정옥임 의원,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강동갑 재출마가 불가능해진 김충환 의원이 모두 강동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현역 의원 간 대결이 펼쳐진다. 용산에서는 진영 의원과 배은희 의원이, 중랑을에서는 진성호 의원과 윤상일 의원이 맞붙는다. 강동갑에서는 노철래 의원과 임동규 의원이 맞붙을 예정이다.

 

정태근 의원(성북을)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성식 의원의 지역구 관악갑에 공천신청자가 없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현재 관악갑에는 김 의원을 비롯, 민주통합당의 유기홍 전 의원, 한광옥 상임고문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탈당한 김성식지역구에는 신청자 없어--영남 쏠림 현상 여전-'MB맨' 대거 출사표

 

'텃밭' 영남지역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특히 4선의 이해봉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구 달서을은 12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송영선 의원은 공천위의 'TK 비례대표 공천배제' 방침에 정면 반발하며 달서을에 공천 신청을 강행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출마하기로 한 대구 달성군에는 이재희 전 국가정보원 정보국장, 구성재 달성문화원 운영위원, 이종진 전 달성군수 등 3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상득 의원이 불출마하는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는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정장식 전 포항시장, 김형태 전 KBS 방송국장 등 총 9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새누리당에 '악재'를 가져온 지역구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 경남 진주갑에는 총 9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물러난 박희태 국회의장 지역구에는 조문환 의원과 허범도 전 의원 등 총 7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단수 후보 지역은 비대위원인 김세연 의원의 현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와 서병수 의원의 현 지역구인 해운대 기장갑 등 단 두 곳 뿐이었다.

 

'MB맨'들도 대거 영남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대구 중·남구),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경북 경주), 박형준 전 정무수석(부산 수영) 이종찬 전 민정수석(경남 사천),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부산 진을),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부산 연제) 등이 공천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에는 'MB맨'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 5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상구 새누리당 후보의 자질로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꼽아 '지역밀착형 인물'이 공천될 가능성이 높다. 

 

본격 심사 돌입... "직계비속 병역이행 여부도 중점 심사"

 

한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공천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직계비속 병역이행 여부를 중점 심사하는 등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 총·대선 승리에 기여할 인사 ▲ 지역주민의 신망을 받으며 당선 가능성을 갖춘 인사 ▲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책입안 능력을 갖춘 인사 ▲ 엄격한 도덕성과 참신성을 갖춘 인사 등 네 가지 기준을 반영해 옥석을 가려내기로 했다.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를 적용해 민생관련 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히 심사하겠다"며 "성희롱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한 사람, 성범죄와 뇌물, 경선부정 행위 등 형 확정자, 병역문제를 야기한 사람, 파렴치범과 부정범죄자는 범죄의 시기와 무관하게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청자 직계비속의 병역 이행여부를 중점심사하고 자산형성 과정, 철새 정치인 여부를 검증하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황 대변인은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선출직을 사퇴한 후보의 정당성을 검증하겠다"고도 알렸다. 이는 일부 광역·기초의원들이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현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등 선거비용이 증대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과거냐, 미래냐를 선택하는 선거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공천 심사 과정에서 MB정부와의 '차별화'를 본격 진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을 제대로 공천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사람을 통해 보여줄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갖고 싸울 사람이냐,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4.11 총선#공천심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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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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