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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의 시시각각'
 2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의 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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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자 본인의 칼럼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와 관련, 취지와 달리 일본 원폭 희생자와 유족을 포함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 5월 27일자 <중앙일보> '김진의 시시각각'에서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조중동'이란 용어 아시죠? 한국 언론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보수 신문 '조선·중앙·동아'를 묶어서 부르는 거죠. 세 신문이 비슷해 보이니까요. 논조는 보수적이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사실에 대해 왜곡하거나 눈을 감고, 독자의 알 권리보다 사주의 이익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죠.

일부에서는 '조중동'에서 <중앙>은 빼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해요. <조선>과 <동아>처럼 사주가 친일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남북문제에 대해 유연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겨레>와 사설을 교류하는 등 중도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는 이유에서죠.

이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이루어진 적도 있었죠. 하지만 늘 결과는 '아직 멀었다'에요. <조선>과 <동아>가 남북문제만 나오면 이성을 잃는 것처럼 <중앙>은 재벌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된 편파성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언론재벌이냐 재벌언론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사주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것 역시 똑같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진 논설위원 같은 기자가 <중앙일보> 지면에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김 위원의 글을 보면 '조·동'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한 게 많아요.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이라는 글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보복'을 주장한 건 전설 같은 이야기죠. 응징만 보이고 희생자는 눈에도 안 들어 오죠?

지난 20일에는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라는 글에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신이 인간의 손을 빌려 한 '징벌'이라고 해서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일본 언론도 비판적으로 보도했어요. 일본에서 독도나 역사 관련해 망언을 하면 우리 정부가 항의하고 언론이 비판하는 것과 같네요. 어느 나라나 우익들은 하는 짓이 다 비슷한가 봐요.

파문이 커지자 <중앙일보>가 "김진 논설위원 개인의 시각과 주장이며 중앙일보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라고 했네요. 1986년에 입사한 논설위원의 기명 칼럼도 공식 입장이 아니라니… 차라리 전두환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말을 믿겠어요. 이런 걸 보면 <중앙일보>도 참 비겁해요. 그리고 오늘 김 위원이 개인 자격(?)으로 그 칼럼에 대해 사과했네요.

"취지와 달리 일본 원폭 희생자와 유족을 포함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취지가 그게 아니었나요? '신의 징벌'이라면서요. 그 칼럼은 이렇게 끝나요. "일본에 대한 불벼락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신의 자유일 것이다." 이건 "불벼락"이 더 있을 거라는 협박이었잖아요. 칼럼 안에서 김 위원의 다른 '취지'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무력도발 선동과 인권감수성 부족 측면에서 보면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과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는 일란성 쌍둥이에요.

사과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그것 없이 단순히 파문을 잠재우기 위해 마지못해 내놓는 사과로는 또 다른 필화를 막을 수 없어요. 논설위원 입장에서 창피하겠지만 59점짜리 사과였어요. 낙제란 말이에요.


#김진#중앙일보#김진의 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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