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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국민은행장이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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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후 9시 25분]

"오늘은 지난번과 내용이 다르다. 열심히 소명하겠다."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 들어서는 이건호 국민은행장 표정에서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이 행장은 이미 지난달 26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출석했다.

징계 대상자 소명 듣느라 양형 결정 지연... 금융권 로비 공세도

하지만 이날 금감원 로비를 지킨 취재진 숫자는 부쩍 줄었다. 지난주만 해도 KB금융 갈등을 비롯해 카드3사 개인정보유출, ING생명 자살보험금 미지급 등 징계 대상자가 15개 금융회사 220명에 달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 소명만 듣다 끝난 데다 이날도 KB금융 관련 최종 양형이 나오지 않을 거란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이 때문에 미지급 규모가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자살 보험금' 문제를 비롯한 다른 안건까지 오는 17일 제재심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렇게 금융권 징계 결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금융권 전방위 로비에 금융당국의 칼날이 점점 무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징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이 최근 금감원을 감사하면서 국민카드 분사시 개인정보 이관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이견을 제시한 탓이다. 금융위 유권해석에 따라 임 회장에게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금감원 처지도 난처해졌다.

임 회장과 함께 문책 경고를 통보받은 이건호 행장은 최근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 문제와 도쿄지점 부당 대출, 국민주택채권 90억 원 횡령 사건 등이 걸려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금감원은 중징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KB금융 중징계시 LIG손보 인수 차질... '자살보험금' 수천 억 원도 걸려

KB금융과 국민은행에 기관 경고와 최고 경영진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현재 KB금융에서 진행하는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KB금융은 지난달 11일 LI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보험업법에는 "최근 3년 이내에 금융위로부터 기관경고 이상 징계를 받은 기관'은 보험사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이보다는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자회사를 편입할 경우 대주주 자격이 갖춰진 것으로 본다"는 금융지주사법 특례조항이 앞선다. 결국 금융위 승인 여부에 달린 셈인데 중징계가 먼저 결정되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사 CEO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계 인사 제재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미룬다는 얘기는 못 들었고 (KB금융에 대한 징계도) 이달 내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오는 17일 예정된 제재심 외에 오는 24일 임시 제재심을 한 차례 더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 경고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가 무죄 추정 원칙을 들어 인수 합병을 승인하고 나중에 중징계가 나오면 문제 소지가 있는 만큼 징계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임영록 회장 징계는 감사원 의사를 존중해 기다릴 수 있다고 해도 이건호 행장은 오늘이라도 징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금융 경영진 징계에 밀려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카드3사,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ING생보 경영진 징계 등 금융소비자와 직결된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자살 보험금' 징계 결과에 따라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 주 제재심에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날 회의로 미뤘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국내 생보사들이 2010년 이전 약관에 자살한 보험 가입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해 놓고도 그 절반 수준인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수천 억 원 이익을 챙겨왔다"면서 "금감원도 처음엔 자살 보험금을 미지급한 ING생보를 징계하겠다고 해놓고 그 결정에 다른 생보사들까지 미칠 걸 우려해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성인 교수는 "제재심의위는 자문기구 성격에 가까워 실질적 징계는 금감원장이 내리고 중징계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면서 "졸속으로 결정해선 안 되겠지만 각종 로비 소문이 무성해 엄정이란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만큼 제재심에서 빨리 결정해 금융위에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7시쯤 제재심의위를 마쳤지만 국민은행 안건은 결국 의결하지 못하고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건호 행장 등 징계 대상자들을 상대로 국민은행 국민주택채권 횡령건과 도쿄지점 불법대출건에 대한 소명을 들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오는 17일 제재심에서 KB금융지주건과 묶어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태그:#금감원 , #제재심의위원회, #KB금융, #자살보험금,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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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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