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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협정과도 관련되었으며,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개입'을 논문에 썼던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던 인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 5일 사임을 표명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국민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되자, 정부가 사실상 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몰랐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들면서 또 다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했던 절차 만을 질타했다는 이 대통령은 끝까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밀고나갈 계획인 듯 하다. 진행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될만한 소지가 있었지만, 한일군사정보협정 그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일본은 한때 한반도 침략했던 전범국...믿을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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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군사협정을 맺으려면 그 나라와의 관계를 깊이 따져보아야 한다. 일본이 지난 역사에서 한반도를 수차례 침략한 전례가 있는 전범국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는 수십년동안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아 탄압을 일삼았다. 우리 말과 역사를 가르치거나 쓰지 못하게 하였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이나 독립군 등에게는 가혹한 폭력과 고문을 저질렀고 생체실험을 자행하거나 학살 행위 등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부녀자들은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을 위한 성적 노리개인 위안부가 되어야 했고, 이 시기에 일본으로 온갖 재물들도 약탈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전쟁이 끝나고 해방 이후에도 이러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가 없었다는 데에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마찬가지로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독재자 히틀러가 자살하여 전쟁이 끝난 이후, 침략의 잘못을 시인하였고 1971년에는 당시 독일 총리가 전쟁 피해국가에 직접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독일은 학살을 비롯한 잘못들을 천천히 씻고 다시 '유로'라는 이름으로 유럽국가들이 연합하는데 동참할 수 있었다.

일본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침략과 학살이라는 피묻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잘못을 인정하려고 들지도 않았다. 되려 전쟁을 일으켰던 것을 '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한 혁명의 일환'으로 미화하여 일본 내에서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편찬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수십년이 지난 최근에 와서도 일본은 이와 같은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되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우경화 바람을 타고 역사를 거슬러 그들이 그리워하던 과거의 모습으로 뻔뻔스럽게 되돌아가려는 모양새다.

전범국이라 군대를 가질 수 없었음에도 사실상 군대나 마찬가지인 자위대의 군사력을 키워가면서, 해외 파병을 위해 헌법을 수정하며 그 영향력을 넓히려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핵무장을 꾀했으며, 최근에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집단 자위권을 추진하면서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독도에 대한 영토 야욕을 끊임없이 드러내던 일본이 마침내 동해상에 진출하기 위한 단계가 이번 한일군사협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다. 물론 동의한다. 북한은 과거 한국전쟁을 일으켰었고 그 뒤에도 수 차례 북핵사태, 미사일 실험을 비롯하여 연평도 포격등 최근까지도 대남 도발을 시도해왔다. 이는 분명 대한민국에 위협적인 행동이었고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일본이 그런 북한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과거의 침략을 반성하지 않았고, 역사를 왜곡하며 지금까지도 독도를 비롯한 한반도 진출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을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믿어주어야 하고, 왜 그들의 군사력 팽창에 구실이 될 한일군사협정까지 맺어야 하는지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확실하게 납득시할만한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 위협에 맞설 안보 동맹 구축이라는 구실...어불성설이다

이러한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꺼낸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여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와 군사적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일년내내 언제나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휴전국인 대한민국에서 안보논리는 위기에 처한 MB정부를 여러번 구한 효자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한일군사협정 진행을 위해 꺼내든 이 주장은 피할 수 없는 여러가지 반박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북한에 대한 일본의 군사정보가 우리에게 굳이 필요한가?

지리상으로만 봐도 북한과 가장 인접한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정보는 한국이 가장 빠르게 받아들일 요건이 충족되어 있으며, 그 외 북한에 대한 첩보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미 미국의 협력을 받고 있다. 필요한 모든 정보는 미국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공조가 이루어져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한국에 주둔해있는 미군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이미 수 차례 북한에 대한 오보를 내면서 그들이 가진 정보의 부실성도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은 지난 2009년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여 실제 발사보다 하루 앞서 언론에 '발사했다'고 잘못된 보도를 냈던 전례가 있다.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때에도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확인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결국 한국과 미국보다 언론에 사태를 40여분 늦게 발표하여 정보 체계에 허점을 드러냈었다. 거기다 일본은 과거에 김정일 사망에 대한 오보를 낸 적도 있다.

결국 한일군사정보협정은, 일본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한국에게는 크게 필요하지도 않을 뿐 더러 실효성이 없어보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둘째, 한-미-일 3각 동맹은 아시아 신 냉전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한일군사협정을 반기는 것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미사일방어체제(MD)와 3각 동맹이 구축되기를 원하는 것은 군비증강과 대북압박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에 미국의 의사도 적지 않게 반영되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한-미-일 3각 동맹이 이루어진다면, 미국과 일본에게는 북한을 더욱 수월하게 압박하고 6자 회담에서 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것이 한국에게도 도움이 될까?

위기를 느낀 북한은 더욱 무장하려고 들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대처하기 위하여 핵과 미사일 연구를 보다 더 활발히 진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대한민국에 더 많은 군사비용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 것이며, 결국 우리에게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질 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자국 안보를 왜 침략국이었던 주변국가에게 맡기려고 드는가?

일본이 한일군사협정을 두 손 들고 반가워하는 이유는, 단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군비 증강을 위해서일 것이다. 전범국가였던 과거로 인해 오랫동안 대외적으로 정식 군대를 갖지 못했던 일본이기에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는 그들에게 그동안 꿈꿔오던 일이 이루어지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우경화 작업에 있어 최후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우익세력의 모습에서 보듯이, 한 나라의 우파-보수진영은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군사력 증강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점에서 일본 정부는 주변국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할지 몰라도, 자국을 위한 정치는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청하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자국의 군사력을 더욱 굳건하게 할 생각을 하기보다 주변국의 군대를 불러들이려는 임시방편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군사협정을 체결하려 하는것인가?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외세를 끌어들이고 그들의 군사팽창을 돕는 발상을 하는 집단이 어찌 보수라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인지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 폐기 촉구, 밀실 날치기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 폐기 촉구, 밀실 날치기 MB정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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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와 질문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 청사 앞에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대거 동참한 가운데 국민들이 집회에 참가하여 한일군사보호협정을 규탄하는 자리를 가졌다.

많은 군중들이 모인 이 날 집회에서, 국민들은 목청 높여 '밀실 날치기로 진행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했다. 졸속 처리 과정과 협정 내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이어졌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 그리고 사임한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을 '을사오적'에 비유한 '임진오적'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협정 추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이러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지난 5일, 미국언론 '뉴욕타임스'에서도 이러한 사태를 거론하며, "한일군사정보협정 발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친일(pro-Japanese)'이라 비난받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그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비리의혹과 더불어 그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위키리크스에 의해서 밝혀졌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에 일본 측에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협상체결과정에서 비공개 밀실협상의 꼼수를 부리다가 결국 더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꼬리 자르기와 유체이탈 화법으로도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보인다.

국민들의 강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대로 추진을 강행하여 본인의 레임덕에 부채질을 계속할 것인지, 한일군사협정의 폐기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계속된 관심이 앞으로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일군사협정#이명박#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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