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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점점 맛있는 밥이 먹고 싶어진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이는 특히 매일 집에서 밥을 해야 하는 주부들에게 해당될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꽤나 외식을 좋아해서 걸핏하면 "밖에서 먹자"고 했다. 사실 무슨 날이니, 남들이 가는 '잘하는 집'을 가보느니 하는 구실 아래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려는 속셈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맛있는 밥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이제 누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하고 물으면 서슴없이 "함께 먹는 밥"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하고 식구가 줄어 들어 혼자 밥 먹을 때가 많다 보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밥이란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밥이지 아니면 그저 한끼 때우는 것이라고 강변을 하곤 한다.    

게다가 '맛'에 대한 정의도 변했다. 전에는 이른바 '맛집'에서 내놓는 화려한 음식들이 좋아 보이더니 이제는 정갈한 밥상,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 밥상... 뭐 그런 게 그리워진다. 그러다 보니 점점 외식은 줄어들고 '집밥'을 먹게 되는데 집에서야 특별한 음식을 해먹을 리 없다. 그 밥이 그 밥인, 무덤덤한 밥이다.  

세상에 밥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든지 많은 것 같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매끼 먹는 밥이 소중해지면서 맛없는 밥을 먹기는 싫고....

 내 생애 최고의 밥상
 내 생애 최고의 밥상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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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나는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밥상을 내 생애 최고의 밥상으로 여기기로 한 것이다. 아니, 내가 지금 먹는 과일 한 쪽이, 하다 못해 빵 한 쪽이 내가 다시는 맛보지 못할 최고의 음식이거니 하고 여기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절로 먹는 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고, 먹는 한 입 한 입을 음미하게 된다. 사실 찬찬히 잘 음미하면서 먹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 바로 요즈음 들어 '내 생애 최고의 밥상'을 차려먹게 된 내력이다.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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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두계마을에서 텃밭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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