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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촉구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동해시의회 심상화 시의원.
 삼척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촉구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동해시의회 심상화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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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실시되는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핵발전소 건설 반대 시민운동이 삼척시를 넘어 인접 도시로 번지고 있다.

삼척시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동해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삼척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삼척시에 들어서게 되는 핵발전소가 삼척시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동해시민들은 29일 오후 6시 40분 동해시 천곡동 복개천 야외무대에서 '삼척 핵발전소 건설 반대 및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 촛불문화제'를 열고, 정부에 "동해안 일대 주민들의 민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삼척 핵발전소 건설부지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동해시는 삼척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삼척시 근덕면으로부터 20여km 떨어져 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삼척 핵발전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동해시는 철저히 배제됐다.

삼척 주민소환투표 앞두고 거리로 나선 동해시민들

 핵없는 세상을 위한 사진전시회
 핵없는 세상을 위한 사진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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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가 삼척 핵발전소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해시에서는 지난 9월 25일 동해시의회가 삼척 핵발전소 반대 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지난 21일과 28일에는 동해시민들이 주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29일에 열린 촛불문화제는 동해시민들이 삼척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한편,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단시키기 위해 동해시민들이 함께 투쟁할 것을 공표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삼척시민이 김대수 삼척시장을 주민소환하는 데 동해시민들이 힘을 보탤 것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31일 삼척시에서 실시되는 주민소환투표를 이틀 남긴 시점에 열린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행사에는 이상호 대표(반핵 기독교 공동행동 대표, 함께세우는교회 목사), 박홍표 대표(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상임대표, 신부), 심상화 시의원(동해시의회), 박종권 의장(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과 동해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촛불문화제는 '삼척핵발전소 반대, 핵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행동(준)'에서 주관했다. 동해시민행동(준)은 이날 행사 개최 이후, 구체적인 조직 결성을 위한 준비회의를 가진 후 본격적으로 '삼척 핵발전소 반대 및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핵발전소 결사반대' 손피켓을 들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시민들.
 '핵발전소 결사반대' 손피켓을 들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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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참가자들, "동해시와 삼척시는 하나"

촛불문화제는 먼저 동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천둥소리'가 난타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이상호 공동대표가 연단으로 올라서 대회사를 겸해 이날 행사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목사는 "삼척 핵발전소 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동해시민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핵 없는 아름다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목사는 정부에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터 닦고 살아갈 이 아름다운 강산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삼척시에서 핵발전소 반대 운동과 삼척시장 소환운동을 이끌고 있는 박홍표 상임대표는 그동안 핵 반대 운동을 이끌어온 소회를 밝히는 한편, "오늘 동해시민이 삼척시민과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동해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이 탈핵으로 갈 수 있는 기술과 역량과 모든 학문을 갖추고 있는데도 핵마피아라는 존재들이 국민의 세금을 빨아먹으며 기득권과 정권을 유지하려는 음흉한 속셈"이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한국 전역을 탈핵으로 이끄는 운동이 삼척과 동해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삼척시민과 동해시민의 연대가 (주민소환투표에서) 반드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임을 자신했다. 그는 "주민소환에 성공하면 한국에는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지을 수 없고, 지자체장이 주민 의사를 무시하는 일도 없어져 민주주의가 되살아난다"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해시민은 삼척 원전 건설에 매우 중대한 이해 당사자"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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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의장은 "(자신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핵 반대운동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말한 뒤, 정부를 향해 "핵발전소가 좋으면 한강에 있는 여의도에 지어야지, 왜 싫다는 삼척에까지 와서 짓겠다고 그 난리냐"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정부가) 고리 핵발전소를 지을 때도 고리가 관광지가 되고 살기 좋은 곳 된다고 선전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하는 거짓말을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를 막아낸 곳은 삼척밖에 없다"며 "(이번에) 삼척시장 몰아내고 핵발전소 막아내면 삼척시민, 동해시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시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화 시의원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올라왔다"고 말하고 나서, "핵이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해시민들 앞에서 지난 9월 25일 '동해시의회 의원일동' 이름으로 발표한 '삼척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촉구 성명'을 낭독했다.

동해시의원들은 이 성명에서 "우리 10만 동해시민은, 오랜 역사와 정서를 함께 나누어 온 이웃 삼척시의 원자력발전소 유치 계획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삼척시 소재지인 원자력발전소 고시지역과 불과 20Km 안팎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 시로서는 원전건설계획에 매우 중대한 이해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동해시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인접 주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생존권을 고려치 않은 삼척시 원전 건설 계획을 반대하며 이를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동해시민은 생존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앞으로 원전 건설과 관련한 삼척시의 어떠한 움직임에도 강력한 반대 활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발언에는 동해시민도 참여했다. "그동안 삼척 핵발전소에 별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최근 동해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지켜보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박모씨는 그 후로 "왜 원전(핵발전소)에 반대해야 하는지, 원전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사고를 확률로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다", "원전은 우리 세대가 사용하지만 그 피해는 다음 세대가 져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우리 모두에게 핵은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을 묵념을 하고 있는 시민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을 묵념을 하고 있는 시민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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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 후보'에게 투표해야..."

동해시민들은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동해시민선언문'을 채택하고 삼척 핵발전소 등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을 무위로 되돌리기 위해 "첫째,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이라는 전망을 가진 후보자에게 투표"해야 하고 "둘째,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힘을 결집"시켜야 하는 등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동해시민들은 "만약 정부가 삼척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한다면 동해안 지역에는 36기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세계 최대 핵단지화 지역이 될 것이며,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은 영원한 핵공포와 핵불안 속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동해시민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삼척 핵발전소 문제가 삼척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생존과 미래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을 인식하며, 우리 동해시민들은 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아래와 같은 조처들을 시급히 실행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동해시민들이 요구한 조처들은 ▲ 삼척 핵발전소 건설부지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을 비롯해 ▲ 사고 위험이 큰 노후 핵발전소 즉각 폐쇄할 것 ▲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및 부지선정 절차 즉각 중단할 것 ▲ 기존 핵발전 시설의 단계적 철거 계획을 수립할 것 ▲ 핵발전 확대 정책을 중단할 것 ▲ 신재생 에너지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것 등이다.

 '동해시민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시민대표.
 '동해시민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시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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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을 달리는 '주민소환투표' 여론조사

한편, 삼척시는 31일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삼척동해신문은 26일 발간한 신문에서 삼척시 유권자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조사기관 : 모노리서치)에서 '주민소환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가 60.8%라고 보도했다.

그에 반해, 시장 소환에 반대하는 삼척시장주민소환반대위원회는 삼척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민소환투표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시민이 75.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가 완전히 반대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소환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김대수 삼척시장을 옹호하는 세력이 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8일과 23일 통장과 공기업 이사 등이 주민소환투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그리고 29일에는 삼척시 간부급 공무원이 검찰에 고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공무원노조 해직자들로 구성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는 29일 삼척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 해직자들이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 방해 행위를 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소환투표방해행위감시단'을 운영함으로써 "3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되는 소환투표가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투표 방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면 현장에서 즉각 단속하고 체증하여 선관위는 물론 사법기관에 가차 없이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김대수#주민소환#삼척시장#동해시#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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