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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항 항로의 수심을 16m로 늘리는(=증심) 사업이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

지난 5월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인천 신항 16미터 증심 사업 타당성 분석 용역 재조사 결과'에서 비용편익비율(B/C)이 1.16으로 나타나 첫번째 고비를 넘은 데 이어 이번엔 계층화분석(AHP)이 0.569로 나타나 사업성이 입증됐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는 비용편익비율이 1을 넘더라도 계층화분석(AHP)이 0.5 이상이 돼야 정부 재정 사업으로 확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계층화분석(AHP)은 정부 정책방향과 지역균형발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분석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비용편익과 계층화분석(AHP) 결과 사업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증심 사업 설계용역 예산 50억 원을 편성했다.

인천 신항 항로 증심 사업은 현재 항로 수심 14m를 16m까지 약 2294억 원을 투입해 2500만㎥에 달하는 물량을 준설하는 사업이다. 2011년 12월에 증심 문제가 인천경제 의제로 등장한 뒤, 이듬해 2월 인천시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지 약 2년 4개월여 만의 일이다.

해수부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연내 공사 착공을 목표로 오는 7월 중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2018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항 항로 인천 신항 항로 중심사업은 인천항 항로와 신항 항로 중 간조 때 16미터가 안 되는 곳 일부를 준설하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 위는 무의도이고, 왼쪽 하단은 자월도, 오른쪽 상단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다.
▲ 인천항 항로 인천 신항 항로 중심사업은 인천항 항로와 신항 항로 중 간조 때 16미터가 안 되는 곳 일부를 준설하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 위는 무의도이고, 왼쪽 하단은 자월도, 오른쪽 상단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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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미터 증심 없이 대형 컨테이너선 입항 불가

인천 신항 항로 증심 사업은 인천항이 동북아시대 환황해 경제블록의 거점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하는 숙제다.

2012년 기준 전 세계 항만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5억 8400만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이중 3억 4299만TEU가 세계 30대 항만에서 처리됐다. 30대 항만이 처리한 3억 4299만TEU 중 중국 항만이 처리한 물동량은 1억 2942만TEU로 37.7%를 차지했다.

이 30대 항만에 중국 항만 11개가 들어가 있고, 대만 카오슝항까지 포함하면 12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대 항만 중 7개 항만이 중국이고, 나머지는 부산·싱가포르·두바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톈진항 등 북중국 지역 항만의 가파른 성장세다. 톈진항은 2011년 대비 6% 성장하며 로테르담을 제치고 지난해 10위권에 진입했다.

잉커우항은 20.2% 상승한 485만TEU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위권에 진입했고, 다롄항도 25% 상승한 800만TEU를 기록했으며, 닝보·저우산항은 14.4% 상승한 1683만TEU를 기록하며 5위인 부산항(1702만TEU)을 위협했다. 또한 칭다오항은 11.4% 상승한 1450만TEU를 기록했다.

인천항은 지난해 처음 컨테이너물동량 200만TEU를 기록했다. 인천항의 물동량은 중국과 교역에서 발생한다. 2012년 기준 인천항 물동량 중 중국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58.9%다. 즉, 인천항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중국 항만의 성장에 힘입어 성장했고, 앞으로도 잠재력이 높은 항만이다.

그래서 인천 신항 항로 증심은 인천항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럽 발 재정위기 이후 세계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제 해운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선박을 대형화하고 있다.

2011년 365척이던 8000TEU급 선박은 2014년 6월 현재 628척으로 늘었고, 95척에 불과하던 1만TEU급 선박은 249척으로 늘었다. 1만 8000TEU급 배가 부산항에 입항한 지 오래다. 즉, 컨테이너 1만개 이상을 선적할 수 있는 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30대 항만 중 11개와 10대 항만 중 7개를 보유한 중국 또한 선박 대형화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북중국의 칭다오, 톈진, 다롄항은 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입항 조건인 수심 16~18m를 이미 확보했다. 하지만 현재 조성 중인 인천 신항은 항로 수심이 14m에 불과해 4000TEU급 이하 컨테이너선만 운항이 가능하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인천 신항 항로 증심 사업이 완료되면 8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상시운항이 가능해진다. 인천을 거점으로 중국과 미주, 구주를 잇는 항로가 열려 인천항이 동북아시대 거점 항만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인천항에서 처리하면 물류비용을 절감, 국가경쟁력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증심이 확정돼 최대 1만 2000TEU급 선박도 입출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0년 인천 신항이 완공되면 지난해 물동량의 두 배인 40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남은 숙제는 사업비 확보... "인천 신항 건설, 정부 역차별 해소해야"

인천 신항 항로 증심 사업이 정부 사업으로 확정됐더라도 넘어야할 고비가 또 있다. 바로 정부의 신속한 예산 지원이다. 해수부와 인천항만청이 2018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지원이 안 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인천 신항 항로 증심 사업을 두고 부산 항만업계는 줄기차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증심 사업이 확정됐더라도 향후 예산을 편성하는 해수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이를 심의하고 승인하는 국회에서 인천의 정치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천 신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항로 증심과 더불어 신항 시설과 배후단지에 대한 정부 재정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인천 신항 건설 사업은 지난 2005년 항만기본기계획에 반영되면서 시작됐다. 오는 2020년까지 정부재정 투자와 민간자본 투자를 포함해 총사업비 3조 3788억 원을 들여 하역능력 236만TEU를 갖춘 12개 선석을 조성하고, 배후단지 211만 8000㎡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산 신항 건설 사업은 2020년까지 국비 7조 4551억 원과 민간자본 9조 2272억 원을 합한 16조 6823억 원을 투자해 45개 선석에 배후부지 944만㎡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23개 선석이 운영 중에 있으며 배후부지 조성에 국비 약 3조 58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반해 인천 신항의 경우 국비는 1조 3472억 원이고, 나머지는 민간투자 사업이다. 현재 1-1단계(6개 선석) 공사 중으로 내년 6월 1부두가 개장하고, 10월에 2부두가 개장할 예정이다. 인천 신항 배후부지는 추후 조성될 예정이지만 구체적 일정과 예산은 확정돼 있지 않다.

국내 항만별 배후단지 조성 시 정부재정 투자비율을 보면, 인천항은 25%인데 비해 부산항은 50%, 광양항은 93%였다. 이 투자비율은 배후단지 임대료에 고스란히 반영돼 인천항의 임대료가 다른 항만보다 비싸다.

인천항 배후단지의 1㎡당 월 평균 임대료는 1700원인데 비해, 부산항은 300원, 부산 신항 281원, 광양항 200원, 평택항 700원이다. 인천항을 100으로 했을 때 부산항 17.6, 부산 신항 16.5, 광양항 11.7, 평택항 41.1이다. 가까운 인천항을 놔두고 다른 항으로 가는 이유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산 항만업계는 물론 언론까지 가세해 인천 신항 증심 사업을 반대했다. 증심 사업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서 정부 예산이 반영될 것"이라며 "인천 여야 정치인은 증심 사업비 확보와 인천 신항 정부 지원 역차별 등, 정부의 투-포트(two-port: 부산·광양항) 정책아래 역차별 받고 있는 인천항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답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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