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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을 폐업(해산)했던 경남도가 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전단지(유인물)을 대량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최근 경남도는 "노조가 갑(甲)이 되어 도민 위에 군림하는 노조해방구 진주의료원은"이라는 제목의 유인물 10만장을 제작․배포했다.

경남도는 이 전단지를 지난 10~11일 사이 제작해 경남지역 곳곳에 배포했다. 특히 다중집합장소를 중심으로 배포했는데, 진주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뭉치로 쌓여 있기도 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진주의 한 장소에 전단지가 쌓여 있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진주의 한 장소에 전단지가 쌓여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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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지난 4월 말에도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노조공화국, 진주의료원은", "서민 의료원인가? 노조를 위한 병원인가", "진주의료원 노조공화국법-단체협약"는 제목의 전단지 10만 장을 제작해 각 시·군청을 통해 배포했다.

이번 전단지에는 "구조조정 요구 모조리 묵살-폐업 불가피"라거나 "진주의료원에 대해 2008년부터 도의회와 도에서 47차례나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노조에 의해 모두 거부되었고, 그 결과는 279억원의 누적부채로 돌아왔다"고 해놓았다.

또 경남도는 "신의 직장, 노조 천국-진주의료원", "강성귀족노조 해방구-단체협약서", "노조에게 무소불위의 특권과 인사․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주는 초법적 단체협약 내용입니다", "도정사상 초유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복지누수 차단은 시대사명으로 강성노조를 위한 병원에 더 이상 도민의 혈세를 줄 수는 없습니다"는 내용을 전단지에서 주장해 놓았다.

경남도는 지난 4월 말에 이어 한 달 보름만에 또 비슷한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결국 5월 29일 폐업 발표를 했다. 경남도의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지난 11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경남도는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히면서 주요 이유로 내세운 게 '적자(부채)'였다. 이후 홍준표 지사는 '강성노조' '귀족노조' '노조 해방구' 등의 표현을 쓰며 '적자 이유'보다 '노조 탓'만 했다.

경남도의 해석대로 보면,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지사가 바랐던 대로 폐업과 해산 절차를 마친 셈이다. 그런데 왜 한 달 보름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전단지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홍준표 지사가 '노조 타령'을 강하게 해 나가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정책실장은 "특히 외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전단지를 배포한 것은 다른 지역 주민한테까지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전단지 앞면.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전단지 앞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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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전단지 뒷면.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등 다중집합장소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10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은 전단지 뒷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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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가 전단지를 통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전단지에 보면 '신의 직장'이라 해놓고 '환자(외래) 200여명, 직원 250여명, 직원들의 하루 일과는?'이라고 해놓았다.

이에 대해 나영명 정책실장은 "경남도가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어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왜곡 투성이"라며 "마치 직원 1명에 환자 1명인 것처럼 해놓았는데, 폐업 발표 당시에만 입원 환자가 200명이 넘었고, 외래환자도 많았으며, 직원들은 진료․간호뿐만 아니라 관리․총무 등 업무까지 포함시켜 놓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한 조합원은 "강성귀족노조라고 하는데, 우리는 5년 동안 임금 인상 없이 동결했고, 그것도 7~8개월 동안 체불되기도 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강성귀족'이란 말이냐.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의 주장이 하도 왜곡이 많아 그것을 바로 잡지 않고는 억울해서라도 투쟁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 노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6월 10일경 전단지를 제작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배포했다"며 "언론은 노조와 관련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아 도민들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숨 죽여 있는데, 전단지를 보고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태그:#진주의료원,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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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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