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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  백제의 인공연못 궁남지
▲ 궁남지 백제의 인공연못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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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같은 경상도 사람에게 문화대국인 '백제'의 역사는 약간은 생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백제의 문화를 제일로 친다. 당연히 백제 유민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초기 일본문화를 일구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일본어에 '시시하다', '쓸모없다'를 뜻하는 말이 '쿠다라나이(くだらない)'가 되었을까? 이 말을 직역하면 '백제에 없다'가 되는데, '좋고 훌륭한 것은 다 백제에 있는데, 이것은 백제에 없어, 그러니 시시한 거야'라는 말이다. 이 말은 즉 '백제의 물산만이 최고이고 나머지는 시시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려했던 문화대국 백제의 역사 중 부여의 시대(538~660년)는 성왕 16년(538)에 공주에서 천도하여 660년에 신라에게 멸망할 때까지(제31대 의자왕) 123년으로, 그리 길지는 않다. 하지만 부여시대는 백제문화의 최전성기를 구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삼국문화 중 최고의 예술혼을 피웠던 시기였다.

궁남지  분수와 황포돗배도 보기에 좋은 궁남지
▲ 궁남지 분수와 황포돗배도 보기에 좋은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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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부여에서는 백제의 역사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백제의 아름다운 문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력이 대단했다.

지난 18일(수) 오전, 친구들과 함께 찾은 부여읍 동남리에 있는 백제시대의 연못 궁남지(宮南池)는 바로 백제문화 특히 조경문화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사적으로, <일본서기>에 궁남지의 조경기술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조경의 원류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궁남지  궁남지 표지석
▲ 궁남지 궁남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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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와의 소문난 사랑으로 유명한 백제 무왕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궁남지에는 여러 가지 연꽃을 종류별로 재배하는 서동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6~7월 연꽃이 필 때면 정말 최고의 경치를 자아내고 있다.

궁남지는 사적 제35호인 거대한 인공 연못이다. 다른 이름으로 마천지(馬川池), 남지(南池), 마래방죽이라고도 부른다. <삼국사기>에 "무왕 35년(634)에 못을 궁 남쪽에 파고 물을 20리 밖에서 끌어들였으며 둘레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 섬을 쌓아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궁남지  궁남지의 연꽃
▲ 궁남지 궁남지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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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작은 연못을 무왕이 인근에 별궁을 만들면서 3~4만 평 규모로 크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연못 주변에는 별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우물과 몇 개의 초석이 남아 있고, 연못 안에는 정자와 목조다리가 있으나 초라하게 퇴락하여 옛 모습을 잃었다.

서동연꽃축제  궁남지에서 열리는 서동연꽃축제 안내장
▲ 서동연꽃축제 궁남지에서 열리는 서동연꽃축제 안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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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는 사비궁 별궁의 궁원지(宮苑池)로 꾸며진 우리나라 최초의 궁원지다. 궁남지는 현재 1만 평 규모로 그 크기가 줄기는 했지만, 전국적으로 연꽃이 가장 아름다운 연못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오는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제10회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궁남지  궁남지의 연꽃
▲ 궁남지 궁남지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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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꽃의 강한 향기와 연근, 연잎차, 연잎수제비, 연잎칼국수, 연잎가래떡, 연잎전 등을 즐기는 나는 늘 경북 문경의 처가 인근에 있는 2000평 규모의 신기동 틀못에서 여름이면 연꽃 향기에 취하고, 연잎차를 한잔하면서 휴가를 보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친구들과 먼저 연꽃을 즐기기 위해 서동연꽃축제 직전에 한가한 틈을 타서 전국 제일의 연꽃단지를 보기 위해 눈을 돌려 부여 궁남지로 갔다.

궁남지  궁남지
▲ 궁남지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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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궁남지에는 현재 흔히 우리가 연이라고 부르는 백련, 홍련, 황금련이 많다. 이런 연들은 식용 혹은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잎도, 꽃도, 뿌리도 먹는 품종이다. 또한 일본에서 건너온 2000년 전 연씨 3개에서 발아시켜 분홍색 꽃을 피운 전설의 연꽃인 '대하연(大賀蓮, 오오가 하스)'도 있어 탐방객의 눈을 자극한다.

여기에 꽃이 밤에 접어드는 수련 종류도 많다. 백수련, 황수련, 홍수련으로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종이다. 이런 수련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후 4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궁남지  궁남지 포룡정
▲ 궁남지 궁남지 포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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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식용 혹은 관상용으로 쓰이는 가시연도 있다. 여기에 약용 또는 관상용으로 쓰이는 왜개연도 있고,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는 물양귀비도 있다. 또한 최근 남미에서 도입된 '빅토리아연'도 숫자가 적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눈여겨볼 거리다.

현재 궁남지 자체는 1만 평 정도지만, 10여 년 전부터 연이 지역 경제에 상당한 수익이 되는 관계로 부여군이 주변의 논과 습지를 매입하여 연을 대량으로 심고 '소통, 낭만, 사랑, 학습을 주제로 하는 서동공원'을 조성했다. 규모를 늘린 이곳은 현재 10만 평 규모의 전국 제일의 '사랑과 낭만, 연꽃향이 가득한 정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궁남지  궁남지 수양버들과 포룡정
▲ 궁남지 궁남지 수양버들과 포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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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년 6월 하순에서 9월 하순까지 매주 토요일 밤에는 '달빛 별빛과 함께하는 국악 및 추억의 대중가요 콘서트'가 열려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 일행은 궁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서동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온갖 종류의 연꽃을 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수양버들 아래에 앉아 쉬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축제가 다가오는 관계로 지역민들이 꽃대를 제거하면서 행사기간 동안 더 많은 싹이 나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는 모습에 분주하기도 했다.

궁남지  궁남지 탐방로
▲ 궁남지 궁남지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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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남지 중앙에 있는 작은 섬과 포룡정을 중심에 두고 크게 공원을 돌면서 정말 조각조각 잘 꾸며진 정원을 눈과 가슴으로 만끽했다. 400~500평 규모로 블록을 나누어 홍련, 백련, 황금련 등을 구분하여 심었고, 중간 중간에 늪지와 부들, 원두막, 야생화 밭, 해바라기 밭, 소나무 숲이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다른 곳에서는 타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물양귀비, 대하련, 빅토리아연, 열대수련, 여황, 자생련, 분접련, 묘련 등을 심어 눈요기의 즐거움을 주었다. 나는 연못 가운데 있는 분수와 황포돛배가 특히 눈에 들어와 나중에 백마강에 가서 배를 한번 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부여 백제원 작은 문화공간이다
▲ 부여 백제원 작은 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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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무작정 연꽃구경을 위해 부여까지 갔지만, 궁남지의 연꽃은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데 충분한 에너지를 나에게 주는 청량제가 되었다. 한 시간 넘게 너무나 행복하게 궁남지를 둘러본 우리들은 규암면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부여생활사박물관인 '백제원'으로 이동했다.


#부여군#백제 #궁남지 #연꽃 #백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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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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