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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00일 전 출마선언했다. 시민들을 접촉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인데 그만한 득표를 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 시민들과 교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선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나오다시피해서는 안 된다."

김경수(44)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4․11총선을 치른 뒤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으로 '김해을'에 나서 절반에 가까운 득표(47.88%)를 했지만, 떨어졌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52.11%를 얻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에서 연거푸 당선한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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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본부장은 이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돕고 있다. 그는 "지금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진 것처럼 한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은 이것보다 더 심했다"면서 "대선은 지금부터다. 총선 결과가 나왔기에, 야권이 뼈를 깎는 변화의 모습과 수권정당의 모습을 찾는다면 대선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5년 동안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선거다. 5년 동안 분탕질을 해놓았는데, 평가받지 않고 또 연장한다면 선거를 왜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요즘 총선 뒤 민주통합당 김해지역 조직을 다시 정비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9일 저녁 김해 장유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선거가 끝난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이다. 지역의 당 조직을 다시 정비하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조직 정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저는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맡고 있다. 곧 고 노무현 대통령 3주기다. 옛날처럼 상근하지는 못하지만, 봉하마을에 왔다 갔다 하면서 3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그것과 관련한 준비도 하고 있다. 문 이사장을 도와주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 선거 패인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민주통합당 전체 문제일 수도 있고, 지역 문제도 있다. 당 이야기야 여러 곳에서 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선거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돌이켜 보면 선거과정에서 전달했던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승리로 이끌어내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시민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후보들이 어떻게 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그런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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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 상대였던 곽진업 전 예비후보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됐는데.
"패인의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3월 27일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후였다. 곽진업 전 예비후보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검찰은 경선을 도왔던 사람 100명 넘게 불러서 조사를 했다. 그것이 위협적인 분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런 부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 곽진업 전 예비후보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이 특별히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게 맞았지만, 곽진업 전 예비후보 본인이 검찰을 자극하는데 대해 부담을 갖고 있었다. 조용히 조사 받고 넘어갈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구속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다. 당내 경선을 거친 뒤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당시에는 검찰 조사가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곽진업 전 예비후보가 조용하게 대응하는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검찰의 정치 개입 운운하며 싸워 나가기가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새누리당 김태호 당선인에 대한 수사 태도를 비교하며 문제제기 하기도 하더라. 김태호 당선인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김태호 당선인에 대해 당시 검찰은 선거 이후 수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렇게 보면 검찰의 태도가 이중적이었다."

야권후보단일화의 성과와 반성은?

- 지난 총선 때 야권후보단일화를 했지만, 경남만 놓고 보면 역부족이었는데.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지난해 야권대통합을 추진했던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합을 하지 못하고, 서로 당이 갈라진 상태에서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점들이 있었지만 무리하게 봉합되면서 단일화를 했던 것이다. 단일화의 플러스 효과도 있지만, 영남은 아직 보수성이 강한데 그런 특수성을 놓고 보면 마이너스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역사로 볼 때, 아직 진보진영은 사회의 비주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복지라든지, 미래를 위해 진보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는 상황인데, 그것을 정치적으로 담보하려면 대통합을 해서 하나로 단합해서, 강고한 보수와 싸워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야권단일화 부분은 진보진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전체가 하나로 되어 움직였다고 보는지?
"'김해을'의 민주통합당 내 경선이라든지,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과정은 아무런 잡음 없이 다른 지역에 비해 모범적으로 이루어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대해 야권은 총선 과정에서 하나로 뭉쳐 싸웠다. 그러나 '김해갑' 지역의 광역의원 보궐선거 후보 야권단일화가 되지 않았는데, 그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광역의원 보궐선거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가 모두 나오면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힘이 분산되었던 것이다."

- 일부에서는 '친노(노무현)' 후보들은 '노풍'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했는데.
"노풍에 의존하는 선거를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거나 선거전략이 그렇게 갔던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그렇게 비쳤던 것 같다. 저는 '마지막 비서관'이라고 했다. 일종의 슬로건인데, 상대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알린다는 차원에서는 필요했다. 그런데 고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을 바꿔보겠다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도시를 함께 만들어 나가려고 했던 것은 잘 드러내지 못했다고 본다. 비전도 함께 드러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전략상 노풍만 갖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과 교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다시 선거를 치른다면?
"올해 1월 1일 출마선언했다. 공식선거운동 100일 앞이었다. 시민들을 접촉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인데 그만한 득표를 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 결국 정치나 선거나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고 함께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국회의원이 지역 현안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현안과 관련해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들과 교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선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나오다시피해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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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벨트'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부산경남은 지역주의 뿌리가 강고하다. 20년 이상 일당지배로 인해 사실상 개혁진보진영이 자리잡기 어려운 지역 상황이다. 이번에 일각을 허물어서 지역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로 만들자는 절박감에서 야권은 '낙동강벨트' 전략을 짰다. 결과적으로 절반의 실패다. 부산경남에도 민주통합당에는 괜찮은 후보가 있구나 하는 인식은 심어주고, 정치적 대안으로 인정받는 성과는 거두었다. 개별 후보나 정당의 득표율을 보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3석(사상, 김해을, 사하을) 밖에 당선하지 못했다. 그런 차원에서 절반의 실패다."

- 지역에서 40% 가까이 지지를 받았는데.
"부산·울산·경남만 보면 득표율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 그런데 야권 당선인은 3명(문재인, 민홍철, 조경태)뿐이다. 의석 숫자만 보면 10%도 안 된다. 40% 가까운 지지를 얻는 정당이 의석에서 10%도 안 된다는 것은, 선거제도가 문제라는 말이 된다. 지금 선거제도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너무 많은 사표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 앞으로 어떻게?
"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분들이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민망하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혁신·변화, 수권 능력 보여줘야"

- 연말 대선 전망은?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분명히 있었다. 국민들은 정당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한다. 거기다가 수권정당의 안정감을 함께 요구한다. 마치 수레 두 바퀴처럼 말이다. 총선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여권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진 것처럼 한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은 이것보다 더 심했다. 대선은 지금부터다. 총선 결과가 나왔기에, 야권은 뼈를 깎는 변화의 모습과 수권정당의 모습을 찾는다면 대선 전망이 어둡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5년 동안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선거다. 5년 동안 분탕질을 해놓았는데, 평가받지 않고 또 연장한다면 선거를 왜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들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사진은 9일 저녁 김해 장유에 있는 한 식당에서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사진은 9일 저녁 김해 장유에 있는 한 식당에서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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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에 출마하는지?
"현재로서는 출마 가능성이 높다. 문 이사장은 작년에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고, 총선에 출마했다. 본인의 대선 출마 의지도 중요하지만, 당 안에서 문재인 고문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히 높다. 지지율은 오르락내리락 한다. 문 고문은 개인특성으로 보면, 본인이 되어야겠다는 '권력욕'은 없지만, 시대와 역사적 필요에 의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권력의지'는 있는 분이다. 그런 시대적 운명 같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문재인 이사장은?... '균형 잡힌 시각' 가져

- 옆에서 지켜보았을 것인데 문재인 이사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균형 잡힌 시각과 관점을 갖고 있다. 조정과 통합의 능력을 갖고 있다. 국도 14호선 노선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해 진영읍 주민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마지막에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단도 일정 정도 양보하고 주민들도 약간 양보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에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균형 잡힌 일처리 능력이 돋보였다.

대선 과정에서 시대적 사명으로 요구되는 부분은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훌륭하게 수행해 나갈 것이라 본다. 지금 정치지도자들은 어떤가. MB(이명박)는 20세기형 지도자의 결정판이다. 지금은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하다. 박근혜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문재인 이사장은 이런 요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 고 노무현 대통령 3주기인데.

"3주기 추모의 주제가 '노무현이 꿈꾼 나라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다. 3년 탈상의 의미도 있다. 국민들이 추모의 의미를 넘어서, 고 노 대통령이 꿈꾸었던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희망, 의지를 다지는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추모가 아니라 대통령이 만들고 싶어했던 나라를 함께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100%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모자란 부분은 채워 극복해 나가고, 우리들이 함께 꿈꾸는 나라를 생각하는 3주기가 되었으면 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노무현재단이 지역위원회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 경남에는 없다. 이번에 경남지역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한다. 경남이 늦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정파의 차이를 넘어서,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토대를 쌓아갈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한 지역위원회 구성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통합당 김경수 '김해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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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노무현재단#고 노무현 대통령#4.11총선#김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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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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