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LCD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암에 걸린 한혜경(35, 직업성 암 추정환자)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LCD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암에 걸린 한혜경(35, 직업성 암 추정환자)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흐느끼는 한혜경(35)씨의 손을 꼭 잡았다. 한씨가 고개를 숙여 기침을 하자, 어깨를 다독였다. 한씨는 19살 때인 1996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LCD사업부 기흥공장에서 일한 뒤, 2005년 소뇌부 뇌종양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다. 이후 보행·시력·언어 장애 1급 등 중증 장애판정을 받았다.

한씨는 안 후보에게 힘겹게 "비참하다", "너무 기가 막히다"고 말했고, 안 후보는 "곧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한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삼성은 노동자들이 병 들면 물 한 잔 마시고 버리는 컵처럼 취급한다, 유해물질을 쓰지 않았다고 거짓말한다"면서 "방진복도 사람을 위한 게 아니었다"라며 흐느꼈다.

이에 안 후보는 "기계를 위해서…"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돈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가 품격 있는 나라"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 것처럼, 기업도 생산성 향상에만 투자하기보다 노동자와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한씨의 병을 산업재해로 승인하지 않는 것도 비판했다.

경제민주화 광폭 행보... 삼성 겨냥했나?

15일 오전 안 후보가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직업병 발병자 한씨를 만난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앞서 14일 계열분리명령제라는 파격적인 재벌 개혁 정책을 발표하는 등 경제민주화 '광폭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안 후보가 14일 내놓은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금산분리 강화 등과 같은 재벌 개혁 정책과 이날 직업병 발병자 한씨와의 만남 등이 삼성과 관련된 것임을 감안하면, 안 후보가 삼성과의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삼성 백혈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법과 정책의 시스템에 관한 문제다, 법이 항상 공정하지 않고 법이 약자의 편에 서 있지 않은 사례"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그 문제를 대하는 그동안의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서만 145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을 얻었고, 이중 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고 황유미·이숙영씨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은 직업병 노동자·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LCD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암에 걸린 한혜경(35세, 직업성 암 추정환자)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방문해 삼성전자 LCD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암에 걸린 한혜경(35세, 직업성 암 추정환자)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궁극적인 구조개혁 조치"

안철수 후보는 지난 12일 경제민주화 광폭행보를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안철수 캠프 경제민주화 포럼을 이끄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개혁위원회를 청와대에 두고, 대통령이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며 "집권 1년 이내에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매년 재벌 개혁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후보는 14일 재벌 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일부 재벌 총수를 겨냥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적으로 부를 물려주고 있다", "적은 돈으로 거대 그룹을 좌지우지한다", "사실상 사법적 통제가 미치지 않는다", "금융 계열사를 이용하여 투자자의 돈으로 계열회사를 지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강하고 많이 가진 이들이 가장 불공정한 일을 벌이고 있는 곳, 이곳을 먼저 뚫어야 경제민주화가 시작된다"며 "특히 일부 재벌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거대하여 재벌의 부실이 곧 국민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고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이날 순환출자 금지(여러 기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으로 서로 투자해서 대주주가 적은 지분을 갖고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 금산분리 강화(재벌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등 재벌 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계열분리명령제다.

안 후보는 골목상권 보호 등 1단계 재벌개혁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2단계로 정부가 개입해 강제로 재벌을 해체하는 계열분리명령제 등 강력한 구조개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체계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는 우선 도입된다.

지금껏 재벌 개혁 수단으로 순환출자 금지, 출차총액제한제도(기업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순자산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해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제도) 등이 거론됐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열분리명령제는 강력한 구조개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경제민주화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비교 우위가 가능해졌다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전성인 교수는 "계열분리명령제는 학계에서 궁극적인 구조개혁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며 "반면, 문재인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구조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한혜경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한 뒤 휠체어를 직접 밀어주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한혜경씨를 만나 고충을 듣고 위로한 뒤 휠체어를 직접 밀어주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전경련과 충돌 불사... "전경련, 재벌 총수의 특권·반칙·이익 대변 안돼"

안 후보 쪽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14일 "대선 후보들이 위기극복 및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친시장정책을 발표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15일 "전경련이 대변해야 할 것은 재벌 총수의 특권과 반칙, 이익이 아니라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기업은 사회적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다, 정상적 이윤추구와 더불어 상식과 정의에 기반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전경련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낡은 방식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 쪽은 이번 주 경제민주화 행보를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정연순 대변인은 "후보가 이번 주 일자리 창출, 안전한 노동 문제 등 재벌 개혁 문제를 계속해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경제민주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