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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 및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의 간담회에 참석,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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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관련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 홍일표 대변인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인지 몰라도 후보와는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다." - 이상일 대변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인혁당(인민혁명당) 평가' 발언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12일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에 대해 후보 대신 고개를 숙였지만, 후보측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과였음이 드러났다.

홍일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박 후보도 유신의 그늘이 있었고 민주주의가 위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역사에 겸허한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인혁당 관련 표현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 있었다는 점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의) 역사관련 발언이 미흡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있다"며 향후 과거사 관련 박 후보의 입장이 수정될 수 있음도 내비쳤다. 

격화되고 있는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에 당이 나서서 '대리 사과'에 나선 것. 그러나 이 같은 당의 입장이 후보와 전혀 상의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양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당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샵에 참석 후, 홍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를 수행한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에게 홍일표 대변인의 사과 논평 관련 기사를 보여드리면서 물어봤는데 박 후보는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없다'고 말했다"며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인지 몰라도 후보와는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다, 후보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인혁당 논란'에 노코멘트로 일관한 박근혜... "더 이상 나올 입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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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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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대리 사과'가 박 후보와 상의 됐는지에 대한 문제는 브리핑 발표 당시부터 주목됐다. 홍 대변인도 "박 후보의 사과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당의 입장이다, 박 후보와 조율하지는 (않았다)"라면서 "다 이심전심으로 통하리라 본다"고 답했다.

"(후보 측과) 조율된 것으로 봐도 되나"고 재차 질문했을 때도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당 대변인이 당의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다만, 홍 대변인은 "후보 쪽에서도 이런 발표를 알고 계시다"면서 "앞으로 TV 토론도 있고, 적절한 시기에 (박 후보의) 종합적인 의사표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박 후보는 이날 인혁당 관련 질문에 '침묵'을 택한 상황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샵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인혁당 사건 유족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데"란 질문을 받았지만 "오늘(12일)은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샵 자리이니깐 다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9월 말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도 불참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공약 중 세법 개정안이 다수 상정될 예정이라 박 후보의 '공약 이행 의지'를 돋보이게 할 자리였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전체회의가 시작된 15분 뒤에야 "급하게 비공개 일정이 생겼다"며 불참 사실을 알렸다.

이를 두고 박 후보가 가라앉지 않는 '인혁당 논란'에 대한 고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한 것도 그 일환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기재위 참석도 단순히 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차원에서 잡은 일정"이라며 "앞서 잡혀있던 개인 일정이 끝나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해 부득이 불참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박 후보가 '인혁당 논란'에 대한 고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후보는 (인혁당 논란 관련) 더 이상 밝힐 입장이 없다"며 "어제(11일) 밝힌 내용이 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인혁당 논란이 거세지자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며 "(재심과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하니까 그걸 다 종합할 적에 역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75년 당시 유죄판결을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단한 것을 존중한다는 얘기였다. 다만, '역사적 평가' 부분만큼은 포기하지 않은 입장이었다.

결국,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역사적 판단에 맡긴다"는 최종 입장만큼은 수정할 뜻이 없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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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 허준영 원외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와 일일이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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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인혁당 사과 혼선 사태, 희생자와 유족 거듭 욕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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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송상진씨 부인 김진생씨,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씨,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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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인혁당 논란' 입장에 대해 혼선을 빚으면서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홍 대변인의 논평을 공식 취소하는 것인가"란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당내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인혁당 사과 혼선 사태'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거듭 욕보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선후보와 대변인, 당 지도부가 뒤엉켜 빚어낸 오늘의 혼란한 상황은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 들어설 경우 나타날 국정혼란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민주당은 오늘의 사태로 국민을 우롱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거듭 욕되게 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더 이상 유신독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욕보이지 말고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면서 "최종책임자인 박 후보는 이번 역사날조 왜곡행위와 관련해 사과할 것인지 아니면 12월 국민심판대에 오를 것인지 입장 발표를 직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