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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
 우도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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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여름 약간은 구름과 뜨거운 햇볕이 이글거리는 날씨.

나름 의식있는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저는 환경과 소음에 지친 우도와 우도 주민들을 조금 배려하고픈 마음에 뚜벅이를 자처했습니다.

게다가 스쿠터에 미숙한 여행자가 우도 주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문의를 드린 대여점 사장님은 스쿠터를 한 번도 운전한 적 없는 저에게는 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식을 가진 대여점은 직접 통화한 그 곳 뿐이었는지, 막상 우도에는 수많은 스쿠터가 굉음을 내며 달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여학생들이 전부 스쿠터 숙련자인지는 조금 의심스러웠으니까요. 그래서 숙소에서 빌려주신 타이어에 바람이 거의 빠진 자전거와 말동무하며 우도 내를 뚜벅거렸습니다. 덕분에 해변도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예쁘고 선한 눈의 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도 어느 목장
 우도 어느 목장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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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담벼락 위에 소 뿔이 보여 올랐습니다. 올라 선 곳엔 소 몇 마리가 여유롭게 거닐며 풀을 뜯고 있었어요. 도시에 사는 저는 살아 숨쉬는 소를 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마트에서 보는 '소'(쇠고기)가 거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여행 중에 만난 동물들을 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많이 무거워집니다. 개, 고양이, 소, 양. 아마도 그건 제 종교의 영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동물도 언젠가 사람이였겠지. 너는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어 동물로 태어났니.. 환생을 믿기 때문이겠지요.

'육식의 종말'을 쓴 존 로빈스가 더불어 떠오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육식의 증가로 아프리카 어느 나라, 또는 굶주리고 있는 어느 나라의 어린이들이 먹어야할 옥수수와 콩 등의 곡물이 소와 돼지, 닭 등의 사료로 쓰여.. 그 굶주림의 순환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고요. 게다가 알려진데로 소가 뿜어내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지요. TV에서 연예인들이 육식을 찬양하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조금은 각성해야할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소 옆에 있던 풀을 뜯어 먹여줘 봅니다. 말도 걸었습니다. 예쁜 눈을 지닌 이 소가 고개를 들어 건넨 풀을 혀로 감아 먹습니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사진도 찍고 먹을게 없는지 가방도 뒤져보네요.

이내 떠날 시간이 되어 자리를 뜨려고 합니다. 잘 있어. 내일 또 올께- 하고 인사를 건넸어요. 잠시 뒤를 돌아보니, 물끄러미 나를 잠시 내려다 봅니다. 내일 꼭 다시와... 하는 듯한 표정으로.

 우도 어느 목장
 우도 어느 목장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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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함께 한 몇 분의 시간이 여행 후에도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우도에서 만난 예쁜 눈의 소. 담에 갈 때 그 자리에 꼭 있기를. 이유도 없이 조금 슬퍼집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이 게재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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