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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백두대간 골짜기의 산골학교로 유학을 보낸 민일근, 이혜경부부와 딸 예원양과 유학중인 원호군
 도시에서 백두대간 골짜기의 산골학교로 유학을 보낸 민일근, 이혜경부부와 딸 예원양과 유학중인 원호군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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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10월 5일), 제가 운영하고 있는 파주 헤이리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 솟대 만들기 체험을 위해 한 가족이 오셨습니다.

아빠 민일근, 엄마 이혜경 그리고 파주 금촌에 있는 새금 초등학교 1학년 민이예원, 강원도 양양에 있는 현성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민이원호. 단란한 일가족이었습니다.

우리는 솟대의 전통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듣고 각자의 소원을 담아, 그리고 최선의 솜씨를 발휘해 각자의 솟대를 만들었습니다. 가족간의 자연스러운 대화에 화목함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3살 터울의 오누이의 학교가 다른 게 의문이었습니다. 다음은 엄마 이혜경씨와 나눈 문답입니다.

- 현재 파주에 살고 계신다면 양양은 누가 계시는 곳인가요?
"아무 연고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아직 어린 원호가 오대산 너머 백두대간의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아, 원호 아빠 친구가 몇 년 전에 자녀를 어성전 계곡이 있는 산골인 현성 초등학교로 보냈어요. 아이들을 좀 놀게 하고 싶은데 도시에서는 도무지 놀 수가 없잖아요. 그 아이가 자연 속에서 잘 적응했고 너무 건강하게 자라는 거예요. 다음 해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했고 다시 몇몇 부모가 아이를 그 학교로 전학을 보냈어요. 그 아이들 또한 도회지 학교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저희도 작년에 원호를 보낸 것입니다." 

- 지금 원호는 주말에 부모를 만나로 온 경우이군요?
"맞습니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서 파주로 온 겁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 그런 곳이라면 따님도 보내지 않으시고?
"아들은 너무 좋아하는데 딸은 엄마와 도무지 떨어지려고 하지 않네요."

- 양양 현성초등학교는 발도로프 프로그램 같은 교육 방법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교육법을 시행하는 초등학교입니까?
"아닙니다. 일반 공립 초등학교입니다. 다만 산골에 있다 보니 숲체험이나 국립공원 생태체험로 탐방, 텃밭 가꾸기 같은 생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단지 저희는 컴퓨터나 TV가 없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었어요."

- 기숙사가 제공됩니까?
"아닙니다. 산골 학교는 학생수가 점점 줄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동네의 학교는 분교가 되었다가 결국 폐교가 되는 수순을 밟고있잖아요. 이 학교에서도 그런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도시에서 학생들이 가니까 무척 좋아하지요. 학교가 계속 존립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숙사를 제공하거나 하지는 못해요."

- 그럼 원호는 어디에서 숙식을 합니까?
"이곳에서 간 아이들이 십여 명됩니다. 그 부모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한옥 기숙사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산촌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꿈꾸는학교'라는 이름으로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하고 있지요. 현성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정규 교육을 담당하고 이곳 '꿈꾸는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숙식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원하는,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확신하는 방과 후 활동들을 시행하고 있지요."

- 대처에서 이렇게 집단적으로 전학을 오니 학교에서도 더 큰 의욕을 가지고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에 힘쓸 것 같군요?
"학교가 작아 학급당 학생이 5~6명 정도밖에 안되니 선생님께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에 더욱 집중하고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지요. 선생님들의 정성과 열의가 무엇보다도 고맙지요.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등하교가 쉽도록 스쿨버스를 운영해주고 있습니다."

- '꿈꾸는 학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컴퓨터나 TV없이 잘 놀게 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요. 자습과 자율독서, 자율토론(꿈토 : 꿈꾸는 학교 토론) 등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릿빛 피부의 원호에게 물었습니다. 

"원호야,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니?"
"전혀요. 보고 싶을 틈이 없어요."

"뭘 하느라 그리 바빠?"
"노느라고요." 

저는 원호 나이에 산촌에서 대처로 유학을 나온 경우입니다. 지금 원호는 대처에서 산촌으로 유학을 간 경우입니다. 한 세대의 간극은 이렇듯 부모와 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완전히 반대로 된 놀라운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많은 대처의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귀촌과 귀농의 날들을 꿈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원호처럼 산골 유학을 꿈으로 삼는 도시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산골유학, #현성초등학교, #꿈꾸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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