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위에 뜬 슈퍼문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일한 아내가 일요일(6월 23일)에 둘째딸과 와서 저의 일을 감당해주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함께 헤이리 밖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잔양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만우리의 너른 들판에 오와 열을 맞추어 도열해 있는 벼들도 모두 휴식에 들어간 듯 고요했습니다.
낮 시간, 낚시를 드리웠던 낚시꾼들이 모두 떠난 만우천의 물고기들도 마침내 온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싶습니다.
한 달 전에 헤이리 사람들이 손모를 냈던 논이 있는 축현리 들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들판을 돌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당을 나오자 오히려 들이 더 밝아져있었습니다.
멀리 들녘 끝 야산을 막 넘어온 둥근 달빛이 온 들에 가득 찬 탓이었습니다.
"오늘이 보름이구나!"아내가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이토록 유독 휘영청 밝은 것은 탁 터인 들판 때문인가 싶었습니다.
헤이리로 돌아오니 그 달은 모티프원의 느티나무 끝에 와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늘이 보름인지를 검색하다가 그 달이 일 년 중 가장 크고 밝다는 슈퍼문(Super moon)임을 알았습니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지구-달 평균거리보다 약 3만㎞가량 더 가까워진 것(이번 슈퍼문에서 거리는 약 35만7205㎞)이랍니다.
달이 지구 주변을 타원궤도로 돌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주기인 1근접월은 약 27.56일이고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로 변하는 삭망월은 약 29.5일입니다. 보름달일 때 근지점이나 원지점인 위치로 오는 주기는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란 설명입니다.
농사는 별의 노래작년 가을에 해남의 농부들이 모티프원에서 지내고 간 일이 있습니다. 해남농업기술센터에서 해남으로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을 모시고 경기일원으로 탐방을 나오신 경우였습니다.
그날 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농사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회지에서 사업가, 공무원, 예술가,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을 받쳤던 분들이 다시 고향으로 귀촌하여 땅을 일구면서 겪는 성공과 좌절이 뒤섞인 땀의 이야기들은 들어도 들어도 흥미진진한 것이었습니다.
그 일행 중에 '농업은 예술이다'를 주창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해남 고천암당끝농원'을 운영하시는 박종부·이경임 부부는 함께 귀농하여 고구마농사를 주로 하고 계셨습니다. 이경임선생님은 서울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을 해오신 분으로 예술가가 농사를 지으니 농사가 예술이 된 것이 아님을 남편분이 소상히 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뉴스에 보니 서울시장님이 세종문화회관 계단 수조에서 키운 벼를 수확하는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참 허탈했습니다. 농사가 정원에서 화초 키우듯 한 것이 아니거든요. 농사는 땅과 땀의 범벅이지 도회지 사람들이 농사꾼 흉내 내며 '농사는 예술'임을 말하는 그런 낭만이 아니에요.농사가 예술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별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나타내는 '농(農)'자라는 한자는 노래 곡(曲)자와 별 진(辰)이 합쳐진 글자에요. 농사가 '별의 노래'인 이유이고 농부가 예술가인 이유는 그 별의 노래 리듬에 맞추어 작물을 키우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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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이 예술이라는 박종부?이경임 부부가 보내준 본인의 밭 흙 사진입니다. |
ⓒ 이경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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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생장에는 태양뿐만 아니라 태양의 두배 이상인 달의 인력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달과 태양 그리고 다른 행성들의 인력이 만들어 내는 조수간만의 차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별과 달과 태양의 힘과 농부의 땀으로 만든 밥을 먹고 살고 있습니다.
여성의 생리주기도 달의 공전주기와 일치합니다. 저 또한 달의 밝음과 어두움, 차고 기울어짐에 따라 마음쓰임이 달라지니 모든 생명은 달과 별 그리고 태양의 상관관계속에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축현리 들녘 위에 뜬 슈퍼문은 우주만물이 서로 공명하고 있음을 '휘영청' 일깨워주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