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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아이에게 피젖을 두 번이나 먹였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내는 아이에게 피젖을 두 번이나 먹였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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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태어날 때 엄마를 열두 시간 동안이나 고생시켰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밥 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아이는 엄마를 제대로 고생시킨 것이지요. 그런데 12시간 진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피젖을 먹었어요"

4시경 인헌이가 젖을 토했다. 피젖이었다. 오른쪽 유두에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헌이가 잠들었다. 몸속에서 활동하고 있을 나의 피젖 때문에 걱정이 된다. - 6월 19일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보 인헌이 입에 피가 가득해요."
"뭐라구요? 피가!"

"젖꼭지가 찢어졌어요."
"이제 어떻게해야 돼요."
"너무 걱정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엄마 되어가지고. 아이가 피를 빨아 먹는데도 모르다니. 어쩌면 좋아요."

"자책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자책하는 아내를 달랬습니다. 솔직히 어느 엄마가 자기 때문에 피를 먹었다는 것을 알고 걱정을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날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제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른쪽으로 젖을 먹을 수 없으니 퉁퉁 부어 오를 정도였습니다.

상처로 인해 오른쪽 유방으로 젖을 먹이지 못해 짜내야 했다. 아팠다. 남편이 고여 있는 젖을 빨아 짜냈다. - 20일

살점이 떨어져 나갔지만

아내는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갔는데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참고 견뎠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 같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상처가 아물려면 약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젖을 먹이는데 어떻게 약을 먹을 수 있느냐고도 했습니다.

"약 먹으면 빨리 낫겠는데."
"젖을 먹이는데 어떻게 약을 먹어요."
"야~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어요. 당신 정말 엄마다."


아이는 피젖만 먹은 것이 아니라 황달도 참 오래갔습니다. 아내는 이것도 걱정인 모양이었습니다.

모유를 먹이면 황달이 오래 간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황달로 인하여 눈에 진물이 생기고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것은 아닐까. - 21일
인헌이 눈에 진물이 뭉쳤다. - 22일
젖에 피가 섞여 나왔다. 그것을 모르고 수유했다. 인헌이 젖을 다 먹고 난 후 입술에 묻어 있는 피를 발견했다.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 23일

 아내와 큰 아이가 세상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내와 큰 아이가 세상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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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안 아내와 아이는 사투를 벌였습니다. 피젖을 먹었던 아이, 피젖을 먹은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아내. 젖꼭지가 찢어진 것보다 피젖을 먹은 아들이 더 걱정되는 아내. 남편으로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말 '구로(劬勞)'였습니다.  

젖몸살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젖몸살을 했다. 오한과 젖가슴의 통증으로 인하여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잠을 자지 않고 인헌이를 돌봤다. 어른들 말씀 "젖 몸살에는 콩나물 삶은 물이 좋다". - 28일

젖몸살이 이렇게 아픈 것인지 몰랐습니다. 한여름인데도 춥다고 하는 아내를 보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약을 먹을 수도 없고, 어른들 말씀을 듣고 콩나물 삶은 물을 마셨지만 젖몸살은 쉬가시지 않았습니다. 12시간 진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육아일기#아내#젖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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