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포 생태습지에 조성중인 명품숲길 강릉시가 지난달 경포 생태습지에 춘천 남이섬같은 명품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고 강릉 교동 택지 가로수를 옮겨심었다.
▲ 경포 생태습지에 조성중인 명품숲길 강릉시가 지난달 경포 생태습지에 춘천 남이섬같은 명품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고 강릉 교동 택지 가로수를 옮겨심었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강릉시 녹지공원 사업단은 지난 3월 공사비 2억 원을 들여 경포 생태저류지에 '춘천 남이섬'같은 명품 메타쉐콰이아 숲길을 조성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숲길 조성에 필요한 나무는 솔올지구 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메타쉐콰이어 120그루를 옮겨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릉시가 조성한다고 홍보한 명품숲길은 경포습지뿐만이 아니라, 예비군훈련장 주차장도 이른바 '명품 주차장'으로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강릉시가 '잘못된 가로수 선정으로 인한 예산낭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명품숲길 조성 발표 후 강릉시는 솔올지구 내 인도에 심어진 메타쉐콰이아 가로수들을 식목일을 전후한 지난 4월 3일부터 며칠동안 들어내는 작업을 했다. 가로수를 파낸 자리에는 대체 가로수 없이 보도블록으로 덮은 뒤 인도를 조성했다. 그러자 갑자기 사라진 가로수에 대해 주민들은 "나무를 심어야 할 식목일에 우리동네 나무들은 오히려 모두 파냈다"라면서 항의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일자 강릉시는 급히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지난 4월 18일 교1동 주민센터에서 심종인 시의원을 비롯해 택지 내 관련 단체장들이 모여 논의를 벌였다. 결국 가로수로는 '이팝나무'가 결정됐고,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강릉 솔올지구 인도 강릉시가 명품숲길 조성을 한다고 발표하고 솔올지구 내 인도에 심어졌던 메타쉐콰이어 120그루를 옮겨갔다. 하지만 가로수를 드러낸 자리에 대체 가로수도 없이 보도블럭으로 덮어버렸다.
▲ 강릉 솔올지구 인도 강릉시가 명품숲길 조성을 한다고 발표하고 솔올지구 내 인도에 심어졌던 메타쉐콰이어 120그루를 옮겨갔다. 하지만 가로수를 드러낸 자리에 대체 가로수도 없이 보도블럭으로 덮어버렸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강릉시가 2억 원이나 되는 적잖은 돈을 들여 메타쉐콰이아 명품 숲길을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숲길 조성에 필요한 나무를 구입하지 않고, 왜 가로수로 심어져 있던 것을 옮기면서 논란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릉시는 논란이 생기자 그제서야 '메타쉐콰이아 명품길' 조성을 발표한 이유와 가로수를 옮겨야 되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녹지공원 관계자 "숲길 조성 기사가 잘못 나간 것"

녹지공원사업단 관계자는 "원래 명품 길 조성이 목적이 아니었다, 가로수인 메타쉐콰이아가 속성으로 자라면서 뿌리들이 우수관로를 막아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이번에 120그루만 옮겨 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명품길 조성을 한다고 발표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게 발표한 적이 없다"라면서 "기사가 잘못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지역의 심종인 시의원은 "숲길 조성 사업이 아니고 가로수 옮긴 사업인데 왜 그렇게 홍보가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솔올지구에서 옮겨진 나무들은 시의 발표보다 훨씬 많은 300여 그루로 확인됐다. 이중 120그루만 생태저류지 숲길 조성에 사용됐고, 공개되지 않은 180여 그루는 구정면 어단리 예비군 훈련장 인근으로 옮겨졌다.

강릉 구정면 어단리에 위치한 예비군 주차장 메타쉐콰이아 나무로 울타로를 만든 구정면 예비군훈련장 주차장 ,  이 주차장은 나무식재로 인해 경포생태습지와 같이 졸지에 명품주차장으로 승격됐다.
▲ 강릉 구정면 어단리에 위치한 예비군 주차장 메타쉐콰이아 나무로 울타로를 만든 구정면 예비군훈련장 주차장 , 이 주차장은 나무식재로 인해 경포생태습지와 같이 졸지에 명품주차장으로 승격됐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더구나 이렇게 비밀리에 옮겨진 나무들은 예비군훈련장 주차장을 소위 '명품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데 사용됐고, 나머지는 인근 공터에 특별한 용도 없이 집중 식재됐다.

결국 이 사업은 메타쉐콰이아 가로수 없애기 사업의 일환이었지만, 관련 부서가 과대포장 해 홍보를 하다 논란만 자초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해당 부서는 이 문제가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잘못 선정된 가로수, 골칫 덩어리로...

강릉시는 메타쉐콰이아 가로수로 인해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수 년째 골치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몇백 그루나 되는 이 나무들을 모두 파내 옮기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자칫하면 잘못된 가로수 선정으로 예산만 낭비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릉 지역 관내 가로수 중 메타쉐콰이아로 식재된 곳은 솔올지구 내 475그루와 강남동 축구공원 진입 연결 도로에 200여 그루 정도다.

강릉시 강남동 인도 강남동 축구공원 진입로 연결도로에 심어져있는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가 너무 커져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 강릉시 강남동 인도 강남동 축구공원 진입로 연결도로에 심어져있는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가 너무 커져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솔올지구 메타쉐콰이아는 1997년 교동택지를 조성하면서 심어져 17년 정도 자란 것이지만, 강남동 축구공원 도로에 있는 나무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심어진 것으로 나무 밑둥의 지름만 1m 가까이 되며 높이는 30~40m에 이를 정도로 자랐다.

가로수로 사용된 메타세콰이아는 낙우송과의 나무로 성장 속도가 빠른 속성수이며, 보통 35~40m까지 자라며 밑둥은 최대 2m까지도 커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로수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강릉시는 솔올지구 내에 식재돼 있는 475그루의 메타쉐콰이아를 모두 뽑아 버려야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고, 잘못된 가로수 선정과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교체할 방법을 찾은 끝에 경포 생태저류지 '메타쉐콰이아 명품길'이 었던 것이다. 또한 관련부서는 마치 이 사업을 위해 가로수를 옮긴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문제에 대해 심종인 시의원은 어단리로 옮겨간 사실은 처음 들었다는 반응이었다. 심 시의원은 "몇 년 전부터 이 가로수 뿌리가 우수관로 막는 곳이 70여 곳이 발견돼, 지난해 가로수를 교체하는 예산 5억 원을 시에 요구 했지만 올해 2억 원만 배정되는 바람에 일부만 옮긴 것"이라며 "내년에는 남은 가로수 모두를 옮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릉시 녹지공원 사업단 관계자 역시 "택지 내 메타쉐콰이아를 모두 옮겨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사전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강남동은 더 심각한 상황... 하지만 사실상 방치

강남동 자전거 도로 강남동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진 인도에 가로수 뿌리가 올라와 구불구불하게 변했다.
▲ 강남동 자전거 도로 강남동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진 인도에 가로수 뿌리가 올라와 구불구불하게 변했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강릉 강남동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로 조성된 인도 강남동에 심어져 있는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가 너무 커지자 보도 블럭을 포기하고 인도 한쪽만 사용해 징검다리식 블럭을 깔아놓았다
▲ 강릉 강남동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로 조성된 인도 강남동에 심어져 있는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가 너무 커지자 보도 블럭을 포기하고 인도 한쪽만 사용해 징검다리식 블럭을 깔아놓았다
ⓒ 김남권

관련사진보기


그나마 솔올지구는 이렇지만 강남동 지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동 일대는 뿌리가 인도를 뚫고 올라와 보도블럭이나 자전거 도로를 파손시키고 있으며, 나무 밑둥이 큰 나무들은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자전거 도로로서의 기능은 커녕 사람만 겨우 피해 다녀야 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강릉시는 인도에 복토해 올라온 뿌리를 덮고, 그 위에 다시 보도 블록을 깔거나 재포장하는 '땜빵식' 공사를 수년째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제 높아질대로 높아진 인도는 한계에 도달한 듯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아예 보도블럭을 걷어낸 뒤 인도 한쪽에만 징검다리 형태의 블럭을 설치한 곳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 자전거 도로로 조성된 구간에는 튀어나온 뿌리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곳도 있었다. 사고의 위험성은 물론 '자전거 도로'라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강릉시 녹지공원 사업단 관계자는 "강남동의 경우에는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민원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신재걸 시의원은 "그 길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이제 나무들이 다 자란 상태여서 더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면서 "또 가로수가 방음과 정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존치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어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강릉시#강릉#하이강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