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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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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달라져야 합니다."

6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연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는 지난 100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드물었다.

특히, 역대 최다 낙마를 기록한 인사문제나 박 대통령 특유의 독선적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졌다. 심지어, 소통 문제에 있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남기의 '셀프사과',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태도 알게 한다"

이영범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직 인사들은 인수위 인물까지 고려한다면 총 12명에 이르는 역대 최다의 숫자였다"며 "이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과 '강부자(강남에 사는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 초기보다 더 심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다 낙마'란 불명예를 얻게 된 원인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로 꼽혔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기를 들 사람이 없다"며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경향과 의사소통 부재의 리더십은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지적돼 왔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인사를 비롯한 광범위한 국정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리딩 그룹을 주변에 두지 않는다"며 "문제는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보력에 한계가 있고, 자신의 기준이 아닌 국민의 기준에서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 뒤 떠나며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과 관련, 방미 귀국 당일 심야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듯한 부적절한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 뒤 떠나며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과 관련, 방미 귀국 당일 심야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듯한 부적절한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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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셀프사과'에서 드러난 '권위주의적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이 전 수석의 대국민사과는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줬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와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에 참모가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수직관계가 형성되면) 참모는 오직 대통령만 쳐다보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은 보다 유연한 사고와 의사소통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이 회의 주재하면서 '1만2000자' 쏟아내..."

토론자로 나선 진경호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이를 '깨알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진 논설위원은 "최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1만2000자'를 쏟아냈다"며 "아마 선생님으로 통칭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도 회의에서 이렇게 많은 말씀을 쏟아내시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통'으로 각인돼 있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청와대 참모들과 나누는 대화의 질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참모들이) '노'라고 얘기하기 쉬웠고 관철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지시'로 굳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진 논설위원은 "청와대 장관·참모 상당수가 학계 출신으로 각 분야 전문성은 갖췄지만 '통섭'이라 할 만한 식견은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시스템으로 셋업하기 위해 많은 말씀을 반복적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통령이 '1만2000자'를 쏟아내는 회의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경험상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는 대개 처음 결정되는 대로 간다, 지시를 하고 받는 관계로 형성되면 향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서 관철하기가 불가능해진다"며 "가뜩이나 '노'라고 할 참모가 없는데 앞으로는 더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 내부에서 이런 경직성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시대정신 대표인 이재교 세종대 교수도 "(취임 100일 동안) 잘못한 건 많이 있지만 너무 많이 흔들어서도 안 된다"면서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적한 사항이 A4 용지로 10장, 20장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건 문제다, 대통령이 말을 쏟아내면 아랫사람의 의견이 나올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일 단국대 교수는 "최근 공무원을 만났는데 현 정부의 모토는 'SSKK(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고)'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며 "더 이상 이런 얘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일이 아니라는 걸 빨리 깨달아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박근혜 정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박근혜 정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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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겸허해지면 좋겠다"며 "정치인은 유권자를, 국민을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보수 진영이 정을 줄 다른 대안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김대중 정부 때 총리 비준을 6개월이나 저지한 강한 야당이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며 "이처럼 환경이 좋은데도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안보 프레임이 장기화되거나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여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도가 지속될 경우 선거 기간 약속한 개혁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된다"며 "박근혜 어젠다를 부각시키려는 리더십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일이 아니라는 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며 "'노'라고 말하는 참모가 없다는 치명적인 부분을 복원하고 아예 청와대 내 반대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역할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도 '국정 어젠다'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운영의 궁극적 가치와 방향은 국민의 입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국정운영 주체조차도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명확히 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 어젠다'를 명확히 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정 가치에 어울리는, 국민이 신뢰하는 인재를 활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채원호 경실련 정책위원장 역시 "대통령은 정책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청와대 누리집에 올려놓은 '희망의 새 시대'는 모호해서 각자 생각하는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추진동력을 결집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윤창중#리더십#취임 100일#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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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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