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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규탄 종북단체로 검찰 기소된 청년 모임 '소풍'의 대자보. 멀찍이 서울고등법원이 보인다.
▲ 청년들의 규탄 종북단체로 검찰 기소된 청년 모임 '소풍'의 대자보. 멀찍이 서울고등법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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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법조단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 사잇길로 20여 명의 청년과 어머니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청년 모임 소풍'의 회원들로 지난 4월부터 12월 현재까지 9명의 멤버들이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특히 지난 주말 MBC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이적단체 소풍 적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터라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안몰이였다. 꾹꾹 눌러 쓴 대자보가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로 결코 안녕하지 못합니다!"

"박근혜의 종북몰이... 안녕하지 못합니다"

인혁당사건과 무슨 차이죠? 2013년판 인혁당 사건에 그는 분개해 했다.
▲ 인혁당사건과 무슨 차이죠? 2013년판 인혁당 사건에 그는 분개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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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꼴이 이모양이라 미안합니다. 길을 가던 한 시민은 '종북몰이'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 나라꼴이 이모양이라 미안합니다. 길을 가던 한 시민은 '종북몰이'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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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 '소풍'에 가입한 김지혜(가명, 31)씨는 "박정희 유신 때 일어난 인혁당 사건과 무엇이 다르냐"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어 김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와 사회 공부하는 청년모임이면 북한 지령 받고 국가변란을 획책했다고 조작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가며 내가 MBC 뉴스에 머리기사를 장식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소풍 회원들이 모인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다. 자연스레 대자보와 피켓을 들고 서있는 이들을 향해 많은 관심이 모였다. 걸음을 멈추고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했다. 특히 한참을 서서 이들을 지켜보던 김윤배(69·서울시 송파구)씨는 "나라 꼴이 이 모양이니 말만 하면 빨갱이라고 몰리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양승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생각난 듯 그는 "박 대통령이 자꾸 아버지 길을 따르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참을 서성이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맞은 편 길목에선 고성도 오갔다. 소풍 회원들의 울분에 찬 성토가 이어지자 코트를 입은 백발의 중년 한 명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빨갱이 새끼들아. 어디서 ××이야. 어디서 감히 대통령을 욕해. 북한으로 꺼져 버려!"

소풍 회원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가 "혹시 무슨 일로 저희가 이러는지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고성과 욕설. 그는 말을 섞지 않았다. 소풍 멤버는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경찰을 불렀다"는 한 마디에 욕을 하던 중년은 급히 자리를 피했다.

싸이월드가 비공개 홈페이지?

1시간여의 규탄 성명 집회 뒤, 지난 12월 12일 검찰에 고발된 김지혜씨를 만났다. 그는 이번 검찰 기소에서 가장 어이없는 부분으로 '비공개 홈페이지'를 꼽았다.

"검찰에서 밝힌 '조직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비공개 홈페이지'가 뭔 줄 아세요? 바로 '싸이월드'예요. 대한민국에서 싸이월드 커뮤니티를 일촌 공개해 놓은 곳이 저희뿐일까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목조목 지난 일요일 언론에서 밝힌 내용을 짚어가며 말을 보탰다.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청년 모임이 어떻게 북한 대남혁명노선을 추종세력으로 바뀌었는지, 금강산 관광 다녀온 것이 어떻게 '북한방문'으로 명명됐고, CMS 자동 회비 납부가 '활동자금 모집'으로 바뀌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분개하며 진심으로 "안녕하지 못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대자보 꾹꾹 눌러쓴 대자보가 서울지검에도 붙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오래가진 못했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대자보 꾹꾹 눌러쓴 대자보가 서울지검에도 붙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오래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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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김씨와 소풍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대자보를 검찰청 게시판에 붙이려 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검찰청 청원경찰이 이내 몰려들었지만 찢거나 말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런 거 붙여도 소용없는 거 알지 않냐"며 "빨리 붙이고 떠나라"고 재촉했다. 그의 말처럼 청년 단체 소풍의 진심이 전달되기란 요원해 보였다.

현재 소풍 회원 9인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거나 재판중이다. 이들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도움을 받아 사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면서 "제2의 인혁당 사건이 되지 않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긴 겨울이 예상된다.


#종북#소풍#박근혜#대자보#인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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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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