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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일본의 원전제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반박하며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치로 구타니 부국장의 발언을 언급했다(관련기사 : 일본의 '원전제로' 이미 흔들리고 있다).

일본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원전 제로가 아니라 원자력촌, 즉 원자력마피아들이 독점해왔던 원자력산업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발표한 2030년대 원전 제로 발표는 철회된 바가 없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폐쇄된 4기 원전 외에 지금까지 전체 50기 원전 중에서 오이원전 3,4호기 등 2기만 가동되고 있다. 나머지 원전의 경우 재가동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9월 새로 구성된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 기준을 강화할 경우 재가동하지 못할 원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질 부분만 보더라도 이번 안전심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오이 원전단지 한 가운데에서 지층이 띠 모양으로 깨진 파쇄대가 발견됐다. 쓰루가 원전 아래에서도 활성단층대가 발견되어 폐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인용하여 원전 제로 탓에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 일자리 감소 등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일본은 원전없이 무더운 두 번의 여름과 두번째의 추운 겨울을 전력난 없이 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경제가 큰 영향을 받고 있지도 않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의 경우에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어오는 동안 전력요금이 싼 주말이나 야간을 이용하여 조업을 해왔다. 오히려 이로 인해 전력사용량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에 대한 투자와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전 가동이 중단된 이후 전력요금이 5~8% 정도 인상되었지만 일본 정부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생명을 죽이는 원전을 대신하여 약간 인상된 전기요금을 내는 것에 대해 반감은 전혀 없다. 그러나 반감을 조장하는 세력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같은 원자력산업계와 결탁된 기관, 관료, 정치인 등 원전산업을 통해 이익기반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은 오는 16일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내리막길을 걷는 원전산업계를 회생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수원이 주장한 '일본이 원전을 포기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은 국가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라 탈원전 정책을 흔들고 있는 이들 원자력마피아 때문이다. 

지진은 물론 쓰나미에도 취약한 동해안 원전지대 

한수원에서는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연평균 지진 발생횟수가 1978년~1996년 사이 16회에서 1997년~2010년 사이 41회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1600년대에 월성원전이 밀집된 경주 일대에서 규모 6~7.2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1970년 이후 진도 4~5에 이르는 지진만 해도 10여 차례나 발생했다. 고리와 월성원전 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동해안 일대에는 양상단층 등 여러 개의 활성단층대들이 밀집해있다.

일본의 경우 규모 7.2 지진의 강도에 견디도록 내진 설계를 했는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지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예측할 수 없다. 과거 지진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대에서 앞으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우리나라도 내진 설계를 7.0 이상에서 견딜 수 있도록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존에 건설된 23기 원전에 대한 대책은 아예 없다.

지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쓰나미에도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 유럽과학자위원회는 'Civil nuclear power ar risk of Tsunamis '라는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지역 외에도 전 세계 22개 원전 지역이 쓰나미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고리와 월성원전이 이 지역에 포함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중국에 건설되고 있는 신규원전 지역과 일본, 한국의 고리와 월성 두 지역이 위험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한 연구팀에서도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여러 차례의 해일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잡한 기술로 이루어진 원자력, 사고 위험 높아

한수원을 비롯한 한국 원자력계는 우리나라 원전이 일본과 같은 비등수형원자로(BWR)가 아니라 가압경수형원자로(PWR)라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비등수형원자로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수소제거설비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후쿠시마는 지진과 쓰나미로 사고가 시작되었지만 스리마일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은 기계적 결함과 작업자의 실수가 겹쳐 일어난 것이다. 가압경수형이나 비등수형이나 원자로 내의 구조는 거의 같으며 냉각수 공급이 안 되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가동되고 있는 가압경수로형은 역사상 최초의 대형 원전사고를 일으킨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과 같은 노형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가압경수형원자로나 비등형원자로와는 다른 노형인 월성 원전 1~4호기도 있다. 이들 원전은 캐나다에서 수입한 캔두형(CANDU) 원자로로 체르노빌 폭발사고를 일으킨 RMBK 유형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CANDU형 원전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원전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차도 캔두형 원전을 공통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한수원은 더 이상 원자로 노형가지고 더 안전하다 아니다 논쟁을 벌이지 않기 바란다. 수백만 개가 되는 부품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원전에서 어디서 어떤 부품에 문제가 생길지 한수원도 모른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한국의 원자력계가 얘기하듯이 원전 사고는 백만 년에 한번 일어날까 한 사고가 아니라 10년에 한번 꼴로 대형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의 원인도 다 달랐다.

인간이 만든 기계는 반드시 고장이 나게 되어 있다. 원자력의 복잡한 기술 때문에 아무리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와 방호시스템을 갖춘다 하더라도 결국은 여러 고장이 겹쳐 설계자나 운영자도 알 수 없는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어떠한 대책을 세우더라도 다음에는 또 다른 원인으로 사고가  일어난다.

본질적으로 위험한 월성 1호기

▲ 발전기 수리중 11월 29일 정지된 월성원전 1호기 발전기를 수리하는 모습
ⓒ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한수원은 월성 원전 1호기는 수소제거기를 설치하여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폭발사고를 방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혹시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 그러니까 수명연장을 신청할 때까지 없었던 수소제거기를 설치한 것으로 월성 원전 1호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싶은가?

월성 원전 1호기는 수소제거기는 갖추었을지 몰라도 원자로 안에 '수소감시기'는 설치되지 않았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내부의 열을 제거하는 핵심장치인 '비상시 냉각계통의 열교환기 다중화'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때문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심사 과정에서 보완하기 어려운 중대한 결함이 확인되어 수명연장이 허가되지 않은 원전이다.

월성 1호기는 본질적인 안전상의 결함 때문에 안전성에 기초하여 수명연장을 할 경우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이러한 비용 문제로 최근 캔두형의 종주국인 캐나다에서 월성 원전과 같은 노형인 젠틀리 2 등 2기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추가로 7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수명연장 승인을 받기도 전에 7천억 원을 들여 설비교체를 했다. 수명연장에 관한 안전성 검사결과나 비용 산정에 관한 정보 공개는 없었다. 국내 안전 기준에도 못 미치게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투자를 해놓고 수명연장을 안 하면 국가적 손실이라며 설비개선도 안하며 버티고 있는 게 한수원이다. 월성 1호기는 수소제거기 설치가 아니라 폐쇄 수순을 밟아야 한다. 

독일에서 가장 싼 에너지원은 풍력발전

한수원은 반론에서 독일이 8기 원전 폐쇄 이후 전력수입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8기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독일은 전력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고리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양의 두 배에 해당하는 6TWh 이상의 전력을 수출했다. 특히 올해의 수출량은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동안 사상 최대치인 총 12.3 TWh로 늘어났다.

단 지난 번 필자가 독일이 8기 원전 폐기 이후에도 원전 18기와 맞먹는 양의 전기를 태양광과 풍력 덕분에 생산한 내용을 그 만큼의 양을 수출한 것으로 착오를 일으켰기에 바로 잡는다.

그리고 독일 국민 56%가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독일내 흐름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원전 폐쇄 이후 전력 요금이 소폭 상승(원전 폐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기 발전 운영 상승에 따른 것)하기는 했지만 이후 가격은 다시 안정화되었다. 2012년 현재 독일은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자치하는 전력의 비중이 20%에 달하고 있다.

2020년까지 38.6%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덴마크 51.9%, 스페인 42.6%). 이를 위해 향후 8년 동안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비용은 약 140조 원에서 28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4인 가족 기준의 한 가구당 60유로 정도 인상된다. 이 정도 요금이면 한 달에 각 가정이 부담할 비용은 5유로(약 7000원) 정도이다. 독일 국민들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 만큼의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화석연료나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게 되면 결국 국가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력요금과 관련해서 그린피스 독일의 기후에너지팀 총괄자 토마스 브루어는 "독일 국민이 내년에 부담하게 될 전기요금 인상 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시장성이 커지게 되면 가격은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독일은 전체 전력생산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원자력을 앞질렀다. 8년 후에는 전력의 38.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남아있는 9기 원전 폐쇄는 당연한 수순이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의 보수당인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을 대신해 진보적인 성향의 사민당 또는 녹색당이 집권할 경우, 탈원전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무엇을 근거로 독일의 탈원전이 순탄치 않다고 주장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201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전체 전력생산에서 재생가능에너지(112TWh, 20.4%)가 원자력(102TWh, 17.7%)을 앞섰다. 지난 5월 25일에는 태양광발전을 통해 하루 전력 수요의 절반인 22,000MW를 생산했다. 독일은 2020년까지 전력의 38.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 PRIS2012, AGEB2012

재생에너지는 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제조 공장

한수원은 또 다른 주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원가 인상으로 산업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핵산업의 몰락에 비해 재생에너지 산업은 해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1년 한 해에만 원전 41기에 해당하는 풍력발전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600억 달러로 2004년의 5배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재생가능에너지 누적투자액은 1조 달러에 달하지만 핵산업 투자액은 1200억 달러에 그쳤다.

최근엔 원자력에 친화적인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차도 2035년에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제 1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는 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몰락하는 핵산업에 수십조 원 투자하느라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인 한수원 같은 원자력산업계와 정부야말로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 아닌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입니다.



#원전#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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