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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가의 45%가 경북지역에 있으며, 그중 30%가 안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고가는 실용성은 물론 감각적인 조형미와 세심한 장인의 손길이 돋보이는 예술품입니다."

<고가를 거닐다> 전시를 기획한 임정혁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전시팀장의 말이다.

건축을 전공하는 이들은 반드시 경북이나, 안동을 방문하여 고가를 찾는다. 건축적인 가치 때문이다. 그 가치에 더하여 고옥들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예술적 측면을 재조명해 보고자이 전시가 마련된 것이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현대 어떤 조각 작품에 뒤지지 않는 멋진 조형미를 가진 공포모형이 고가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고가 보수 작업을 하는 김윤기, 박정환의 작품이다.

신태수, <겸암정사>, 60x36cm, 한지에 수묵담채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신태수의 작품 중 하나
▲ 신태수, <겸암정사>, 60x36cm, 한지에 수묵담채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신태수의 작품 중 하나
ⓒ 신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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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세월이 아득하게 담겨 있는 신태수, 남군석, 권후남의 한국화 작품도 있다. 신태수는 농담의 대비를 파격적으로 주어 짙은 먹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묵직함을, 엷은 선은 현재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인 듯 한국화가 할 수 있는 특색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가의 향취를 흠뻑 느끼게 했다.

김강현, <담다>, <설중고택> 좌측의 <담다>는 먹을거리를 담을 수 있는 용도까지 갖춘 작품이다.
▲ 김강현, <담다>, <설중고택> 좌측의 <담다>는 먹을거리를 담을 수 있는 용도까지 갖춘 작품이다.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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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은 고가를 앙증맞게 빗어내어 구워낸 도예작품들과, 기와집 선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게 표현한 드로잉으로 뭔가 아련함을 주는 음식 담는 그릇을 작품으로 내 놓았다.

고가에 관련한 시화도 9점 전시되어있다. 그중 집 주인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일제가 의도적으로 철길을 마당으로 지나가게 해 99칸을 거의 사라지게 한, 슬픈 역사를 가진 임청각에 관해 이수일이 쓴 <임청각> 시는 여러 번 읽어보게 만들고, 곱씹어보게 만들었다.

"이집 주인'석주'! 계시요/ 허허 대답이 없구려/ 높은 대청 군자정 아래/ 낙동강 굽이쳐 흐르는 언덕에/ 99칸 고옥은 어디로 갔소// 만석꾼 땅 팔아/ 수백 식솔 자유 주고/ 잃어버린 나라 찾으러/ 정든 임청각 버리고/ 그 삭풍 몰아치는 만주로 갔소// 독립도 못 보시고/ 아! 원과 한을 품고/ 차디찬 얼음장 밑으로 가셨소/ 이젠 그만 오시여/ 이 찬란한 조국을 보소서"

그 외 안동지역 고가들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고, 각 고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담은 영상물도 상영되고 있다. 아이들 손잡고 전시장을 찾아 아름다운 고가의 향취를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마침 가정의 달이다.

이 <고가를 거닐다>전은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상설갤러리에서 5월 29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 월요일은 휴관이다.


#고가를 거닐다#안동문화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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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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