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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게 '금요일'은 어떤 날일까.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특히 외부의 입방아에 오르길 원치 않는 검찰 내부의 분란과 관련된 일의 경우 모두 발표시점을 금요일에 처리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게 금요일을 '검요일' 즉 '검찰의 날'로 힐난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일련의 검찰 발표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짚어봤다. 특히 '찍어내기'란 비판을 받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의 경우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짜임새가 척척 맞아떨어져 작의적인 의구심이 더해진다.

<조선일보>의 '혼외자녀' 첫 의혹 보도부터,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최초 감찰 지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채동욱 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 건의 등 모든 일정이 '금요일'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채동욱 검찰총장 축출을 위한 '금요일의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이뿐 아니다. '국민검사'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감찰결과 '정직' 징계청구 얘기도 모두 금요일에 나왔다. 또한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미이관 사건과 관련한 수사결과도 금요일인 지난 15일 발표했다. 여기에다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사건과 국정원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발표도 모두 금요일이었다.

조수연 변호사 "금요일의 비밀"

이런 일련의 검찰 모습을 지켜 본 법무법인 청리의 조수연 변호사의 지적이 눈길을 끈다.

조수연 변호사는 16일 페이스북에 <금요일의 비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사결과에 자신이 있고 널리 홍보하고 싶으면, 기다렸다가 월요일에 기자 브리핑! 수사결과에 자신이 없고 이슈가 얼른 사라지기를 바라면, 금요일에 브리핑! 주말에 자연 열기가 식고 월요일쯤 되면 새 이슈에 묻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수연 변호사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글
 조수연 변호사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글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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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면 당연히 국민의 시선을 덜 받는다. 기본적으로 당장 신문사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마감시간에 쫓겨 단순히 스트레이트 기사를 신문사에 송고하기 바쁘다. 당연히 분석기사와 해설기사까지 다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신문사도 기차나 고속버스 등 전국망으로 신속히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사를 기다리며 마냥 지체할 수도 없다.

국민들도 주말엔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기에 당연히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아니 검찰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때문에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촌철살인 클로징멘트' 신경민 의원 "검찰에게 금요일은 검요일" 힐난

민주당 최고위원인 신경민 의원은 그동안 이런 검찰을 트위터를 통해 줄곧 질타해 왔다. 신경민 의원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던 시절 '촌철살인 클로징멘트'로 유명했다. 때문의 검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매섭다.

신경민 의원은 16일 트위터에 "금요일은 검요일로 바꾸는 게 낫겠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찌라시'라 말한 대화록 유출·유통 수사 발표해야 하고, 남재준 원장 등의 전문공개 수사도 대기 중입니다. 범정부적 선거개입도 수사해야 하고 큰 재판도 기다립니다. 검요일 포함해 우울한 금요일이 얼마나 필요할 지..."라고 개탄했다.

이는 향후 검찰이 중요사건에 대해 발표할 때마다 금요일 카드를 쓸 것임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명민 의원은 검찰에게 있어 금요일을 '검요일'로 힐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 의원은 지난 15일에도 "또 금요일. NLL대화록 실종에 대한 검찰수사가 끝났지만 엉성하죠. 더 큰 혐의는 대화록 유출·유통·악용이고 젤 악질적 혐의는 전문공개. 외교문서 공개는 20~30년 뒤 있지만 정상대화록 전문 공개는 세계 최초입니다. 이렇게 외교를 망쳐도 자리 잘 지키는 게 문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글에서도 "또 금요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15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결과라며 발표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이날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직접 브리핑까지 했다. 그나마 2시였다.

이진한 2차장은 "회의록 삭제를 주도한 장관급인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감찰결과 모두 금요일

신경민 의원은 지난 8일에는 "또 금요일. 윤석열 지청장 징계안이 나왔습니다. 채동욱 총장에 대한 결정도 금요일 오후. 어처구니없는 일을 공개 결정할 땐 금요일 오후가 적시란 거죠. 도둑은 웃고 순사는 영창 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상식적 검찰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건지..금요일이 두려워 질 겁니다"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차장검사인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달 18일 '국정원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이날은 역시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감찰에 착수한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가 지난 11월 8일 감찰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해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부팀장인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에 대해서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청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금요일이었다. 보도 후 감찰결과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그 중 감찰본부가 감찰위원회 위원들에게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회의 자료로 제공하지 않아 감찰위원들이 제대로 심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지난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찰위원회 심의위원들이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감찰 자료를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감찰본부가 감찰위원회에 감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그러면 감찰위원회로서는 심의를 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감찰위원회가 자문기구면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감찰본부 자기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데, 심의기구는 의결이 없으면 무효"라며 "또한 감찰위원들 간에 징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하자고 의결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검 감찰본부가 그냥 발표하고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한 것은 효력이 없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금요일이란?... 참여연대 "금요일의 학살"

신경민 의원은 지난 9월 27일에도 트위터에 "법무부가 채동욱 총장 흠집내기를 다시 했네요. 그것도 금요일 오후 기사마감 넘겨 임OO 여인과의 정황만을 언급. 혼외자 유무의 진실과 별도로 법무부가 치사, 비열한 접근하네요. 법무부는 '무법부'나 '법 없는 부'. 황 장관은 정부 수립 후 처음인 일을 여러 번 합니다"라고 법무부에게 거친 돌직구를 던졌다.

실제로 채동욱 검찰총장에 관한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상하리만큼 매주 '금요일' 사건이 터졌다. 채 총장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의, 저주의 '금요일'이라 불린 만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 6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한 여성과 혼외(婚外)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11)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며 "본지 취재 결과 채 총장은 대검찰청 마약과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7월, Y(54)씨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른바 '채동욱 혼외자녀'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이날은 금요일이었다.

하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지난 9월 13일 법무부 감찰관을 통해 '혼외 아들' 논란과 관련한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법무부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이날은 금요일이었다.

법무부의 '혼외 아들' 감찰 착수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신빙성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로, 조선일보와 채동욱 총장간의 진실공방에서 황교안 장관이 사실상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준 셈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감찰 착수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입장에서는 굴욕과 수치스러움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었다.

이에 전날(9월 12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하고, 신속한 의혹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도 조속히 실시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던 채동욱 총장은 결국 장관의 감찰지시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채 총장은 사퇴문에서 "신상에 관한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강조했다. 그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북하고 불쾌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등 야권은 황교안 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많은 법조인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참여연대 "'13일 금요일의 학살' 채동욱 검찰총장 축출"

특히 참여연대는 9월 16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13일 금요일의 학살' 채동욱 검찰총장 축출'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지시 취소와 황교안 법무부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13일 금요일의 학살'로 규정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민들은 검찰총장조차 사생활 캐내기와 같은 공작수법으로 내쫒는 집권세력의 횡포에 놀라움을 느끼며, 검찰이 권력의 시녀였던 유신시대 검찰과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치검찰'로 돌아갈까 매우 우려한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참여연대 기자회견(사진출처=참여연대 홈페이지)
 참여연대 기자회견(사진출처=참여연대 홈페이지)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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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법무부는 9월 27일 오후 5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에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날도 역시 금요일이었다. 채동욱 총장에 대한 발표는 이렇게 모두 금요일에 맞춰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 이날 진상규명 조사결과를 발표한 법무부는 "진상조사 내용, 검찰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 및 채동욱 총장이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도록 건의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날인 9월 28일 토요일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채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지 15일만이다. 이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께서 법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검찰#채동욱#윤석열#신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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