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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확하는 모습 약 2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의 수확하는 모습. 올해는 대략 4천만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 사과 수확하는 모습 약 2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의 수확하는 모습. 올해는 대략 4천만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 남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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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살기기 팍팍할 땐 40, 50대 분들이라면 귀농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언론 보도나 귀농 성공담을 담은 책들에서 귀농해서 연봉 1억 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보면 마음이 더 흔들리지요.

네, 그런 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경북 청송군의 경우도 전체 농가 중에서 대략 100가구 정도가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구가 전체 농가, 그러니까 약 5000가구 중에서 2%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귀농 후 연간소득, 얼마나 현실적인 목표일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전체 농가평균소득은 3103만 원입니다. 이 통계 속에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으신 분들과 이제 막 귀농하신 분들까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귀농을 생각하시면서 연봉 1억 원이라는 과도한 환상에 사로잡히면 나중에 큰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통계청 발표와 같이 저는 어떤 작물을 하더라도 3000만 원이 가장 현실적인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대략 인건비, 농약, 퇴비 등 경비 등으로 30%를 제해야 실제 소득인 것은 상식이구요). 소득을 많이 올리기 위해서는 농지 규모가 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귀농인이 그런 농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사 확보된다 하더라도 한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에 농가인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는 귀농인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 청송군의 농가평균소득은 작년의 경우 4600여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농들이 많기 때문에 이 통계가 농가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규모가 있고 현실감 있는 통계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의 우리나라 농가 중 40, 50대 농가의 평균소득은 4600~4700만 원 정도라고 하니, 실현 가능한 목표를 대략 5000만 원 정도까지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 이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면 거의 '대박' 수준입니다만.

그럼 귀농하신 분들이 실제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지에 대한 통계 같은 것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습니다'. 아마도 통계연보 자체에 이런 항목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사는 청송군의 경우도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한 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단지 통계연보에 목록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무책임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집계해서 발표하면 귀농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차피 매년 농가소득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귀농가구에 대한 소득집계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귀농 연차별로 소득의 규모를 추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귀농가구에 대한 소득을 추산할 때, 과수의 경우 적어도 10년 동안 소득자료를 관리해 주어야 귀농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과의 경우 1년생 묘목을 심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확을 올리는 4년차까지는 아무 소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소위 귀농자금으로 살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에서 귀농을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손익분기점을 이루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소득에 목적을 두고 귀농을 하시려면 냉철하게 판단하셔야 된다는 얘깁니다.

절대 빚 지지 않겠다? 그러다 더 큰 빚 집니다

그래서 저는 예비 귀농인들을 상담할 때 반드시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을 잘 활용하라고 권유합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빚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말 더 큰 빚을 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도시로 갈 수도 없고 농촌에 남아 있을 수도 없는 기가 막힌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 귀농할 때 마련한 개인 귀농자금은 우스운 얘기로 장롱 깊숙한 곳에 두시고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을 잘 활용해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인 농업기반을 먼저 구축하시고 온전한 소득을 올릴 때까지 잘 버텨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농사도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자본이 적게 투입이 되고 그러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선택하시고 재배를 하셔야 상대적으로 짦은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귀농해서 온전한 소득을 올릴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에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처음 농사를 시작하면 당장 많은 손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가정에서 부부 중 어느 한 쪽은 다른 일을 통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시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일반 농가들도 농업 외 소득이 연간 소득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귀농하는 연령이라든지 시점이 조금 더 빨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40대 여성분인 경우는 아직까지 농촌에서 비교적 구할 수 있는 직장 선택의 폭이 좀 있습니다. 여기에 컴퓨터 사무처리 능력까지 있으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 남자의 경우는 지역 형편에 따라 잘 살펴보시면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귀농을 생각을 하신다면 온전한 소득을 올릴 때까지 부부가 함께 좀 더 고생한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IMF 시대가 낳은 '묻지마식 귀농'으로는 귀농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농업의 현실과 자신의 역량을 잘 판단하셔서 꼼꼼하게 준비하셔야 귀농에 성공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귀농귀촌#귀농소득#사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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