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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수연의 독설
 유수연의 독설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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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만한 자기계발서는 다 나왔다?

자기계발서는 저렴한(?) 노력에 비해 많은 교훈과 달콤한 용기, 특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간편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작년과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자타 공인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다독거리는 자기계발서나 <건투를 빈다> 류의 터프한 훈계조의 자기계발서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잔잔한 깨달음을 주는 에세이류는 이미 시장에 넘쳐난다.

이 외에 어떤 다른 자기계발서가 나올 수 있을까? <유수연의 독설>(이하 <독설>)을 읽을 때 딱 이런 마음이었다.

'유스타'로 유명한 영어강사 유수연씨는 본인의 표현대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울산대 애스턴 학원 경영학 석사이고, 매일경제신문 연재 기고가였으며, 한 기업의 CEO"다. (유수연의 독설, 15면(이하 면수만 표기)) 하지만 '강남대'를 졸업한 것을 본인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말 그대로 '강남대 스타일'이다.

<독설>은 유명하지 않은 대학을 나온 한 학생이 성공을 위해 모진 고생을 다하여 결국 성공을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낀 점을 속시원히 쓴 책이다. 2~30대와 비교적 가까운 연령대의 '누나'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남성보다 강한 힘과 열정 그리고 지독한 실행력은 많은 독자들에게 자극을 주었지만, 위태롭게 보일 부분도 있었다.

성공의 결과는 부정할 수 없지만,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심도 있게 들어가면 의외로 빈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독자들도 긍정적, 유보적,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한마디로 논쟁작인 셈이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독설이다."

<독설>을 좋게 읽은 페이스북 친구들은 안일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것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았다. 김현 씨는 "말 그대로 나한테 도움이 되는 독설"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전대영씨는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많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애정과 사랑을 전제로, 아이들에게 때로는 따가운 독설도 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던 고마운 책"이기 때문이다. Hye Yeong Seo씨 역시 "발길질에 채여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독설>을 읽어야 하는 독자들은 "머리는 똑똑한데 너무 몸을 사리고 있는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독설>이 자기계발서인가 하는 것도 독자들 사이에서 이론이 분분했지만 대체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자기계발서'라는 데 입을 모았다. 김영헌씨는 "자기계발서의 전형적인 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독자들이 <독설>을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로 분류하지 않는 까닭은 책에서 보이는 솔직한 감정과 열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영미씨는 "아직까지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부정"이라고 전제한 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열심히 노력한 부분과 솔직한 감정 토로에는 자극을 좀 받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Jungbin Rim씨 역시 "독설이라기 보다는 솔직한 충고"에 가깝다고 평했다. 솔직하고 통괘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시원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민욱씨 역시 "별 생각없이 샀다가,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장을 덮은 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민욱씨의 촌평에는 책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담겨 있었다.

"세상을 끊임없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결국 자기자신 또한 그 집단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사회에 귀속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를 보며, 어쩌면 자기자신을 위로하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면 "글쎄.."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깊이 있는 책을 읽으면서 성찰해온 독자들에게 <독설>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고민이나 위로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움직이는 행동력이다" (30면)이라는 말과 함께 <독설>이 2~30대를 주요 독자로 삼고 있음을 표방했다. 하지만 2~30대의 인생은 2~30대만의 것이 아니다.

전체 사회의 세대 구성원 속에서 2~30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30대와 함께 살아가는 3~40대 이상의 사람들의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이 부분은 저자가 다루고 있지 않은 영역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Woo Ju Chun씨는 "좀 불안하다"고 서두를 떼었다. "남에게 동정이나 받으려 자기 어려움을 토로하지 말라는 충고"에서 불안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Woo Ju Chun 씨는 유수연이 <독설>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즉 "유수연씨가 말하는 성공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감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갑자기 자기 삶에 만족하는 성공"으로 되돌아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독설>에서는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책의 행간에는 저자가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서 적잖은 고통을 겪었고, 성공에 도달한 이후에도 수많은 공격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는 눈엣가시일 수 있다. 그들보다 못난 출발, 그다지 좋지 못한 대학 출신, 모든 것이 평범했던 나라는 존재는 계속 그들보다 못나게 살아야만 했다."(222면)

Woo Ju Chun씨는 이 부분에서 '열등감'이 보인다고 비평했다. 마태호씨는 '나르시스트'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는 "대부분의 성공한 분들은 나르시스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정말로 심한 나르시스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평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논점이 하나 튀어나오는데, '개인과 사회'라는 주제다. <독설>에는 개인과 사회의 끊임없는 '대결구조'를 보이고 있다.

마태호씨는 "배려나 남을 돕거나 남의 도움을 받거나... 이런 것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개인의 엄청난 열정으로 대단한 성과를 내는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성공 스토리다. 하지만 이후의 성공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나의 행복과 성공'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운명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을 '소셜한 성공'이라고 한다면, 유수연이 말하는 '성공'은 좀 낡았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개인이 걸어간 열정의 궤적을 보지만, 성공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 성공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 열정적인 사람이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낸 이야기라는 좋은 바탕이 된다. 저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독설>이 주는 또다른 묘미다.


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위즈덤하우스(2012)


#유수연의 독설#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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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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