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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위헌 여부 선고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박한철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신헌법 53조,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자리한 모습.
▲ 헌법재판소,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위헌 여부 선고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박한철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신헌법 53조,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자리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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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약 1개월 만에 헌법재판소는 유신시대 긴급조치에 대해 역사적인 위헌결정을 내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출범시킨 뒤 유신시대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시간상 마치 유신과 같은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말 것을 충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무릇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세력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할 염려'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종결된 이후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존하는 위기상황이라 할 것이고, '북한의 남침 가능성의 증대'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상황인식만으로는 긴급조치를 발령할 만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통일된 국론의 존재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전체주의 사회에서 주로 상정하는 것이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총화를 공고히 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진정한 수단이다.

다소 길지만 새로 출범한 정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고로 보이므로 인용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법률가들이라 표현이 점잖다. 줄여서 이야기하면 첫째, 정치적 반대파 및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 둘째, 표현의 자유·집회 시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라. 셋째,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선언하면서 유신시대로 다시는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유신시대를 지탱하는 가장 큰 제도적 장치였던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선언했으니 당연히 유신 그 자체가 헌법상 용납될 수 없었던 것임을 밝힌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고가 됐던 '긴급조치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위헌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결정이 현재의 정부에 대한 충고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것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반대파의 활동이나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이러한 기본권리가 침해됐던 시대를 참회하고 반성하고 이를 법적으로 종결짓는 데 강조점을 뒀다.

현실은 으레 상상보다 더 혹독한 법일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고가 돼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민주정부로서 기본적인 의무만 지켰어도 헌법재판소의 긴급조치 결정은 그냥 수많은 결정 중 하나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과거 공안 전성시대로 다시 회귀함에 따라 긴급조치 결정은 '살아있는 헌장'이 됐다.

긴급조치 위헌결정을 통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를 설명하고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를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헌장이 돼버린 것이다. 결정문은 마치 헌법재판소가 지금의 정부를 질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유신시대 닮아가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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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9개월, 대통령 선거일로 치면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 소통과 화합을 통한 새로운 한국의 개척보다는 단절과 분열을 통한 대결구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위기의식을 이용하려고 대통령 선거 때부터 종북 이데올로기를 이용했다. 지금도 북한을 이용한 종북 이데올로기로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재편하고 있다. 국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노무현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의 왜곡과 유출, 국정원과 국가기관 선거개입에 대한 은폐 및 수사방해 등 직접적인 공안통치 이외에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등 과거 유신시대 혹은 전두환의 5공화국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게다가 야당과의 대화도 단절한 채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정책을 비판하는 야당국회의원에 대해서 '월북하라'고 말할 지경이 됐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비국민, 국민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탄압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유신시대·군부독재시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단호하게 말한다.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긴급조치를 두고 말한 것이지만 긴급조치를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과 바꿔도 완벽하게 성립한다.

헌법 무시하는 정권은 '청산 대상'... 오래 가지 못할 것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이 최고 규범은 우리에게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리고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도 보장한다. 국론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다고 말한다.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양한데, 어찌 하나의 의견만 있을 수 있겠는가. 천하의 이치를 어찌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만이 알고 민주당이나 진보당 그리고 전교조는 모를 수 있겠는가.

유신과 긴급조치라는 반(反)헌법적 시대를 연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는 법적으로 이미 청산됐다. 헌법을 무시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반드시 청산의 대상이 됨을 보여줬다. 헌법재판소의 긴급조치 결정문은 이런 의미에서도 과거 사건에 대한 결정이지만 현재 정부에 대한 충고다. 박근혜 정부는 살아있는 충고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종북몰이#긴급조치#김인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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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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