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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또 한 차례의 격동과 마주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사함에 따라 인도,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의 언론과 경제인들의 이목이 중앙은행장 앨런의 입에 쏠려있는 현실은, 거대한 금융위기의 쓰나미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나 막강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패권이 소련 붕괴 이후 독주하던 당시에 비해 상당히 흔들리고 있음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유로존의 결성이 한 차례 이의 지위를 위협했고, 아직까지 그 존재가 건재한 와중에 중국을 중심으로 제 3세계가 엄청난 경제의 성장을 보여왔지 않은가.

이렇게 상충되는 상황은 모든 이의 머릿속에 하나의 공통된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미국의 세계 경제에의 패권은 미래 사회에도 유효할 것인가, 라는. 일본의 경제 붕괴와 구소련의 몰락 등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해진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의 신저 <세계경제의 미래>는, 이 질문에 대해 강력히 단언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 경제의 중심에는 미국이 아닌, 새로운 아메리카의 주인공, 브라질이 자리할 것이라고.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 저. 이은주 옮김.
▲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 저. 이은주 옮김.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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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와 에너지, 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프레임

'폴 크루그먼이 말했듯, 지난 57세기 가운데 55세기 동안만큼은 맬서스의 이론이 옳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맬서스가 부활할는지도 모른다.'

시중에 널린 경제 예측서들과 달리, 본 도서는 피상적인 수치나 통계를 분석하는 데에서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다. 경제적 현상을 분석함에 선행하여 '인구통계'와 '에너지'라는 두 가지 명백한 프레임을 제시하며, 그 구체적 수치와 중요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실 인류는 그간 인구와 에너지라는 두 중요한 요인들에 대해 너무 무덤덤한 세월을 보내왔는지 모른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는 꾸준히 증가하며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해 왔고, 에너지는 매번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새로히 채굴되고 발전되어 왔기에.

하지만 다가올 세기에서 그 당연한 명제는 무너져 내리게 되고, 거기서 미국이 새로운 세기의 세계 경제에서 브라질에 비해 열세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발생한다. 지난 세기말부터 이미 선진국과 한국을 포함한 일부 신흥국가들 사이에서 인구문제는 중대한 이슈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출산률이 인구 대체 출산률(2.01명)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 채 증가하지 않아, 축복이라 여겨졌던 노동력이 이제는 복지체제와 일자리 체계를 뒤흔드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화 되어버렸고, 미국과 같은 경우 이민자들의 수용으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브라질의 경우는 2억3천만의 인구 중 가장 많은 비를 차지하는 것이 20대와 그 이하의 인구다. 엄청나게 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에 비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멜팅 팟'으로의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늙어가는' 세계 사회에 이제 막 진입하기 시작한 청년이 브라질이라는 국가인 셈이다.

에너지는 어떤가.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의 정점. 이후 석유 생산량은 급속히 감소한다)은 과연 허상인가. 텍사스와 북해에서의 석유 생산 기록을 보면 이미 그 생산량은 70년에서 90년까지 4.5% 감소한데 이어 90년에서 2009년사이 38%나 감소했다. 미국의 석유 수입비는 30%에서 70%까지 올랐다. 셰일가스가 대안이라는 말이 있으나, 그 역시 고갈성을 지닌 데다가 환경상의 문제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이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일반론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실, 즉 수치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사실 매장되어 있다는 1230억 배럴 상당의 석유만으로도 놀라움은 충분하다. 헌데, 브라질의 진정한 강점은 재생 에너지에 있다. 전력 생산의 85%를 수력발전으로 충당 할 뿐 아니라 문제 없이 지속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동시에 말은 번지르르 했으나 실상은 미약했던(전체 에너지 생산의 0.01%에 채 미치치 못했을 정도) 선진국들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정반대의 측면에서 브라질의 에탄올 생산은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는 구조하에 생산이 가능하다 한다. 전 세계가 폭등하는 석유값에 신음하는 사이, 브라질은 에너지에 관한한 홀로 천국을 거닐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도발적 주장, 음모론인가 '불편한 진실'인가

사실 인구구조와 에너지 체계라는 두 가지 틀 이외에, 저자는 '기후'라는 이슈를 브라질을 미국의 대체자로 이끌 새로운 근거로 끌어들인다. 헌데 문제는 저자의 기후와 관련된 논의가 오늘날 일반적 통념과 완전히 대치된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앞으로 점차 지구가 '추워질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브라질의 더욱 가치있어질 토양에 대해 말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가 허상이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저자가 인용하는 다양한 실증적 근거들 역시 이들과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주장은, 지구 온난화론이 세계적으로 수용된 이래 만들어진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에 있었다. 데이비드슨에 따르면 이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지구 온난화의 주창자 엘 고어 그 자신이며, 이로 인해 그가 얻어들인 재산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과연 지구 온난화는 옳은가, 그른가? 혹여나 잘못된 주장이라면 이는 의도된 것인가, 기획된 것인가? 책의 핵심 논점은 아니지만, 그 어느 장에 비해서도 강력한 도발성을 띌 만한, 고려해 보아야 할 점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세계 경제' 에 대해 고려해야

'미국이 언제까지고 세계에서 1인당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 로버트 솔로, <파이낸셜 타임즈> 2011년 1월 15일

당연히 브라질에는 아직까지 신흥 국가로서 미약한 법 체계라든지 행정 시스템과 같이 활발한 경제 시스템의 구축에 저해되는 여러 요소들이 존재한다. 반면 미국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제 정책의 운용에 대한 노하우와 현재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프리미엄, 그리고 국가적으로 산재한 기업가적 정신이 존재한다. 그것이 미국에 대한 낙관론자들이 비단 브라질을 대상으로 할 때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러시아를 비교할 때도 늘상 해온 말들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어쨋든 우리는 브라질은 그들이 보여주는 주요 지표상 중대한 정치적 실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국제적 위상이 커질 일만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동시에, 그들이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째서인가? 과거 여러차례 위기를 돌파해 온 시절과 다르게, 지금의 미국은 더 이상 가릴 수 없는 중대한 부채에 짖눌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금융권의 지급 불능상태가 더는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또 이러한 사태는 앞으로의 생활에 변화가 생길 것임을 말해준다.'

'당면한 예산 적자 상황을 타개할 방안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중략) 미적립 부채를 상환하려면 연방 세수입이 68%는 증가해야 할 것이라는 계산 결과가 피셔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데이비드슨은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보여지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경기 회복 이후의 빠른 경제 발전으로 미국의 막대한 부채의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 주장하는 폴 크루그먼 교수의 말 보다 나는 본 저서의 주장에 더 큰 공감을 느꼈다.

그 영향력이 어찌 될 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미국이 더 이상 부채의 늪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이며, 이는 계속 미국 경제에 뇌관으로 남아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코노미스트>의 2011년 5월자 연간 세계 GDP 수치가 65조 달러이다. 동시에 <유에스에이투데이> 추산 미국의 '최소' '미적립' 채무가 62조 달러이다.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라는 단언,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그리고 이를 일면 지향하고 있는 한국 경제계에는 깊게 고려해 볼 화두이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나,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차후의 세계 경제의 흐름에의 방향성 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번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채 살아가는 한국 국민이라면 고려해 봄직한 일일 것이며, 그런 면에서 시의적절하게 도발적인 도서였다 하겠다.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 과연 그 단언은 예언이 될 수 있을지.

덧붙이는 글 |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 이은주 옮김, 브레인스토어 펴냄, 2013년 7월, 431쪽, 2만 원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 - 미래경제의 패권은 결국 어디로 흐르는가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 지음, 이은주 옮김, 브레인스토어(2013)


#서평#경제#브라질#미국#제임스데일데이비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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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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