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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법 스님
 도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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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국민의 민심이 있나? 조계종 종도의 민심? 내 눈에는 안 보인다. 내 보기엔 없다. 편 가르기만 있다. 내 편의 생각을 (종단의) 민심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대중(의 의견을 묻는 것)은 중요하지만 대중이 놓칠 수 있는 것도 많다. (나 같이) 깊이 고민한 사람이 대중과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해·설득시켜야 한다. 대중이 좋다는 것을 다 좋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6일 템플스테이정보센터에서 열린 '결사 3년을 진단한다' 제2차 대중공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스님은 '한국불교에 대한 성찰과 모색' 제하의 발제에서 자성과쇄신결사의 당위성과 성과에 대해 자평했다. "(결사 이름이) 자성과쇄신인데 자성이 왜 없느냐는 지적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지금도 나를 총무원 밖으로 나오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성과쇄신결사와 자신에 대한 비판 관련 해명도 했다.

"결사는 투쟁 아닌 대안 모색"

스님은 "많은 사람이 결사를 종단 권력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총무원 집행부 잘못에 왜 침묵하느냐고 지적한다. 결사가 저항·비판·투쟁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정혜결사 백련결사 봉암사결사 등을 본보기로 들며 "결사는 대안을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정혜결사문의 '스님들이 세속화돼 명리를 탐한다'는 내용도 포괄적 문제제기일 뿐이다. 당시 종단 권력에 직접적으로 비판·투쟁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자성과쇄신결사는 우리 문제를 반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보자는 것이다. 제도권에 대한 비판·저항·견제가 결사가 아닌데 사람들은 그것에 초점을 맞춰 자기 쇄신·성찰을 않는다고 많은 말을 한다"고 했다.

"한국불교는 그릇에 매몰"

스님은 "나는 1990년대부터 결사를 해왔다. 24년 동안 바람직한 불교, 미래사회 대안 될 불교를 고민하며 살았다. (결사를 하면서) 뜻 맞는 도반과 흩어지기도 하다가 종단 제안을 받았다. 내가 했던 일들의 연장선상에서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불교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릇에 매몰돼 있다고 했다. 스님은 "종단 제도·인사·재정 등 모두 그릇과 도구에 집중을 한다. 어떻게 그릇을 만들고 누가 관리·운영할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릇을 잘 만들고 운영하면 한국불교가 희망에 가득 찰까? 불교다워질까? 생각해보면 허망하다"며 "바람직한 불교관·실천관 없이 그릇에만 집중하면 알맹이가 없는 살림살이가 된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답지 못하다. 인도·중국불교만 있을뿐 한국불교는 없다"고 했다. 이어 "원효·의상·나옹 스님이 제시한 (한국불교 고유의) 사상을 갖고 연구·강의·시민운동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대중공사 등 뜻대로 되지 않아"

스님은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의 ▲ 대중공사 ▲ 천일정진 ▲ 야단법석 ▲ 무차대회 ▲ 화쟁활동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부족한 역량 등을 이유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당신의 문제를 단 한번도 비밀리에 다룬 적이 없다. 오늘날 한국불교도 불교다워지려면 모든 문제를 광장으로 갖고 나와야 한다. 사부대중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대화와 토론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대중공사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바라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스님은 "천일정진·야단법석·무차대회도 역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세월만 때우는 듯 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화쟁활동에 대해서는 봉은사 직영화 사태를 본보기로 들며 "예전 같으면 종단이 강제로 해결했을 것을 불교적인 화쟁적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자평했다.

"사건 터지면 퇴진·해산·비상 문화 바꿨다"

스님은 "백양사 도박 사건이 터지자 총무원장 사퇴, 종회해산, 비상체제 출범 요구가 있었다. 이때 선원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계종에 무슨 일이 생기면 비상체제 방식으로 대책을 만드는 한계를 넘어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적명·고우·무비·혜국 스님 등 선원스님들과 (불교)시민단체가 (비상체제가 아닌) 결사를 위해 대안을 내놨으면 했다. 이들이 원장퇴진·종회해산·비상체제를 참회·반성·쇄신이라는 기조로 바꿨다"고 했다.

스님은 "이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비상체제로 가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당시 선방과 시민사회의 공감이 없었다면 종단은 비상체제로 갔다"고 했다.

"나오라고만 했지, 아무도 내게 설명 못해"

스님은 "우회종·이도흠 교수 등은 지금도 내게 (총무원에서) 나오라고 한다. 내가 나와서 총무원장 내려오게 하고 비상체제 출범시켜 (종단이) 잘된다면 내가 나오는 것이 뭐가 어렵겠느냐. 그들에게 나를 이해시켜보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총무원을) 나왔을 때 훨씬 나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위기상황을 참회·안정·쇄신 기조로 수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회·안정·쇄신 기조를 잘했다고 할 만한 것에 미흡함이 있었다. 잘됐다·잘못했다 하지 말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교계 너무 정치적이다"

스님은 "불교계 대중이 너무 정치화돼 있다"고 했다. 스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천일정진'을 내세웠다고 했다.

스님은 "결사라는 엄중한 개념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 결사를 세속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치적인 것과 무관한 천일정진을 시작했다"고 했다.

스님은 "결사는 긴 호흡으로 근원적·본질적으로 살피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옛 결사와 자성과쇄신결사가 달라야 할 필요는 없다. 결사는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붓다로 살자'이다"라고 했다.

"방향 잘못되면 모두 허사"

스님은 "내가 하는 생명평화운동에 대해서도 (자성과쇄신결사와 똑같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다' '모호하다' 등 지적이 있었다. 다 안다"고 했다.

스님은 "이에 대해 나는 옷 입을 때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하지 않느냐고 답한다. 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못 잡으면 무엇을 해도 결국 어긋난다. 이것이 한국불교가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김형규 "자성과쇄신결사 저평가돼 있어"

행사에는 김형규 기자(<법보신문>)와 김종규 변호사(교단자정센터 원장)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 기자는 "(정혜결사 등) 과거 결사는 중앙권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불교, 원래 불교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지금 자성과쇄신결사는 중앙집권적 결사인 점이 다르다"고 했다.

김 기자는 "자성과쇄신결사는 당연히 권력에 의한 결사이고 쇄신이다. 중앙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결사추진본부의 몫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기자는 "화쟁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등 결사추진본부 활동이 한국불교를 지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결사추진본부가 단기가 많은 일을 하고 발로 뛰고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치역학적으로 평가절하된 것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규 "참회·안정? 무마·미봉이겠지"

김종규 변호사도 위로부터 시작된 자성과쇄신결사는 자생된 정혜결사 등과 다르다는 데 김 기자와 의견을 같이 했다.

김 변호사는 "도법 스님은 참회·안정·쇄신 기조가 있었다고 하지만 결과는 무마·미봉책·복지부동이었다. 결사까지 한다는 종단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대중은 무관심해졌고, 결사 3년이 지난 지금 한국불교는 외면 받고 조계종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자성과쇄신결사는 한국불교가 아니라 (자승 총무원장이 장악한) 총무원을 지탱해줬을 뿐이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도법 스님은 대중이 '그릇'에 집착한다고 했다. 잘못된 그릇에는 아무리 좋은 것을 담아도 좋지 않게 보인다. 그릇이 잘못됐으면 내용물도 썩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 의도대로) 대중공사에 대중 참여가 적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릇에 대한 대중의 뜻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니 대중공사에 대중의 참여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결사 3주년 진단 대중공사 마지막 행사로 결사추진본부는 12월 3일 오후 2시 한국불교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사부대중 공개 대중공사를 개최한다.


#조계종#자성과쇄신결사#도법 스님#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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