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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첫 공판, 묵묵부답 일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김용판 첫 공판, 묵묵부답 일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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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축소·은폐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혐의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의 6차 공판에서, 처음으로 김 전 청장의 공소장 변경을 언급하며 "(김 전 청장의) 공소장을 더 죄질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이 디지털 증거 분석 자료를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탓에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날 공판의 핵심 쟁점은 2012년 12월 18일과 19일, 서울경찰청이 수서서 수사팀에 넘긴 하드디스크와 CD 검증이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를 수사하던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무의미한 자료'를 넘겼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8월 30일 열린 첫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당시 수서서 수사과장은 이 부분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에서 12월 14일 김하영씨 컴퓨터에서 아이디와 별명 40개를 발견했지만 19일에야 수사팀에 전해줬다며 "(12월 14일부터 19일은) 잃어버린 5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때라도 자료들을 입수한 것은 전날 12월 18일 받은 1차 자료가 부실해 수사팀이 직접 서울경찰청에 가서 항의한 덕분이었다고도 했다.

권 전 과장은 "당시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이 증거물이 담긴 저장장치를 보고 내용이 없다고 판단, 제게 '과장님 깡통입니다'라고 보고했다"고 증언했다(관련 기사 : "서울경찰청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

권 과장이 1차 증거자료가 '깡통'이라고 보고받은 이유는 "서울경찰청이 수사팀에 분석 결과물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이때 서울경찰청은 김하영씨의 노트북에서 그가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 약 30만 건을 찾아내 엑셀파일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김씨의 인터넷 접속 시각이 나온 것은 약 1만여 건뿐이었고, 나머지는 접속한 날짜와 인터넷 주소(URL) 정도만 담겨 있었다.

권은희 "서울경찰청 1차 자료는 '깡통'" - 검찰 "분석 내용 제대로 전달 안 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8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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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문제는 (서울경찰청이) 접속 목록만 결과물에 포함하고, 분석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서울경찰청이 분석 결과물을 정상적으로 수서서에 전달했다고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이 김하영씨가 언제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 무슨 활동을 했는지 확인했는데도 이러한 내용들이 전혀 수사팀에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이 김씨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분석, 수서서에 전달한 자료도 확인된 접속 IP 목록만 나오는 수준이었다.

서울경찰청이 수서서 수사팀의 항의를 받고 19일 새벽에 전달한 CD자료 역시 비슷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이 키워드 분석으로 국정원 직원이 단순 열람한 글, 삭제한 글, 수정한 글 등 의미 있는 자료를 다 확인한 뒤 출력하고 북마크(따로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과정까지 확인했는데, 막상 수서서에 전달한 것은 목록과 경로 파일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경로 파일 대부분은 디지털 증거분석 프로그램인 '인케이스'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는 형태였지만 일반 경찰서는 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 서울경찰청 분석팀은 12월 19일 오후 수서서를 방문, 인케이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서울경찰청이 향후 증거 은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컴퓨터에 남은 압축파일 해제 기록을 근거로 "수사팀이 아이디·별명이 든 파일 내용을 12월 18일 확인했다"며 "권은희 과장의 증언과 검찰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검찰은 "(분석자료 분량이) 약 30기가바이트로 파일이 무수히 많고, 한 엑셀 파일에도 많게는 수십 만 건의 목록이 있었다"며 "압축해제를 했으니 수서서 경찰들이 (그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은 잘못된 연결이다, 불과 1시간~1시간 반 사이인데 맞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수사팀장인 윤석렬 부장검사는 10일 오전 재판 끝 무렵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며 "훨씬 더 죄질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14일 김 전 청장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피고인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해 허위 보도자료를 경찰서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게 해 정치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수사 공보를 하게 함으로써 선거운동을 했다"고 명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법정에서 다투는 내용 중에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이상한 것까지 있어서 차라리 그럴 바에는 더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혐의 내용을) 넣는 것이 어떤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오늘 내일 결정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청장 변호인 쪽은 "오늘 처음 나온 얘기라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밝혔다.


#권은희#김용판#국정원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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